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처리수’ 표현…‘세슘 우럭’ 아직도 잡혀
-입법 조사처 “오염수 방류 시 미국·캐나다 등에 가장 큰 영향”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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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물질은 소유할 수 있지만 환경은 특정인이 소유할 수 없다. 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만 갖게 허락될 수 없는 물은 모두가 누리고 있는 혜택이다. 덕분에 누군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을 쉴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터전이 되고 있다. 인간의 몸도 70%가 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감한하면 오염수는 결국 돌고 돌아 우리 모두의 일부가 된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가운데 국제 사회로부터 ‘무분별한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 저장되어 있던 오염수를 2023년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해양으로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계획에 자국민은 물론 인접 국가들도 반대하고 있다. 국내 여론은 물론 해양생태계와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는 야만적인 결정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내보내는 방법은 희석 방출이다. 오염수를 바닷물과 섞어서 환경기준을 만족시켜 내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결정은 정화할 방법이 없는 ‘삼중수소(트리튬)’ 때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1L에 73만Bq(베크렐) 이라고 한다. 베크렐(Bq)은 원자 하나가 내는 방사선 단위다. 오염수 전체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860조Bq로 추정되고 물로 환산하면 16g이다. 문제는 삼중수소가 신체에 축적될 경우 DNA 변형을 일으키거나 생식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일본이 주변국·국제사회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솔하게 결정했다”면서 관련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 자오 대변인은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는 절대 일본의 집안일(국내 사안)이 아니다”면서 “만약 원전 핵 오염수가 유해하지 않다면 일본은 왜 남겨두지 않느냐”고 물었다.

일본 정부는 매일 발생하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더 이상 저장할 부지가 없기 때문에 바다에 버리려고 하지만 비용을 줄이기 위한 핑계라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한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처리수’로 표현…“피해 미국·캐나다 제일 클 것”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표현한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제외한 나머지는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돼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다. 국가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중대 사안을 결정할 때는 이해 당사자를 납득이 가게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처리수’라는 표현만으로 설득하기 쉽지 않다.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는 것에 대한 심각성이 표현을 달리한다고 해서 희석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를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마셔도 괜찮을 만큼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암·백혈병 등을 일으키는 방사성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지금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강력한 자연재해로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바다의 오염은 여전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여기에 원전 오염수 방류까지 강행하는 셈이다.

아직까지 일본의 방류 결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나라는 미국 뿐. 하지만 원전 오염수 방출 시 미국과 캐나다가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8일 발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른 국내 피해 예상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해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경우 오염수의 가장 큰 영향권은 태평양과 미국·캐나다 등 북미 대륙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태평양의 해류는 크게 시계 방향으로 돈다. 후쿠시마 원전이 위치한 일본 동쪽 연안에서 오염수가 방출되면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시계 방향으로 순환하고, 이 과정에서 하와이와 북미 대륙이 가장 먼저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오염수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해선 “해류 간의 충돌로 한반도 동해안에도 소량의 오염수가 유입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구체적 대응방안을 내놨다. 우리나라는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직접 영향권에 드는 태평양 연안국가들과 공조를 강화하고, UN과 WHO 등 다자무대에서 우려를 공론화할 방침이다. 또 IAEA의 검증 과정에 우리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참여할 계획이다.


일본 국민도 원전 오염수 방출 반대…美 매체 “일본이 그 물 써라”


우리는 더러워 진 것을 물로 씻는다. 어떤 물건이든 깨끗하게 정화할 수 있는 것이 물이다. 만약 물이 오염되면 어떤 걸로 더러움을 씻어낼 수 있을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기 전에 막아햐 할 또 하나의 이유다.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는 자국 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어민들도 당연히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후쿠시마 지역 수산업계는 연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지금도 오염 이미지로 어려움을 겪는 수산물 수출 추가감소에 대한 우려를 호소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정치평론 매체인 ‘카운터펀치’는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옹호하는 미국 일부 정치권과 일본을 겨냥해 “일본은 처리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해롭지 않고, 마실 정도로 안전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일본의 말대로 해결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일본이 그 물을 쓰면 된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라고 직언했다.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는 오염수의 바다 방류 대신 ‘대형 탱크 보관’과 ‘모르타르 고체화 보관’ 방법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방사성 물질이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독성이 줄어드는 원리를 활용한 것으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이유에서다.

대형탱크 보관은 삼중수소의 위력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약 12.3년) 동안 탱크에 보관해 독성을 떨어트린 뒤 정제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를 배합해 물로 굳히는 것) 고체화 보관은 고체화된 모르타르 안에 삼중수소를 차폐할 수 있어 오염수 바다 배출은 물론 지하수 유입을 차단하는 장점이 있다. 일본 시민위원회는 이런 대안을 건의했지만 정부로부터 묵살 당했다.

시민위원회가 제안한 두 가지 방법은 방사성 오염수의 안전한 처리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 굳이 바다에 오염수를 방출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는데도 ‘바다 방출’을 결정한 일본의 속내가 궁금하다. 원전 오염수가 바라다로 흘러가면 그 위험은 지구 전체가 맞게 될 것이다. 바람은 기압이 변하면서 생긴다. 이 바람을 타고 물이 이동하고 바다 전체가 순환한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하면 태평양의 미래도 오염된다. 우리는 땅을 밟고 살지만 물 없이는 못 사는 인간이다. 투명성은 최근 들어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풀기 어려운 문제일수록 투명하게 공개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빠른 길일 때가 많다. 일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물이 오염되면 우리 모두가 오염된다는 것을.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일본이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철회하고 평화로운 미래 번영을 위해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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