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에 부적절한 신체접촉도 해당 간부 대기발령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경창 내 괴롭힘’주장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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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대학 시절 새벽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다 집으로 향하는 길. 불 꺼진 간판들 사이에서 무서움을 느끼려던 찰나 멀리 보이는 ‘경찰’이라는 문구만 봐도 마음이 놓인 적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생각에 의심을 품는 사건들이 속속 등장해 아쉬움을 남긴다. 민중의 지팡이로 불리는 경찰관. 누구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기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막강한 수사권을 가진 이들이 정작 자신들의 부하 직원에게 부적절한 행동과 갑질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현직 경찰관들이 음주운전과 여경을 성희롱 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27일 경남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해지역 경찰서 간부 2명이 잇따라 여경에게 부적절한 행위와 이른바 ‘갑질’ 언행으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중 1명은 대기발령 됐고, 1명은 조사가 진행 중이다

모 경찰서 소속 A경감은 올해 초쯤 같이 근무하던 부하 여경에게 “같이 등산을 가자”며 수차례 말해 직장 내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A경감은 지난 19일 피해 여경과 분리를 위해 경찰서 경무과로 대기발령 조치됐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경은 복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경찰서의 다른 간부는 사석에서 부하 여직원에게 입을 맞추는 행위를 하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또 음주 후 문자를 보내는 등 여러 차례 성희롱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가 진행 중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경찰들도 있다. 일주일 사이 두 명의 경찰이 음주운전으로 직위 해제됐다. 지난 21일 오후 10시쯤 사천에서 B경위가 음주운전 혐의로 붙잡혔다. B경위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08%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현재 해당 경찰은 직위 해지됐다.

지난 24일 새벽 1시 30분쯤 밀양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삼랑진터널 안에서 부산 방향으로 달리던 양산경찰서 소속 C경장이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정차 중인 차를 들이받았다.

C경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1%로 면허 취소 수준이다. 밀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양산까지 15km를 달린 것. 경남경찰청은 A 경장을 직위 해제하고,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일반인들이 저질러도 충격적인 일들을 경찰들이 범죄에 가까운 행위를 한 것에 대해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 조직이 폐쇄적인 집단이라서 피의자에 대한 처벌수위는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청원에 경찰 조직 내 갑질 호소…폐쇄적 조직 비판


일선 경찰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간부의 괴롭힘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간부의 지속적인 갑질과 괴롭힘으로 부하 경찰관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전남지방경찰서의 한 경관은 최근 신문고에 ‘경찰간부 갑질에 매일매일 분신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게재했다. 해당 경관은 “경찰청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이 저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고 온전히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건전한 조직이 되도록 하고자 전남지방경찰청의 부당한 갑질 처리에 대해 공익제보자로 신고한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자신은 하위직이고, 갑질을 한 경찰은 간부직이라 징계위원회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경찰은 갑질 피해로 현재 건강이 악화돼 병가 중에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경찰 간부가 피해경관을 장기간 괴롭혀 6개월의 병원 진단서를 제출(갑질로 인한 스트레스 장애 발생 우을증 및 수면장애)했음에도 징계위원회에서 가장 약한 징계인 경징계인 견책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해양경찰관 A씨가 지난 2월 2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월 8일 통영해양경찰서로 전출된지 18일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해양경찰의 지인은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생전 고인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없는 사람 취급한다. 비참하다’ ‘오전 7시쯤 출근해서 허드렛일만 하다 밤 9시~10시쯤 퇴근한다’ ‘내가 출근해서 제일 잘하는 것은 사무실 거울 닦기, 후배들 쓰레기통 비우기, 커피 타기’라는 발언을 했다.

글에 따르면 “고인은 출근하는 아침이 오는 것을 두려워 해 3~4시간도 잠을 못자며 고통을 겪고 해양경찰 규정에도 없는 그들만의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고인이 친구들에게 통화·문자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자주 호소했다. 타 지역에서 근무 할 때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았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경찰 조직 내에서 갑질과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도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거듭되는 경찰 내 괴롭힘을 구조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공무원 제외…경찰 인권의식 높여야


경찰 조직 내 곪고 곪았던 것들이 최근 들어 터지는 모습니다. 규율과 법도를 지켜야하는 경찰들의 행위라서 충격을 선사한다. 경찰 간부의 갑질 이전에 이들이 인권의식이 낮은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전문가들은 “경찰 조직이 폐쇄적이라서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경우 외부 중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괴롭힘 금지법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를 위한 법이다. 하지만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공무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행히 경찰 조직 내 괴롭힘과 갑질 문화 근절을 위해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갑질신고센터는 2018년 11월부터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금품수수 등 비위를 포함해 내부비리신고센터로 확장됐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비리신고센터는 본청에서 관리한다.

문제는 조사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경찰 조직 내 갑질과 괴롭힘 관련 접수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접수된 106건 중 34건이 ‘불문’ 처리됐다. 불문은 진정을 올린 비위 사실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 사건의 당사자들에 대해 주의·경고 조처 없이 종결된다. 나머지 72건 중 대다수가 는 주의·경고 수준에 머물렀다. 권 의원은 “경찰이 일반 기업과 달리 가볍게 처벌하는 것이 큰 문제”하며 “갑질에 대한 사실관계를 면밀히 파악하고 월권적 위력 행위 방지를 위한 경찰 조직 내 괴롭힘 예방교육을 확대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피해 경찰 직원들은 조사와 징계 조처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갑질을 행한 이들에게 어떤 징계가 내려졌는지, 이유가 무엇인지 듣지 피해자는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경찰관들은 인권의식을 강조했다. 가해자 인권만 인권이 아니라 피해자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경찰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 사람이다. 사람이라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인 인권이 있다. 인권의식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에 대한 개인적 또는 집단적 감정이나 견해나 사상을 말한다. 경찰은 우리사회에 필수적인 이들이다. 곳곳에서 경찰관련 사고가 터진다고 부끄러워하지만 말고 지위를 가진 만큼 상대방과 나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고 인권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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