[뉴스워커_황규성 기자] 국내에서 더 이상 없을 ‘최고의 땅’에서 펼쳐지는 재건축 수주전답게 많은 이슈와 정부의 새로운 지침이 만들어질 정도로 이목을 크게 집중시키고 있는 서울 서초구 소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이하, 반포1단지) 재건축. 이곳이 오는 27일 숱한 논란을 뒤로하고 결정의 순간이 찾아온다. 시공사선정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이다.

뉴스워커는 불과 수일 앞으로 다가온 반포1단지의 시공사 선전에 주요 쟁점을 살피고 분석해 보고자한다. 반포1단지에 관해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재건축에 관심 있는 수요자들 또한 이곳의 시공사 선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큰 논란의 요지를 만들었던 ‘이사비 7천만원에 대해’ 다른 하나는 ‘상세입찰 내역’에 관한 부분이다. 이 두 가지 사안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며, 일단락 되었다고 생각했던 ‘이사비 논란’ 또한 해당 건설사 측이 ‘보증보험증권’이라는 카드를 내밀어 또 다른 쟁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쟁점들을 더 큰 그림에서 본다면 ‘하나’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바로 ‘신뢰’다.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하는 것인데, 해당 건설사는 그 신뢰를 뒷받침하기 위해 ‘대표이사 직인이 찍힌 공문’을 내놓기도 하고, ‘보험증권’을 보이기도 한다.

▲ 재건축 사업은 이미 수십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곳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같이 초대형 사업일 수록 더욱 그렇다. 사진은 위부터 현대건설 조감도, GS건설 조감도이며, 하단은 현장 부동산 사무소의 풍경이다.<그래픽_진우현 기자>

◆ 이사비 7천만원 ‘위법소지’로 종결, 하지만 새 보증보험증권은?

먼저, 이사비 7천만원이라는 반포1단지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의 기대가 컸던 쟁점에 대해 알아보자, 7천만원 이사비는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지만, 통상적인 이사비 수준을 벗어난 액수는 결국 수주 전에 “우리를 찍어라”라고 하는 ‘뇌물’에 해당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관련 법률 전문가들은 판단이었고 또 국토부 의견도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사실 7천만원 이사비 쟁점을 전국의 이슈로 만든 곳은 ‘신문매체’들이었다. 이슈를 만들고 쫓아야 했던 기자들은 반포주공1단지에서의 이사비가 상식적 수준에서 볼 때 과도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고, 이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 유수의 매체들이 비슷한 이슈를 만들다보니 사안은 정부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다. 결국 이로 인해 하나의 논란은 쪼그라졌지만 또 다른 쟁점 ‘보증보험증권’이 부상하게 됐다.

논란의 주체였던 건설사 측이 새로운 이슈 즉, ‘세대당 이사비 7천만원 또는 무이자 대여 5억원’에 대한 이행보증증권을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굳이 해석하자면 “지금 당장은 줄 수 없고, 나중에 주겠다는 의미로, 다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 이행증권을 발행하겠다”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 입찰내역 공개 ‘하는게 좋은가, 안하는게 좋은가’의 문제

시공사가 재건축조합의 시공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입찰금액과 입찰금액에 명기된 내역들을 제공해야 한다. 내역은 없고 금액만 있다면 이는 해당 금액 안에서 입찰자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오해란 투명하지 못하는데서 시작한다. 서로 말하지 않고 통하는 것은 없다. 수십 년을 동거동락한 부부간에도 오해는 발생하고 티격태격하곤 한다. 이것은 서로 터놓고 말하지 않고 혼자만 생각하다보니 오해가 생기고 그 오해가 불신으로 발전하면서 법적 다툼이 일기도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호 1번 참여 건설사의 입찰내역은 1600페이지며, 기호2번 건설사의 입찰내역은 250페이지다. 물론 1600쪽은 잘된 것이고, 250쪽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 건설사가 더 알차고 꼼꼼하게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참여사 두 곳이 짓는 아파트 규모는 대동소이하다. 5400여 가구를 짓는 것이다. 한데 입찰상세내역서가 6배 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소통’의 부재라 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부부간에도 이런 소통이 없다면 내부균열이 발생하는데, 하물며 거대한 이권이 좌지우지 되는 기업과 기업간의 ‘소통 부재’는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재건축사업에서는 수많은 분쟁이 발생한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분쟁은 ‘시공사’와의 법적다툼이다. 실제 서울 동작구의 한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S건설은 준공 후 주 출입구에 바리게이트를 치는 등 조합원들의 입주를 저지한 바 있다. 시공사와의 분쟁은 조합에게는 그 만큼 힘든 싸움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소송에서 승소해야 되는데, 그 승소의 기준이 바로 내역서다. 입찰한 내역대로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법원에서 이길 수 있다. 한데 그 내역을 조합이나 조합원이 모른다면 이길 확률은 그 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입찰상세내역은 ‘조합원’입장에서는 당연히 ‘공개’가 옳고, 시공사 입장에서는 ‘비공개’가 정답이라 할 수 있다.

◆ 이행보증증권 발부 ‘이것이 해답일 수 없는 이유’

사실 이행보증이라는 것은 ‘계약을 이행’하겠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다. 약속도 계약이기 때문에 이행보증은 실효성을 가진다. 한데, 이행보증이 때로는 조합과 조합원을 답답하게 만드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7천만원 이사비 논란을 일으킨 해당 건설사는 몇 달 전 서울 은평의 한 재개발구역 수주권을 획득한 바 있다.

 

이 건설사는 지난 6월 18일 은평구의 재개발구역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이곳은 약 11만2천여㎡에 달하는 부지에 2400여 가구를 건립하는 곳으로 공사비만 약 4600억원이 소요되는 대형 재개발사업지로 꼽히는 곳이다.

건설사는 선정될 때까지 이곳 재개발사업구역에 대해 ‘사업규모가 크고 입지도 뛰어난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조성하고 조합원들 사업이익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건설사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조합 측에 따르면 건설사가 선정된 후 같은 달 말일까지 입찰지침서에 기재된 조합명의 통장으로 입찰보증금 150억 원을 현금납부으로 납부하도록 통보했지만, 현재까지(취재시점) 납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의 입찰공고를 보면 입찰보증금 150억 중 50%는 보증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명시됐지만 이후 조합은 전액 보증보험으로 대체가 가능하도록 변경했다. 따라서 조합은 현재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보증보험사 조차도 증권에 명시된 보증금을 조합에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는 것이 요지였다.

보증보험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증보험사는 일정 금액을 받고 보증증권을 발부하고, 만약 이행되지 않는다면, 변재 후 해당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 한데 금액이 워낙 크다보니 보증사도 감당하기 어려워 이 문제를 당사자 합의로 넘기려 하는 것이다.

위의 쟁점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볼 때, 귀결되는 것은 시공사의 이러한 태도를 ‘믿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믿음이란 담보가 필요하고, 그 담보에는 더 이상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명확함이 있어야 한다.

반포1단지는 아직 시공사 선정 전이다. 조합원들이 한 번 더 곱씹고 되세기며 선택의 기준점을 삼아야 할 부분은 결국 ‘나에게 이익이냐 이익이 아니냐’인데,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이익이 아닐 수 있는 보증보험증권도 ‘뇌물’이라는 위법 논란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