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소문난 애견인으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65번째 생일선물로 강아지를 받아 화제를 받으면서 우리나라 대통령의 ‘퍼스트도그’(대통령의 개·first dog)에 대한 관심도 높다.

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러시아-투르크메니스탄 정상회담에서 중앙아시아 양치기 개인 ‘알바이’ 한 마리를 푸틴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푸틴 대통령은 크게 기뻐하며 러시아어로 충성스럽다는 뜻의 ‘베르니’라는 이름을 강아지에 지어줬다. 또 베르니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역대 대통령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한 ‘퍼스트도그’의 일생 역시 주인과 닮아 눈길을 끈다. 퍼스트도그는 청와대에서 대통령 가족과 함께 사는 강아지로 한 국가의 상징적 동물이 되기도 한다.

▲ 역대 대통령들은 청와대에서 반려견들과 함께 지냈다.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은 토리를, 이승만 전 대통령은 킹찰스스패니 종 4마리를,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진돗개 백구와 스피츠종 방울이를, 전두환 전 대통령은 송이와 서리,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우리와 두리,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진돗개 청돌이를,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진돗개 희망이와 새롬이를 청와대에서 함께 지낸 바 있다./ 그래픽_진우현 기자

대통령들이 반려견을 키우는 이유는 일반 애견인과 다르지 않다. 반려견과의 교감은 사람에게 심리적인 위안과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게 전문가들 얘기다. 나아가 대통령들에게 반려견은 인간적 면모를 홍보하는 정치적 수단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반료동물 권리 신장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 정도로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은 애견인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반려견 ‘토리’, ‘마루’와 산책을 하며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 동물보호단체 ‘케어’에서 토리를 공식 입양했다. 토리는 2015년 경기도 남양주 한 폐가에서 발견된 학대받은 믹스견이다. 마루는 경남 양산 사저에서 지내다 지난 5월 14일부터 청와대에 입성했다. 풍산개 대형견인 마루는 8살 수컷으로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에 가깝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토리를 쓰다듬는 사진과 함께 “출근길에 배웅해 주고 퇴근하면 반겨주는 토리. 목이나 배를 쓰다듬으면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좋아 어쩔 줄을 모릅니다”라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치고 애견인 아닌 경우가 드물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결혼 전 미국에서부터 키우던 킹찰스스패니얼종 4마리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퍼스트도그다. 이들은 경무대뿐 아니라 연병장 사열 때도 이 전 대통령과 함께 등장했다. 이 전 대통령이 하야 후 하와이로 망명을 갈 때도 동행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스피츠종 ‘방울이’와 진도군수가 선물한 진돗개 ‘백구’, ‘황구’ 등을 키웠다. 방울이는 하얀 털과 귀여운 외모로 가족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직접 방울이의 그림을 그리거나 과일을 깎아주는 등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방울이는 박 전 대통령 서거 뒤 그의 신발을 베고 잘 정도로 주인을 그리워했다고 전해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반려견 ‘송이’와 ‘서리’의 밥을 직접 챙겨주고 청와대에서 산책을 시킬 정도로 반려견을 예뻐했다. 이들은 청와대 생활 이후 2003년 전 전 대통령의 재산압류 때 경매 대상으로 나왔다. 40만원에 각각 낙찰됐는데 낙찰자는 이후 전 전 대통령에게 되돌려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최초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 2마리를 선물 받았다. 입양 당시 이름은 ‘단결’과 ‘자주’였으나 후에 우리 정부가 ‘우리’와 ‘두리’로 개명했다. 우리와 두리는 약 5개월간 청와대에서 동서화합 차원에서 경산 삽살개와 함께 자랐고 이후 진돗개와 교배해 ‘통일견’을 낳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반려견을 키우지 않았지만, 대통령 퇴임 후 고향인 봉하마을로 내려가 보더콜리종 ‘누리’를 선물 받아 키웠다. 노 전 대통령의 적적함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였던 누리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스스로 집을 나가 실종돼 안타까움을 안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전부터 키우던 진돗개가 낳은 ‘청돌이’와 함께 청와대에 입주했다. 이 전 대통령은 청돌이를 두고 ‘출근길 나의 동반자’라고 부를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퇴임 후 사저에 데리고 가서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청돌이와의 생활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반려견을 정치에 자주 활용했다.

새해 업무보고에서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을 강조했고 비선 실세 의혹 당시에는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이웃주민에게 선물 받은 진돗개 ‘희망이’, ‘새롬이’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왔다. 희망이와 새롬이는 이후 7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청와대에서 나오게 됐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를 마친 후 반려견과 함께 청와대를 나왔지만, 박 전 대통령은 희망이와 새롬이를 두고 나가 유기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희망이·새롬이와 새끼 2마리는 진도개혈통보존협회로 입양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새끼 3마리는 가정집에 분양됐지만 2마리의 거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반려견인 진돗개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로 선정하라’면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부 장관을 스위스로 급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박 전 대통령은 반려견 마저도 홍보도구로만 삼았던 것 같다. ‘강아지 외교’는 커녕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세계 각국에서 경악할 일이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