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퍼지는 악성 ‘문화공정’, 지재권 피해 2조4천억↑
-정부 “주기적으로 중국에 상표 출원여부 확인할 것” 당부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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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중국의 한국 베끼기가 도를 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상표 도용 피해를 본 한국 기업은 2753곳으로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의류·화장품이 주를 이룬다. 교묘한 표절에 그치지 않고 아예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다음 중국 내에서 상표를 선점하고, 원래 주인인 한국 기업이 항의하면 대가를 요구해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등록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기 어려운 신생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경우도 늘어 문제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문화공정이란 각국의 다양한 문화들을 마치 중국이 원조인 것처럼 만들려고 하는 행태를 말한다. 중국의 위조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류 문화의 세계적 확대에 저해되는 중국의 행태는 바로잡아야 한다.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은 한복과 김치를 자국 문화 유산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대해 분노가 치솟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도 촉구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특허청에서 최근 제출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자사의 상표가 도용된 한국 피해 기업은 2753. 이는 지난 2019(797)보다 245%나 늘었다. 피해기업 수는 2016(301)부터 점차 늘긴 했지만 지난해 증가 폭이 컸다.

국내 빙수 전문브랜드 설빙은 올해 초 중국의 상표모방으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 결국 한국 설빙이 중국 회사를 상대로 상표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중국의 한 업체는 설빙과 같은 로고는 물론 메뉴, 글씨체, 인테리어까지 모방해 수백 곳을 영업 중이었다. 내막을 모르면 어떤 곳이 원조인지 판단이 어려울 정도다.

다행히 중국 상표평심위는 상표 무효심판에서 이례적으로 한국 설빙의 의견에 동의했다. 중국 업체가 등록한 상표모방 업체가 정상적인 상표 등록 질서를 어지럽히고 공정한 경쟁 질서에 해를 끼쳤다는 데 인정했다.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상표모방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업체는 선출원주의를 적용하고 있다. 선출원주의란 가장 먼저 출원한 자에게 특허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원칙상 상표에 대한 우선적 권리를 갖는다. 이 선출원주의의 부작용 중에는 타인의 상표를 우선 등록해 원칙상 상표에 대한 우선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브랜드가 돈이 되다 보니 대놓고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한국 기업의 상표를 미리 중국에 등록한 뒤 이들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웃돈을 요구하는 상표 브로커도 많아 졌다.


중국, 단순 모방에서 넘어유튜브 음원 저작권까지 가로채


중국의 문화공정은 중국의 유명 유튜버가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게재하며 Chinese food’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김치에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인 한복이 중국의 한푸(중국 한족의 전통복장)’를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어른이 된 남자가 머리에 쓰던 의관인 또한 중국이 원조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실제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가 한국의 김치를 국제 표준으로 인정한 것으로 정리된 사안이다.

한국 기업 파리바게뜨·네파·모노크롬·네이처리퍼블릭·풀무원·호식이두마리치킨·오롤리데이 등은 중국에서 대놓고 상표 도용을 당했다.

기업 브랜드나 상표, 상품을 베끼는 것보다 더 심각한 분야가 바로 저작권이다. 의혹이 불거진 한국 드라마는 커피프린스 1호점’, ‘미남이시네요를 표절한 행복삼과성이 있다. 예능은 프로듀스 101’과 비슷한 우상연습생’, ‘윤식당과 비슷한 포맷의 중찬청’, ‘쇼 미더 머니와 유사한 랩 오브 차이나외에도 다수다.

이뿐 아니라 한국 가수들의 유튜브 음원 저작권까지 가로챘다. 아이유, 윤하, 이승철 등 국내 유명 가수들의 음원이 포함된 유튜브 동영상에 중국 음반사들이 저작권자로 표기된 사례가 발각됐다. 곡을 무단 변형하고 가수 이름과 앨범 명까지 중국어로 바꿔 콘텐츠 ID’를 먼저 등록하면 수익이 그대로 중국 음반사에 돌아간다.

중국이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 게임·만화·영화, 아이돌 그룹·노래까지 도용하는 사례를 숱하게 접해온 네티즌들은 분노하며 이제라도 법적 조취를 취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상에서도 정부가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적극 나서주기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의 불법 저작권 침해가 도를 넘어선 만큼 정부 차원의 정확한 데이터 집계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왔다. 김승수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중국 게임사가 만든 황야행동은 한국 펍지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인용한 한국저작권보호원의 ‘2019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 피해 건수는 9558만개, 피해 시장 규모는 24916억원에 이른다. 김 의원은 게임과 문화콘텐츠업계의 저작권 피해 상황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하다피해 규모 등 정확한 데이터 집계와 대응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선출원주의 앞세우는 중국, “우리 정부 적극 방어 필요해


손 안 데고 코푸는중국의 행태에 우리 국민들은 선을 넘었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국은 선출원주의를 악용해 이미 많은 상표를 모방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상표권 무단도용으로 우리 기업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함에도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특히 상표권을 타인에게 뺏길 경우 상표권을 되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 중소기업의 경우 중도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특허당국은 국내 기업의 피해를 예방하려면 당장 해외진출 계획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중국과 동남아에 자사 상표가 출원됐는지 확인할 것을 당부한다.

중국의 상표 모방으로부터 소중한 브랜드를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라도 빨리 상표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상표모방 사례들을 인지하는 것이 훨씬 어려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해외 사업 확장 가능성이 있다면 브랜드 런칭 시 반드시 해외시장 상표를 확보할 것을 조언한다.

중국의 상표권 도용이 문제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시작된 동북공정부터 최근 불거진 김치·한복에 대한 문화공정까지. ‘위조가짜가 판치는 곳이니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다가 원조가 짝퉁에게 손해배상을 해야하는 모양새라서 안타깝다. 우리 정부도 세계에 한류바람이 더욱 순풍을 타고 흐를 수 있도록 대책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2017년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두고 외국에 의한 지적재산권 해적 행위가 매년 수십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보게 만든다고 지적했듯 우리도 할 말은 해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국민들도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우리 고유한 역사와 우리 것의 소중함을 알 때 중국의 무도한 베끼기혹은 대담한 도둑질에 확실히 대응하고 분란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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