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추진 계획에 적색등이 켜진 모양새다.

신고리 공론화위원회는 20일 471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의 의견을 종합해 정부에 공식적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권고안을 제출했다.

공론화위의 최종 조사에서 건설 재개 의견은 59.5%로, 건설 중단 의견(40.5%)을 오차 범위를 넘어서는 19%포인트 차로 앞섰다.(±3.6%·신뢰수준 95%)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통해 건설 재개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바로 “공론화위의 정책 권고를 존중할 것”이라며 권고안 수용 의사를 밝혀 이르면 다음 달 중단된 원전 공사는 다시 삽을 뜨게 됐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에너지정책 공약의 하나로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내걸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백지화하고 원전 설계 수명은 연장하지 않겠다”며 ‘탈 원전 시대’를 선언했다.

그러나 중립적 인사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일정 규모의 시민배심원단이 공사 재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원전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핵폐기물 문제가 더해져 각국의 탈 원전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 원전 산업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으며, 원전과 화석연료 대신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안전성을 이유로 원전을 무조건 죄악시할 수 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세계에서 맨 처음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것은 미국의 원자로 EBR-1이며(1951년 12월, 실험적으로 200kW의 발전에 성공) 세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는 옛 소련의 오브닌스크 원자력발전소(1954년 6월 발전개시, 출력 500MWe)이다.

고리원자력발전소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운영하고 있는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 및 효암리,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이다.

1971년 11월에 착공되어 1977년에 완공되었고 1978년 4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대한민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이다. 이로써 세계에서 21번째 원전보유국이 되었으며, 지속적인 원전건설을 추진하여 2017년 6월 19일 기준으로 24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신고리 5·6호기에는 지난해 6월 건설허가를 얻은 뒤 공정률 28.8%, 1조6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상태다. 공사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면 민간 업체 배상금을 포함해 2조6000억원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된다. 공사에 참여한 수백 개 업체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번 공론화위의 권고안을 보면 ‘탈 원전’의 긍정적인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공론화위는 ‘원전 발전 비중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라는 내용’도 권고안에 담았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원전 발전의 방향도 함께 물은 결과, 시민참여단 53.2%는 원전 발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원전 유지는 35.5%, 확대는 9.7%였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응답이 많았지만, 이후 추가적인 원전 건설에는 반대 입장이 많은 것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번 결정으로 단계적 탈 원전의 시계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과반수가 넘는 시민이 장기적 탈 원전에 대한 분명한 지지를 표명했고, 정부 역시 에너지 전환 정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재차 밝혀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린피스의 장다울 선임 캠페이너는 이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전문가로 참여했다.

그는 “세계 최대 규모, 최다 밀집 원전 건설로 가중되는 위험을 줄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하지만, 이번 공론화를 통해 탈 원전·에너지 전환이 우리 모두의 안전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경쟁력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평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 원전’ 정책을 놓고 무엇보다 그동안 찬반을 둘러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

자칫 김대중 정부 시절 공사 재개 여부를 놓고 엄청난 국론 분열을 겪었던 새만금 간척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탈 원전 정책은 임기 5년의 단임 정권이 조급하게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국가의 에너지 수급과 비용 등을 두루 따져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안전하고 깨끗하며 새로운 산업 경쟁력 창출에 도움이 되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대책 없는 탈 원전으로 훗날 에너지 대란을 자초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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