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發 대기업집단 지정제 폐지 논란을 바라보는 관점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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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 지정제...


앞으로 ‘대기업집단 지정제’로 적힐 제도는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과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현황은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포함) 및 출자총액 제한의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현황을 의미한다.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자산총액합계 순위 30위까지 기업집단으로 지정했으나 여러 해에 걸쳐 변화했고 지난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그중 자산 총액 10조 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될 경우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회사 등의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 등에 관한 공시가 의무화된다.


쿠팡 發 논란?


앞에 적었듯, 국내 기업은 자산 총액이 5조 원 이상일 경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이는 매년 4월 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정, 발표한다. 이때 대기업과 함께 동일인이라고 부르는 총수를 지정하게 되는데, 공정위에서 지분율과 실질적 지배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하게 된다.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이 ‘총수 지정’ 부분이다. 실질적으로 쿠팡을 지배하고 있는 김범석 쿠팡 이사는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쿠팡 법인을 총수로 지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럴 경우 김 이사가 총수가 되었을 때보다 공개해야 하는 정보가 훨씬 적어진다. 그러나 김 이사는 한국에 거주 중인 데다 애초에 외국인 총수 지정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검은 머리 미국인 특혜’라며 법인의 총수 지정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센 것이다.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전원회의실에서 열린 회의가 이 논란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당일에는 조성욱 위원을 비롯한 7명의 공정거래위원이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지 논의했다. 전원회의에서 총수 지정 문제가 논의된 것은 이례적인 만큼 공정위에서 이 문제로 얼마나 고민하는지를 알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에서 27일 게시한 보도 자료에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더 이상 존립 근거 없어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혀 있다. 우선 현시대에는 해당 제도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제도가 지정될 1980년대 당시 우리나라의 시장 개방도가 65.5%였던 것에 비해 2010년대에는 91.5%에 달하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일부 국내 기업의 시장 독점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발굴을 위한 벤처기업, 유망 중소기업의 M&A 등을 저해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규모가 아주 크지 않아도 일단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각종 지원제도에서 배제되고, 계열사의 지원도 각종 제도에 막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라며, 세계 경제에서 더 이상의 역차별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공정위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육성권 기업집단국장은 지정제 폐지 시 집단 소속 기업과 독립 기업 간 공정 경쟁 환경을 저해하게 된다며, 시장 개방도가 높아졌음에도 기업집단 내 상위권으로 이익이 몰리는 문제는 여전하다고 반박했다. 그에 더해 사익 편취 심화를 막기 위해서도 해당 제도의 존립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변화는 필요하지만...


분명 동일인 지정 기준은 동일인의 세습과 IT, 게임 등 신산업 분야의 활성화로 인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나 변화를 꾀할지언정 제도의 완전 폐지는 위험하다는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제도라지만,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생각했을 때 일부는 유효하다. 업계에서도 제도의 완전한 폐지보다 새로운 여건에 맞게 구체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소리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의 특수한 상황과 외국 시장 내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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