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지난 21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총 투표 298표 중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대법원장 지명 후 꼭 한 달 만이다.

당초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도 부결돼 초유의 헌재소장·대법원장 동시 공백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한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초래되는 것을 막게 돼 그나마 다행스럽다.

임명동의안이 가결되자마자 청와대는 “대법원장 공백 없이 신임 대법원장이 임명된 데 대해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가슴을 쓸었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자칫 국정운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던 청와대로서는 한숨을 돌린 표정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흔들림 없이 오직 법만 바라보고 양심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히 지키라는 준엄한 명령이다.

대법원장은 이러한 헌법 정신을 받들어 권력은 물론 여론이나 사회단체의 압력으로부터 사법권 독립이라는 절대 가치를 지켜야 할 사명이 있다. 특정 이념으로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거나 시류에 영합해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또 대법원장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이다. 오는 25일부터 6년간의 임기를 시작하는 김 후보자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사법행정을 총괄할 뿐만 아니라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갖고 인사권도 행사한다.

특히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대법관 13명 가운데 10명을 임명 제청하게 된다. 이 권한들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색깔을 바꿔놓을 수 있다. 그런 만큼 그에게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우선 그는 관례와는 다르게 대법관 경력이 없고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보다 13기수 아래다. 이런 파격은 사법부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유리할 수 있지만 반대로 ‘기수 문화’에 억 눌릴 수도 있다.

김 후보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코드 인사’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는 것도 급선무일 것이다.

사법부가 특정한 정치·이념 지향성을 갖게 되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사법의 정치화와 삼권분립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가져본 적이 전혀 없다”며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관의 책임성 강화 등의 제시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해 주길 바란다. 

6년 임기를 끝내고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도 22일 퇴임식에서 “정치세력의 부당한 영향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정치세력 등의 부당한 영향력이 사법부에 침투할 틈이 조금이라도 허용되는 순간 어렵사리 이뤄낸 사법부 독립은 무너지고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김 후보자는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한편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둘러싸고 여야(與野)가 국회에서 보여준 볼썽사나운 모습들은 한심스럽고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이념 편향성과 동성애에 대한 우호적 입장 등을 문제 삼아 반대 당론을 정했다.

동성애 옹호 논란과 비(非)대법관 출신이라는 점과 기수 파괴 등도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호남민심 이반을 우려한 국민의당 내에서 찬성 기류가 흐르면서 판세를 꺾지 못했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과의 연대 없이는 여소야대 국회의 벽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국회 통과를 지켜보면서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전향적인 대야 협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길 주문한다.

무엇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은 철저한 개혁을 통해 ‘나라 바로 세우는 일’에 당리당략(黨利黨略)을 개입시키지 말아 줄 것을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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