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이필우, 염정민 기자] 지난 9월 22일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트에 대해 불법파견을 이유로, 가맹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제빵기사와 카페기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권고를 내린바 있다. 파리바게트 본사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서 사실상 직접 지휘 감독권을 행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파견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 5조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광범위한 산업분야에서 근로자 파견 사업이 행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본사의 직원으로 고용을 하는 경우에 해고가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유연성을 확보할 수 없고, 복지나 임금 부분에서 본사의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 문제로 인해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로 산업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기업이 파견법을 회피하는 편법을 사용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트가 협력업체의 고용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파견법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고 권고를 내리게 이른 것이었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트 협력 업체 소속의 근로자들과 노동계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이번 조치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 우리나라 법에는 엄연히 파견법이 존재하지만, 그대로 이행되기란 어려운 점이 있다고 기업 측은 전한다. 모든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수익의 저하를 피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사진 객체 출처는 고용노동부이며, 그래픽은 진우현 기자가 담당했다.

◆ 경영계의 거센 반발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서 경영계의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먼저 시정명령을 받은 파리바게트는 현재는 고용노동부의 조치에 공식적인 대응은 하고 있지 않지만 고용노동부의 권고를 받아들이는 경우 추가 임금 부담이 연 600억 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에 육박할 정도이기 때문에, 제빵업체들과 공동 입장을 표명하고 행정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것으로 입장이 정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 경영자총연합회(이하 경총)는 공개적으로 고용노동부 비판에 나서고 있다. 경총은 상법 제168조의7 1항은 “가맹업자는 가맹상의 영업을 위하여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파리바게트의 근로자 파견은 파견법이 적용될 사안이 아니라 상법이 적용될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파리바게트가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을 한다고 해도 제빵기사와 카페기사들의 근무지는 본사가 아닌 가맹점이 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가맹점 점주가 다시 근로자들에게 지휘, 감독권을 행사하게 되므로 결국은 불법 파견이 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경영계의 반발을 요약한다면, 임금 부분의 상승과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의 몰이해로 인해 고용노동부가 불법적인 시정명령을 파리바게트에게 내린 것이라는 주장이다.

◆ 과연 대립하는 것이 노사정 모두에게 좋은 일인가?

일단 모양새는 근로자와 정부가 경영계를 압박하는 형태이지만, 극한 대립으로 갈 경우에는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고 ‘상처뿐인 영광’만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고용노동부의 안을 받아들여 파리바게트가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한다고 해도, 그 형태는 비정규직 형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비정규직 형태로 고용이 될 경우에 본사 직원과 동등한 복지와 임금체계를 적용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문제는 고용 불안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 5조에 의하면 비정규직의 경우 2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규정이 존재한다.

이 규정은 기 데 현장에서는 정반대로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들이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하지 않기 위해서 2년이 되기 전에 기간만료나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직시키는 근거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즉 파리바게트가 고용노동부의 안을 받아들여서 직접 고용의 형태로 채용한다고 해도 비정규직 고용이라면 2년 뒤에는 고용 자체도 보장받을 수 없는 불안한 상태로 근로자들을 몰아넣게 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관련 업계에서는 잇따르고 있다.

반면 기업들이 고용노동부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극한 대립으로 가도 문제는 발생한다.

경총이 공개적으로 주장했듯이 이 사안이 파견법이나 노동법이 적용될 사안인지 상법이 적용될 사안인지 다투거나 위법적 시정명령이라는 이유로 행정소송이라도 한다면 승패를 떠나 고용노동부, 파리바게트의 재정적, 인적 손실은 피할 수가 없다.

게다가 직접 고용하라는 근로자들을 기간 만료나 다른 이유를 들어 해고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업계관계자는 지적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근로자도 타격을 받겠지만, 기업도 마찬가지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로 인원을 충원해야하고 새로 훈련을 시켜야 하는 것과, 근로자를 쉽게 해고한다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타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훈련된 근로자들을 내보내고 다시 충원해서 재교육시켜야 한다는 점, 이미지 타격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은 파리바게트가 극한 대립의 길을 선택했을 때 감내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 제 3의 길을 모색해야

지난 26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파리바게트가 이해 당사자들과 협의해 자회사·협동조합 설립 등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검토하겠다며, 일단 파리바게트 본사에 대한 시정 명령의 이행을 유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로서도 업계와 극한대립을 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싶다는 의사로 해석된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도 제빵기사, 카페기사들을 당장 직접 고용하는 것은 어렵다하더라도, 기업의 경영 상태를 고려한 점진적 임금인상이나 복지 증진은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자와 극한대립을 해서는 기업으로서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 하에서이다.

기업, 근로자, 정부는 서로 적대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기업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지만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 주체로서 그 사회적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고, 근로자 또한 파업과 같은 극한 대립을 펼치기 보다는 기업과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는 심판자의 입장에서 승패를 결정하듯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중재자의 입장으로서 노사의 갈등을 잘 봉합하는 자세로 이 사태를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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