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박종복 SC은행 은행장은, 제일은행이 그 동안,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SC제일은행으로 그 사명을 바꾸는 동안, 줄곧 자리를 지킨 38년 차 ‘정통 제일맨’이다.

지난 2014년 12월 23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차기 은행장으로 박종복 리테일금융총괄본부 부행장(59)을 선임했다. 박 부행장은 2005년 SC은행이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첫 한국인 은행장이 된 셈이다.

박 행장의 임기는 2015년 1월 8일부터 시작했으며, 박 행장은 SC금융지주 회장도 겸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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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_황규성 그래픽 디자이너

◆ 글로벌네트워크 가진 한국최고의 국제적 은행 비전 제시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은 취임 후, 2015년 2월 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SC은행을 국제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토착화된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으로 만들겠다”며 비전을 제시했다.

박종복 행장은 2015년 1월 8일 취임 이후 첫 공식 행사로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서 재임 기간 동안 추진할 경영방침과 전략을 소개했다.

박 행장은 “SC은행만이 가지는 강점을 활용해 한국기업의 해외진출과 해외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진입을 도울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SC은행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한국 유일의 대규모 영업은행이라는 장점을 살려 국제적 은행으로 차별화하고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행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토착화 및 현지화된 전략 ▲기업금융 및 리테일금융의 균형 ▲현장경영 등 4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 자료정리: 김지훈 기자

◆ 하지만 실상은 고질적인 수익악화와 경쟁력 저하

사실 SC은행이 첫 한국인 은행장을 선임을 한 것도, 박종복 은행장이 글로벌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업금융에 강점을 살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도 모두 외국계은행이 국내에 들어와 전체적인 은행권의 저금리기조와 맞물리고, 국내 대형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수익성 악화 등 불황에 빠져,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SC그룹은 국내 현지화 실패로 인한, 리테일금융 축소를 한국인 행장을 첫 선임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고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 2014년, 2015년 고질적 적자기록

SC은행은 지속적인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의 실적악화를 겪어오다, 2014년 영업이익 -1,277억 원, 당기 순이익 -645억 원, 2015년 영업이익 -3,646억 원, 당기 순이익 -2,857억 원을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기록 했다.

이에 따라, 박 행장은 2015년 말, SC은행은 곧바로 인원 감축에 나섰으며, 박종복 행장은 당시 “어려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영업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특별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노사 합의를 통해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며 당시 상황을 미화했다.

SC은행은 2014년 이후 대대적인 비용관리와 구조조정 등 수익관리에 힘쓰며, 2014년 말 4,184명이던 일반직원수가 2015년 3,300명으로 884명이 줄어들어, 21%나 감소했다. 그리고 2016년 말에는 3,246명으로 집계됐다.

▲ 단위: 백만원,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 박종복 은행장의 배수진, ‘제일’브랜드 부활

2015년 3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이사회에 참석한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배수진’을 쳤다. 이 자리는 영국 본사 임원들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모인 SC그룹의 은행장들이 한곳에 모인 자리였다.

박 행장은 그 자리에서 “한국 고객들에게 다가가려면 ‘제일’이라는 브랜드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며 “명칭을 바꾸지 않으면 오히려 한국 내 영업은 정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참석자들을 설득했다.

▲ 단위: 명.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이러한 박 행장의 노력으로, 지난 2011년 12월 은행명이 한국SC은행으로 바뀌면서 사라졌던 ‘제일’ 브랜드는 2016년 4월 다시 부활하게 됐다. 제일은행은 지난 1958년 ‘제일’ 이라는 브랜드를 첫 사용한 뒤 1990년대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하다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하고 1999년 미국계 사모펀드 뉴브리지캐피털에 넘어갔고 이후 지난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을 다시 새 주인으로 맞은 바 있다.

SC은행에서 다시금 제일이라는 브랜드를 붙여서 일까, 2016년 1분기 이후, SC제일은행은 한국인들에게 다시 친숙한 이미지를 어필하며 점차, 분기별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 SC그룹 한국친화 전략 이면…인색한 사회공헌, 고배당 정책 ‘먹튀’ 논란…사회공헌도 최하위, 고배당 정책으로 인한 국부유출 우려

SC제일은행이 올해 상반기 기준 6년 만에 최대 실적인 1,94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동기(1280억 원) 대비 51.7%(662억 원)이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대주주인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에 고액의 배당금을 송금하면서 소위 ‘먹튀’ 논란이 일고 있으며,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사회공헌 지출로 비판을 받고 있다.

16일 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C제일은행의 배당금은 800억 원으로 당기순이익(2245억 원)의 35%를 해외로 송금했다. 특히 배당성향의 경우 6대 시중은행 평균 배당성향인 32.03%보다 높은 35.78%로 제일은행의 최대주주는 영국에 있는 스탠다드차타드 NEA(Standard Chartered NEALimited)이며 보유 지분은 100%다.

앞서 지난 2014년에는 7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1500억 원을 배당하면서 당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어 2015년에는 287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배당을 일시 중단했지만 지난해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800억 원의 배당을 결정한 것이다.

SC은행의 배당금은 본국인 영국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자본의 유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공헌에도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익만 가져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16 은행 사회공헌활동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SC제일은행의 사회공헌 활동 금액은 28억 원으로 이익 대비 사회공헌 비율은 1.72%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NH농협은행(923억 원), 우리은행(514억 원), KB국민은행(463억 원), 신한은행(366억 원), KEB하나은행(243억 원) 등 시중은행의 순익 대비 평균인 3.9%와 비교하면 최하위를 기록했다.

▲ 단위: 백만원,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 국부유출 우려 논란 속, 박행장의 연봉은 꾸준히 상승

SC제일은행이 매년 수천억 원의 배당금은 물론 브랜드사용료 등 갖가지 이유로 자산을 해외로 빼돌려 ‘국보유출’ 논란이 심한 가운데, 이런 여파에도 SC제일은행은 직원들의 처우는 외면한 채 임원들 연봉 올려주기에만 급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종복 행장은 2015년 취임 후 받은 첫 보수는 5억 2,000만원 이었지만 2016년 연봉은 5억 8,300만원으로 6,300만원이 올랐으며, 여기에는 3년 후 지급이 확정되는 주식기준 보상 4만9,610주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금액으로 추후 받게 될 주식 보상까지 합계를 하게 되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 외국계 은행 친숙한 이미지 전달 성공적, 하지만 지속성은 물음표(?)

SC은행 최초의 한국인 행장인 박종복 행장은 SC그룹의 국내 현지화 실패로 인한, 대응책으로 선임이 되어, 한국인들의 머리 속에 잊혀져 있던 ‘제일은행’이란 브랜드를 부활시켜, 외국계 은행이지만, 국내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다시금 불러일으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도 조금씩 개선추세에 있지만, 이와 다르게 실상은 낮은 사회공헌도와 국외로 나가는 고배당 정책과 직원들의 구조조정과는 반대로, 임원들의 고액연봉과 연봉상승은, 국내 정서상 반발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제일은행’으로 불러일으킨 향수효과가 얼마나 지속이 될지, 박종복 은행장과 SC제일은행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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