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조선시대 실학의 대가이자 명재상인 유성룡의 15대 후손으로 임직원들에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유명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후, 한일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에 발을 들이면서 증권업계에서는 최연소 CEO의 탄생을 기록하기도 한 인물이다.

유상호 사장은 지난 1988년 대우증권 국제부, 1992년 대우증권 런던현지법인 부사장을 역임하던 시절에는, 국제금융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이후, 메리츠증권, 동원증권을 거쳐,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합병하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금융권으로서는 최장수 CEO이다. 벌써 10년째 한자리에서 집권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실적도 양호한 상태다. 다만, 장기집권에 따른 사내 기강해이 등이 문제가 돼 횡령사기 등이 일기도 했다.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47세 전문경영인 자리에 오른 국내 최연소 CEO이자 최장수 CEO 기록 중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메리츠증권 전략기획본부장 겸 기획재정본부장 상무이사로 일하다가 2002년 동원증권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이 유상호를 영입하는 데 1년 동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했으나 반복되는 구애에 결국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후 2005년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한국투자증권 부사장이 됐다. 2007년에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됐는데 당시 나이 47세로 증권업계 최연소 CEO를 기록했다.

◆ 유상호 사장 10년 연임의 기록적 성공신화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23일 오전 주주총회를 열고 유상호 현 사장에 대한 재선임 안을 통과시켰다. 10번째 연임 성공이다. 유 사장은 “10년 연속 재신임을 받은 건 임직원 모두 힘을 합쳐 회사가 성장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매진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 증권사 CEO 평균 재임 기간이 3년 안팎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기록이다.

▲ 정리_김지훈 기자

◆ 최장수 CEO의 이유 ‘실적’

유상호 사장의 주요 성과로는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업계 최상위 실적을 달성한 점이 꼽힌다.

특히 'IB(기업금융)-AM(자산관리)'모델을 중심으로 한 수수료 기반(Fee-Based)로 수익구조를 개편했다. 국내 증권업계 최초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투자회사 중 가장 다변화되고, 안정적 수익기반을 구축했다.

또한 자산관리와 브로커리지, 투자은행 업무 등 각 분야에서 최상위 실적을 기록했다.

새로운 기회의 효율적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한 것도 대표적 성과다. 지난해 자기자본을 4조원대로 확충하며 초대형IB 진입했다. 2007년 취임 당시에는 자기자본 1조 7,900억 원에 불과했다. 따라서 유상호 사장은 10년 동안 회사의 규모를 2배 이상 키운 셈이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 지분 4%를 인수하는 등 신 사업 확대로 업무간 시너지 창출을 통한 수익기회를 확대했다.

더불어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뉴머니(New Money) 창출’ 성과도 우수한 성적표를 받는데 기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 최고 투자은행’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2010년 인수한 베트남 현지 합작증권사 '키스 베트남(KIS Vietnam)'은 인수 당시 업계 50위 수준이었지만 5년 만에 10위권 내로 급성장했다. 2016년 말 기준 베트남현지 진출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1위를 기록했다.

◆ 2017년 상반기 금융권 보수 1위 유상호 사장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정리_김지훈 기자

2017년 상반기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전 금융권을 통틀어 ‘연봉 킹’ 자리를 차지했다. 8월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각 금융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유상호 사장은 올 상반기 급여와 성과급은 각각 4억2400만원, 20억2200만원으로 총 24억5200만원을 챙겼다.

은행업계에서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급여와 성과급이 각각 2억4000만원, 8억4100만원으로 총 10억8100만원을 은행업계에서 보수가 가장 많았다.

이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상반기 보수 4억 원과 지난해 1년 경영성과에 따른 단기성과급 4억5000만원 등 총 8억5000만원을 받은 바 있다.

◆ 한국투자증권만이 ‘단기금융업’ 통과, 유상호 사장 재선임 가시권에 들어와…초대형 투자은행(IB) 국내1호 한국투자증권 ‘청신호’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최초로 초대형 투자은행(IB) 단기금융업 업무인가를 따내면서 경쟁사들을 따돌릴 수 있게 됐다.

11월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최근 대형사 5곳의 초대형 IB 지정안건을 다루면서 초대형 IB의 핵심인 단기금융업 인가안 심의에 한국투자증권 한곳만 상정했다. 단기금융업은 자기자본의 200% 안에서 자기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이다.

이로써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자는 국내금융업계의 최대관심사인 ‘초대형 투자은행(IB)사업’의 고지를 선점한 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판가름 나며, 다른 경쟁 증권사들을 따돌릴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당분간 국내 유일의 ‘완전체 초대형 IB’가 한국투자증권밖에 없음을 감안한다면, 한국투자증권의 목표는 국내 ‘원톱’ 증권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유 사장이 수차례 강조해왔던 ‘시장 선점’ ‘전 사업 부문별 1위’의 목표도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으며. 유 사장의 재연임 또한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초대형IB 사업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지난 10년간 조직을 이끌어온 사람만큼 적합한 CEO를 찾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 직원의 횡령, 투자사기 등 장기집권에 따른 ‘조직기강 해이’ 부작용도 목소리도 높아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으로 가장 큰 문제는 조직기강 해이로, 지난해부터 발생한 지점 직원들의 횡령 및 투자사기 사건이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CEO로서 매년 연임을 고민해야 하는 타 증권사들은 각종 사고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 강력한 내부 통제와 규제가 일상화 돼 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사실상 오너 역할을 하는 CEO의 장기 집권으로 영업직원들이 타사에 비해, 재량에 의한 임의 투자금 관리가 어느 정도 허용돼 편의성이 높고, 그만큼 실적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 정리_김지훈 기자

실제 지난 1월 발생한 대전지역 PB센터의 고객 예치금 횡령사건의 경우도 유 모 차장이 고객들에게 기관계좌가 아닌 본인계좌로 송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보인 10억 원 가량의 금액을 횡령했다가 고객의 신고로 사건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전 직원의 신용등급 조회, 순환근무제도 등 파격적인 조치를 꺼내든 것 역시 10년간 유상호 사장의 장기집권 체제 지속에 따른 조직기강 해이 문제를 해결하고 기강을 재정립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투자증권은 유상호 사장의 장기집권 체제를 가지며, 외형적인 성장과 초대형 투자은행 사업을 따내는 괄목한 성과를 이뤘지만, 이면에 질적 성장의 필요성이 나타났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투자증권이 맞이하게 될 새로운 영역이자, 그 동안 국내 금융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한국판 골드만삭스 ‘초대형 투자은행’ 사업의 안정적인 달성을 위해, 유상호 사장이 내부결속은 물론, 신사업 성공이라는 임무가 더더욱 중요해 지는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