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억8백만원 부과…산부인과 저리 대출·부당 고객유인

“공정 경쟁 정착돼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보장해야”

산양분유를 제조 판매하고 있는 일동후디스. 이 업체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자사의 분유만 사용하게 끔 불법적으로 리베이트를 건네 적발됐다. 일동후디스는 아기가 입에 익숙한 분유만을 먹고 있다는 점을 착안하여 이 같은 불법적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산양분유를 제조 판매하고 있는 일동후디스. 이 업체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자사의 분유만 사용하게 끔 불법적으로 리베이트를 건네 적발됐다. 일동후디스는 아기가 입에 익숙한 분유만을 먹고 있다는 점을 착안하여 이 같은 불법적 행태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국내 유제품 회사인 일동후디스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자사 분유만 사용하라며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일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사용하던 분유가 꼼꼼한 선택이 아닌 불법 영업의 결과라는 것.

상황을 모르는 산모들은 산무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아이에게 좋은 제품이라 추천하는 걸로 오해할 수 있다. 실제 필자도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 아이에게 처음 먹인 분유를 계속 먹였다. 이유는 아이가 그 분유를 잘 먹고 배탈이 안 났기 때문이다. 미숙한 아이가 탈 없이 먹을 수 있느냐는 정말 중요하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처음 먹인 분유가 무난하게 맞다 싶으면 그 제품을 고수하는 실정이다.

이런 점을 국내 분유 시장 3위 업체인 일동후디스가 악용했다.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산후조리원 351곳에 프리미엄 산양유아식 1단계13억원 상당의 자사 분유를 공짜로 뿌렸다. 여기에 자기네 분유를 수유용으로 써달라며 산부인과 병원 등에 싼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대부사업을 하는가 하면 인테리어나 단합대회 비용을 대신 내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은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은 산모들에게 일동후디스 분유만 제공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태는 법으로도 막고 있다. 식품표시·광고법 제71항은 조제유류를 의료기관이나 모자 보건시설, 소비자에게 무료나 저가로 공급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법에서 분유 등 유제품의 무료 공급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분유의 경우 초기에 사용한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고착화 현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분유 회사들이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 대한 영업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3일 유통업계와 공정위에 제재 조치를 받은 일동후디스로부터 경제상 이익을 제공받은 산부인과 병원 및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답한 7개 산부인과 병원 가운데 6개는 일동후디스 분유만을 독점으로 사용하도록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결국 산부인과에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해 공정거래법을 어긴 일동후디스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과 과징금 4800만원을 부과했다. 이 회사는 2011년에도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돼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10년 만에 똑같은 혐의로 또 처벌 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분유 회사가 대금사업도 해대부사업 중단 방침


일동후디스는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자사 분유를 독점 납품하기 위해 일종의 대부사업'도 했다. 예컨대 창업하는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일동후디스는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산부인과 3곳과 자사 분유만을 사용한다는 약정을 맺고 당시 시중금리보다 낮은 저리로 총 24억원을 빌려줬다.

공정위는 일동후디스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3(부당한 고객유인) 및 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12 4호 가목(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재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23조는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 행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부당한 고객유인은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 기타의 부당한 고객유인 등이 있다.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이란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춰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제의를 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모는 퇴원 후에도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은 분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이번 조치를 계기로 리베이트 제공과 같은 비정상적인 경쟁 수단이 근절되고, 공정한 경쟁질서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분유제조사의 불법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동후디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을 대상으로 하던 금전대부 사업을 중단할 방침이다. 현금 및 물품 제공과 관련해선 “2011년 리베이트 문제로 과징금을 받은 후 문제를 시정해 왔다이번에 지적된 사안은 기존 계약(대출·무상제공)이 종료되지 않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불법 리베이트소비자 선택권 저해공정 경쟁 정착돼야


5년 전 처음 간 산후조리원,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엄마였던 필자는 성치 않은 몸으로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냈다. 말 그대로 몸을 조리하기 위해 가는 곳이지만 초보 엄마들은 육아법부터 육아 용품까지 이것저것을 익힌다. 나름 하루 일과표대로 움직이는 곳이다. 필자도 거기에서 아이 돌보는 방법을 설명 듣고, 아이 목욕시키기는 법도 처음 배웠다.

산후조리원은 우리나라 산모들이 10명 중 8명은 간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출산 후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부모들은 많은 준비를 한다. 육아서도 읽고, 제품을 고를 때도 아이가 먹고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꼼꼼히 따진다. 그 중에서도 처음 아이를 키울 때는 분유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부모들은 아이에게 잘 맞고, 잘 먹을 수 있는 좋은 분유를 고르기 위해 인터넷을 샅샅이 살핀다. 대게는 소화가 잘 되는 분유를 선택하거나, 산후조리원에서 먹던 분유를 계속 먹이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은 분유제조업체의 산부인과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 크게 보면 소비자들의 선택권과도 관련이 있다. 불법 리베이트로 얼룩진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산모와 신생아들은 주는 대로 받게된다. 일동후디스의 분유도 좋은 제품일 수 있지만, 모두에게 최적화된 제품은 아닐 것이다. 이런 불법 리베이트 행위는 산모와 신생아들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소비자의 자기결정권과 자유로운 선택권 보장은 법으로 보호받고 있다. 우리 모두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한 권리가 있다. 인생의 큰 흐름부터 작게는 상품 소비도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 나한테도 다 좋은 건 아니다. 압박 없이 자유롭게 본인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시대다. 산모도 신생아도 사람은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살아간다. 공정위의 말처럼 분유업계의 공정한 경쟁이 정착돼야 한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분유제조업체와 소비자 모두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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