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1월 온라인상에 한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서울 당산역에서 취객의 난동을 잠재운 한 청년의 모습이 영상에 담긴 것이다.

그런데 취객을 제지하는 데 청년이 선택한 방법이 다소 인상적이었다. 청년은 무력 제압이 아닌 ‘포옹’의 방식을 택했다.

2명의 경찰관이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전철역에서 소리치며 소란을 피우는 취객을 제지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완력으로 제압하려 할수록 취객의 난동은 거세질 뿐이었다.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영상 캡쳐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영상 캡쳐

그때, 취객과 경찰관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청년이 다가와 취객을 안아 주었다. 청년이 취객을 안으며 몇 차례 토닥였고, 이와 동시에 취객의 난동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취객은 고개를 떨구더니 숨을 고르며 청년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강한 힘보다 따뜻한 포옹이 빛을 발한 순간. 이에 누리꾼들은 그 상황에서 포옹해 줄 생각을 한 청년의 용기에 칭찬을 쏟아 냈다.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영상 캡쳐
사진= 연합뉴스 유튜브영상 캡쳐

오래전에는 ‘프리허그’ 열풍이 있었다. 포옹을 청해 오는 불특정 사람을 안아 주는 일종의 캠페인이었다. 프리허그 활동의 의미는 포옹을 통해 파편화된 현대인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이루고자 하는 데 있었다.

외국에서 시작된 프리허그 활동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길거리 프리허그, 교내 프리허그, 선거 유세 방법으로도 활용됐다.

흥분한 취객을 잠재운 청년의 포옹, 오래전 프리허그 활동이 회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질병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 결과를 가져왔다. 물리적 거리 두기는 사람 간 심리적 단절, 공간적 고립 등의 상황도 초래했다. 서로 신체적 접촉을 꺼리는 코로나 시국에 포옹은 먼 과거 이야기처럼 들린다.

한편, 캐서린 키팅의 저서 허그 테라피(hug therapy, 포옹할까요)에서는 포옹의 힘에 대해 ‘신체 접촉은 즐거울 뿐 아니라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건강에 필요하다.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의 즐거움과 건강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포옹

은 아주 특별한 접촉이며, 타인이 나를 받아들인다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 위로 받고 싶은 순간이 생기곤 한다. 화제가 된 영상처럼 때로는 모르는 사람의 이유 없는 선의가 가슴에 큰 파장으로 밀려들기도 한다.

포옹은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를 안겨 준다. 포옹은 가슴과 가슴을 맞대는 행위다. 타인과 가슴을 맞대며 상대가 나를 해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서로를 품는 것이다. 포옹의 힘은 강력하다. 상대의 악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국이 오랫동안 이어져 타인 간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 포옹을 그리워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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