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소비트렌드 ‘홈스테이’…가치소비 우상향 중
헌 물건이 돈 되는 시대, 경찰 “중고거래 시 사기 주의”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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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은 물론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와 카드사 입장에선 호재다. 이처럼 억눌린 소비심리가 풀려 명품소비가 늘어난 현상인 보복소비(Pent-Up)’와 더불어 가치소비가 함께 떠오르고 있다. 팬데믹 시대를 대변하는 소비트렌드는 보복소비하나 뿐이 아니었다. 보복소비와 정반대 지점에 가성비와 만족도를 세심히 따져 구입하는 가치소비도 우상향 중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시대를 관통하는 소비행태의 새로운 변화를 ‘H.O.M.E. S.T.A.Y.’라는 키워드로 정의하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 시대 소비행태 변화와 시사점 조사를 통해 코로나19가 만든 최근 소비 트렌드 변화를 분석하고 소비 키워드를 이같이 발표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홈코노미(Homeconomy), 온라인쇼핑(Online shopping), 건강에 대한 관심(More Health),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 등이 일반적인 소비 트렌드가 됐고 구독서비스(Subscription), 중고거래(Trade of used goods), 보상소비(Act of reward), 라이브커머스 등 새로운 채널(Your new channel)의 쇼핑 경험도 확산되는 추세라면서 이런 소비 트렌드는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콕이 늘면서 중고거래도 활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2명 중 1(49.1%)은 중고거래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중고거래 이용자 중 41.3%는 코로나 이후 거래 빈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비슷하다는 이는 45.2%를 차지했으나 중고거래가 줄었다는 응답은 13.4%에 그쳤다. 코로나로 집콕과 함께 알뜰족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중고시장의 터줏대감 중고나라부터 최근 유행하는 당근마켓까지 중고거래산업이 뜨고 있다


가치소비 지향하는 MZ세대 중고거래앱 사용


경기도 안양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A씨는 최근 아이가 사용할 주니어 카시트를 중고로 구매했다. 해당 카시트는 새 제품이 40만원을 훌쩍 넘지만 당근해서’ 10만원에 구매했다. 해당 제품은 2019년에 제조됐고 관리가 잘 된 편이라 A씨의 만족도가 높다. 그리고 이전에 사용하던 유아용 카시트는 당근마켓에 무료 나눔(드림)했다. 두 살 터울의 형제를 키우는 A씨는 유아용 카시트의 상태가 괜찮지만 돈 받고 팔기에는 오래 사용했던 점을 감안해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다행히 당근마켓에 올린 지 얼마안가 새 주인이 나타났다. 서로 약속시간을 정하고 A씨의 현관문 앞에 유아용 카시트를 두고 비대면 거래했다.

A씨뿐만 아니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중고 시장을 이용하는 이들이 필자 주변에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B씨는 한번 당근에 맛들이면 자꾸 집안에 당근할 게 없나 살펴보게 된다고 증언한다. 나한테 필요 없는 물건을 팔거나 무료 나눔하면 물건이 정리되면서 집안이 깨끗해지는 효과가 있다.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 이들은 중고거래 시장의 대표 앱 당근마켓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해 9~3월 조사한 국내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를 살펴보면 월평균 3300만명이 스마트폰으로 쇼핑했다. 이 중 중고거래앱은 최근 1년 새 94%나 늘어 지난 3월 한 달 동안 16405219명이나 사용했다. 이는 작년동기대비 약 2배 늘어난 수치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29.54%)가 가장 활발하게 이용했다. 30(25.16%)40(24.13%)가 그 뒤를 이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당근마켓(15194659)의 점유율은 93%나 됐다.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당근마켓은 일상이 됐다.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의미로 2015년 출시돼 지역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바일로 자신의 동네를 인증해야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반경 6에 거주하는 동네사람끼리 직거래가 가능하다. 앱을 이용하니 발품을 팔지 않고도 원하는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판매자 누적 후기를 보면서 사기 여부도 구별할 수 있다.

그동안 무심코 버렸던 물건, 지인에게 주기엔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망설였거나, 버리기엔 아까운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소소한 기쁨이 있다. 또 생활용품을 무료 드림해서 필요한 사람에게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효과도 있다.


당근하니 지구가 살아난다가격 너무 저렴하면 의심해야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앱의 활성화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비대면·집콕트렌드를 반영하듯 온라인과 모바일이 중심이 된 유통 플랫폼의 재편이 한몫 했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한 비대면 거래가 증가에 따라 중고거래 사기도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전자기기를 싸게 판매한다는 허위 글을 올려 약 32000만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20대 남성을 구속 송치했다고 최근 밝혔다. 태블릿 PC 등 인기 전자기기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다는 게시물을 올려 해외직구로 물건을 가져오기에 정품이 맞다며 구매자들을 현혹했다.

경찰 등에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품 시가보다 지나치게 저렴하게 판매되는 상품을 주의해야 한다. 경찰청 사이버캅앱에서 판매자 전화·계좌번호 신고 이력을 확인하는 것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고거래앱 이용자들은 구매자가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동네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중고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중고거래 및 관련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행태를 조사해 올해 2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중고거래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64%에 달했다. 중고거래에 대해 긍정적이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는 전체의 67%부정적이고 의향이 없다고 답(12%)보다 5배 가량 높았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자원 재활용과 함께 연결은 당근마켓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하는 가치라며 당근마켓은 온라인 마을회관 기능(지역 공동체)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려질 뻔 한 물건을 재사용하니 중고거래를 통해 환경보호 효과도 있다. 중고거래로 재사용할 경우 소유자만 바뀔 뿐 제품 생산·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실제 중고거래 이용자들은 중고거래가 환경 보호·자원 재활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접어든 가운데 알뜰하게 소비하려는 실용적 소비 추세와 맞물려 중고거래 시장도 성장 중이다. 이처럼 새 물건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그에 맞게 소비하는 MZ세대의 가치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덕분에 중고거래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었다. 이전 세대가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헌 물건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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