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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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고객만족경영을 강조하는 백화점이나 호텔업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용어로 인식되어 왔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왕이라고 불러주는 곳에서 물건을 사고 하룻밤 잠을 청할 수 있는 것에서 우월감이나 대접을 잘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한 요소이며 마케팅적 접근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실제로 최근에는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 졸도’나 ‘고객 섬김’으로 표현하면서 고객 제일주의를 강조하고 그들을 위한 마케팅 전략에 회사의 명운을 걸면서까지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고객이 없으면 회사의 존재가치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회사 전체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들을 위한 마케팅은 회사 차원에서는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신세계백화점이 초우량고객(VVIP)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 브랜드 매장에 줄을 서지 않고 입장할 수 있는 ‘명품 패스트 트랙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 서비스는 VIP 가운데 연간 구매금액이 1억 원 이상인 다이아몬드 회원과 최상위 999명인 트리니티 회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니 그 매출 규모가 일반 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위화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같다. 특히 코로나19 시대에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이들을 위한 자금 지원이나 재난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VVIP 마케팅이 도입된다고 하니 그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또 롯데백화점은 본점의 매장 리뉴얼 계획을 발표하는 등 2022년 하반기 완성을 목표로 해외 명품 구성비를 50%까지 대폭 확대한다고 하니 코로나19 시대에 보복 소비심리를 대대적으로 활용할 예정인 모양이다. 이 같은 VIP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들의 씀씀이는 점점 커지고 있고 대중적인 소비심리는 경기 기복에 따라서 소비심리가 급변하지만, VIP 고객들은 경기를 크게 타지 않고 안정적인 소비성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되는 고객들에게 더욱 집중하고 돈이 되지 않는 고객들에게는 관심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백화점의 차별화 고객전략, 지나칠 정도로 고객 계층화


백화점들은 고객을 대대적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좋게 말해서 고객 관리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고객의 계층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고객의 구매금액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고 VIP에게는 무료 음료는 물론 주차를 대행하는 발레파킹 서비스는 기본이다. 특히 백화점 라운지는 철저히 등급에 따라 구분되고 있고 일반 고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은밀한 공간에 카드를 스캔하면 등급별 라운지를 구분해 두고 있다. 이 같은 신비감으로 인해서 연말이 되면 서비스 유지를 위해서 자신이 연간 얼마나 구매했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한다고 한다.

이 같은 차별화된 고객서비스의 정도가 점점 도가 지나쳐가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 평촌점이 경기 서·남부지역 특정 아파트 입주민들만 가입할 수 있는 '시그니엘 클럽' 가입자를 모집했기 때문이다. 특정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만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그 이후 롯데백화점 측에서 논란을 해명했지만 그들의 마케팅 전략이 너무도 고객을 차별화하고 계층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갑질과 고객 갑질의 시대


특히 이 같은 고객서비스에 반하는 갑질 논란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롯데마트 잠실점 직원이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을 막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업체 측은 사과문을 올려서 논란을 잠재운 일이 있다. 하지만 고객 갑질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주차장 아르바이트생을 2시간 동안 무릎 꿇렸던 일, 판매사원에게 욕을 하는 일등 고객 갑질도 그 도를 넘은 상태이다. 백화점은 그 고객층을 차별화하고 계층화하는데 갑질을 하고 있고 고객들은 대접을 받고 대우받기 위해 갑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회사 차원의 마케팅 차원에서 고객을 관리하고 세분화하고 그들을 위한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통해서 더욱 충성도 높은 회원들을 많이 확보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다.

특히 회사 차원의 갑질이 있는가 하면 고객 차원의 갑질도 있으니 이제 그 고객 세분화만을 주장하면서 시행되는 차별화 마케팅의 정도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위화감 조성을 미연에 방지함과 동시에 터무니없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진상 고객과 블랙 컨슈머 등 지나친 행동에 대해서는 자중과 비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VVIP를 통해 부자 소비자만을 위한 전략이 차별화 마케팅으로 둔갑해서 고객을 계급화하고 있고 아파트 종류에 따라서도 혜택이 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코로나로 힘든 지금 시국에서 더욱 씁쓸하게 느껴지는 이유인 것 같다. 운전석에 앉으면 운전자가 되지만 횡단보도에 있다면 보행자가 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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