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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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은 LG트윈타워 여성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 시위가 있었던 한 해였다. 또한 최근까지도 투쟁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이곳의 여성 청소 노동자들은 지난해 말 근로계약이 해지됐고, 고용승계가 되지 않은 데 성토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80여명에서 계약해지 후 현재 20여명의 여성 청소 노동자들이 현 상황을 규탄하고 있다.

이에 LG, LG의 계열사 S&I코퍼레이션 측은 정당한 계약만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청이라는 이유로 연 단위 계약을 하는 것이 통상적이긴 하지만, 건강하지 못 한 고용 형태인 것은 사실이다” 또는 “몇 년 만에 인력이 소모품처럼 교체되는 것은 안타깝고도 비극적인 일”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뉴스워커> 취재진은 여성 청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그들이 겪는 노고를 집중 조명했다.


‘저임금’의 대명사 ‘청소 노동자’


LG트윈타워 여성 청소 노동자들은 월 200만원이 되지 않는 급여를 받으며 일해 왔다고 주장했다. 2020년 기준 최저월급이 179만5,31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최저임금에 준하는 수준이다. 또한 하루 7.5시간의 근로시간 책정으로 주말수당을 받지 못했으며, 시간 내 처리할 수 없는 업무량은 무급 근로로 감당해 왔다고 밝혔다.

결국 정해진 근로시간이 있어도 담당하는 청소구역이 있으므로, 시간 내에 끝내지 못하더라도 노동자의 몫인 셈.

한편, 2018년 11월에는 국공립대학을 향한 민주일반연맹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국공립대학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청소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갈한 것.

국공립대학 10곳의 노동자 임금을 공개했는데, 전북대의 경우 월 기본급 160여만원,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을 더하면 190여만원이었다. 2018년 기준 최저월급이 157만3,77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 역시 최저임금에 준하는 수준. 이는 정규직 전환 이후의 임금이다.

이에 연맹 대학청소·시설노동자 전국공동행동 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은 “상여금 및 각종 수당을 기본급에 산입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청소 노동자는 저임금의 늪에 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내 집 마련만큼 힘든 ‘온전한 휴게실 마련’


2020년 6월에는 나라키움 부산통합청사가 문을 열었다. 이 통합청사는 제16회 대한민국 토목건축기술대상에서 업무용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러나 찬사를 받은 만큼 그림자는 짙었다.

건물 지하 3층, 주차장 한쪽에 ‘대기실’이라고 적힌 작은 방 2개가 11명의 여성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실이었던 것. 볕도 들지 않는 이곳에서 여성 청소 노동자들은 쉬기도 하고, 식사도 해결했다.

일하는 장소는 지상이고, 쉬는 공간은 지하이다 보니 장애인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며 틈틈이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는 것.

2019년 12월에는 한국마사회 건물 내 열악한 환경의 청소 노동자 휴게실이 보도돼 논란이 있었다. 화장실 안, 계단 밑 등이 청소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었던 것이다.

이후 마사회에서 휴게실에 대한 환경 개선을 약속하며 부랴부랴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늦장 대응이라는 오명을 지울 수 없었다.


현직 여성 청소 노동자가 말하는 ‘미화’ 근로


취재진은 현직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A씨(70대)는 아파트 단지에서 근로하는 여성 청소 노동자로, ‘미화반장’이다.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등 아파트 건물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 A씨는 “저임금이라도 일자리가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미화 일을 하는 데 가장 큰 고충으로는 ‘민원’을 꼽았다.

A씨는 “청소 자체보다는 민원 때문에 힘들다. 민원 정도가 심할 땐 관리사무소로 찾아와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하는데, 이때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면서 “과거엔 욕설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은 면전 앞에서 소리를 지르진 않지만, 입주민이 청소비를 내는데 왜 청소를 똑바로 안 하느냐, 입주민을 무시하느냐 말하기도 한다”고 했다.

민원이 고용 불안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잦은 민원에 우리 일자리가 흔들린다”면서 “보통 1년마다 계약을 하는데, 민원의 정도에 따라 당초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나가기도 한다.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일어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에는 휴게실 문제도 있었다. 사실 휴게실이라기엔 거창하고, 잠시잠깐 앉아서 쉬는 용도의 공간을 1층 분리수거함 근처 빈 곳에 마련하려고 했는데, 입주민의 민원이 있었다”면서 “입주민 본인이 사용하는 공간이라며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는 통에, 해당 동 휴게실 마련은 못 하나 싶었다. 다른 공간에 휴게실을 마련하긴 했지만, 마음이 씁쓸했다”고 전했다.

A씨는 그래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A씨는 “복도 바닥이나 계단을 청소할 때 그 자리를 굳이 밟고 지나갈 때는 속이 상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고마운 입주민들이 더 많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70대 이상은 일하기도 힘든데, 나는 이 나이에도 일을 하고 있으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소 노동에 대한 인식이 여성에 편중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청소 노동자를 마치 ‘청소용품’처럼 보는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여성 청소 노동자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중한 노동인력을 소모품 취급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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