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2016년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을 받은 영화 <스포트라이트, Spotlight·감독 토마스 맥카시>가 7일 밤 KBS1에서 추석특선영화로 방영됐다.

<스포트라이트>는 2002년 미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매사추세츠 주(州) 가톨릭교회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취재하는 지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의 탐사보도 전문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내용은 ‘스포트라이트’ 팀은 지난 30년간 보스턴 내 6개 가톨릭 교구에서 80여명의 아이들이 사제에게 성추행을 당했으며 15년 전 추기경은 이 사실을 알고도 침묵했다는 정황에서 출발, 사건의 피해자와 변호사, 신부와 교구청 등을 찾아가 취재에 취재를 거듭한다.

폐쇄적이고 사실을 은폐하려드는 교구청과 이해관계 때문에 진실 앞에서 눈을 감았던 언론, 권위만 앞세우는 법조계 등의 부끄러운 민낯이 ‘발로 뛴’ 취재 앞에 세상에 공개된다.

▲ 그래픽_진우현 기자

필자는 작년 2월 이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됐을 때 ‘직업병이 발동해’ 관람하면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뚜렷하다.

<스포트라이트>는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고 정의를 구현하려는 탐사 저널리즘의 본령에 충실한 영화다. 나아가 저널리즘의 역할을 재고하게 하고 저널리스트 스스로 자성하는 시간을 갖게끔 유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영화에서 열혈 기자 마이크 레벤데즈 역을 맡은 마크 러팔로는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인터뷰에서 “2800명의 신부가 성범죄를 일으키고 있으며 그들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어떤 실제적인 개혁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질질 끌려가고 있다”라며 가톨릭교회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이 영화의 시사점은 지난 5일 한 달째를 맞은 공영방송 KBS와 MBC 총파업과 무관하지 않아 씁쓸하다. 공영방송 양사의 노조가 함께 일손을 놓은 것은 2012년 이후 5년만이다.

KBS와 MBC의 기자와 PD 등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이유는 지난 10년 동안 정권의 나팔수로 앞장서 활약한 경영진 퇴진 등 ‘언론적폐 청산’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대선 개입, 세월호 침몰, 교과서 국정화, 한일 위안부 협상 등의 보도에 정권의 편에 서서 불공정·편파 방송을 일삼은 결과다.

작년 촛불집회 과정에서도 이들 방송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축소하고 왜곡해 왔다.

시사 프로그램의 소재와 주제를 통제했으며 정권 편이 아닌, 비판적 입장에 선 인사들의 출연도 막았다.

이 과정에서 기자와 PD들은 자신이 만든 뉴스와 프로그램이 처절하게 난도질당하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MBC는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기자와 아나운서, PD를 스케이트장 청소 등 비(非)제작 부서에 발령하는 등 터무니없는 인사를 자행했다.

공영방송은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까닭에 그 어떤 세력에도 휘둘려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이 공영방송을 전리품처럼 움켜쥐는 불행이 거듭되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8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하게 무너진 것이 공영방송”이라며 “방송의 무너진 공공성과 언론 자유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주문했다.

이에 방통위는 감독권을 원칙대로 행사해 공영방송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언로(言路)가 막히고 언론이 무너지면 견제와 감시는 사라지게 되고 권언유착의 흑막 뒤에서 국정은 병들어 갈 수밖에 없다.

보스턴 글로브 경영진의 ‘스포트라이트’ 팀에 대한 ‘묵묵하면서 과감’한 지원과 격려, 결단 등이 없었더라면 가톨릭교회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은 아직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가 가슴에 울림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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