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계란 수요에 부족한 공급…폭염에 닭 폐사하기도

-집밥 필수 ‘계란’, 홍남기 부총리 “6천원대로 가격 안정돼야”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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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이른 아침. 눈 비비고 일어난 아이들에게 흰밥에 들기름으로 계란 후라이를 해주면 뚝딱 한 그릇 해치운다. 그 모습을 보면 왠지 뿌듯하다. 아이들 입으로 음식이 들어가는 모습은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다 떨어지기 전에 채우는 식재료 중 하나가 계란이다.

대학시절 과 엠티에서 한 친구가 짜장라면을 끓여주는데, 계란후라이와 오이를 채썰어 면 위에 얹어 내왔다. 그 자리에 있던 대여섯 명의 친구들이 모두 감탄한 기억이 있다. 그 후로 짜장라면을 맛있게 먹고 싶을 때 따라하는 초간단 레시피다. 비빔밥을 먹을 때 가끔 계란이 빠지면 섭하다.

이처럼 계란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통으로 삶아 먹어도 맛있다. 덕분에 전연령대의 사랑을 받는 식재료다. 하지만 일상에서 가장 친숙한 식재료중 하나인 계란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집밥 필수 재료인 계란을 장바구니에 담으려는 사람들은 금란이 된 모습에 한숨짓는 요즘이다.

지난겨울 강타했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조류독감)가 잠잠해졌지만 시중에서 팔리는 계란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류독감으로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공부가 해외 계란을 수입했음에도 계란 가격이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계란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54.9%나 폭등한 상태다. 이는 당초 6월 말이면 가격 안정세를 전망한 것과는 다르다.

계란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대규모 살처분의 영향에다, 코로나19 사태로 집밥을 많이 먹으면서 달걀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AI 확산 당시 살처분 등으로 산란계(알을 낳는 닭) 등의 사육 마릿수가 900만여 마리나 줄어들었다.

병아리가 알을 낳는 닭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계란을 낳을 수 있는 산란계 월령이 6개월 이상인 만큼 닭 입식이 늘어나도 계란 공급과 가격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 물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리 대책을 세심하게 살피라고 지시했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 땐 장바구니 물가가 조금이라도 떨어져서 가벼운 마음으로 장보러 갈 수 있을까.


계란 공급·수요↑…7월 폭염에 닭 21만 마리 폐사


계란 가격이 정부 예상과 달리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건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맞물려 나타나서다. 정부는 올 상반기 2억 개가 넘는 달걀을 수입해 공급을 늘렸지만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수입산보다 국내산 달걀을 선호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당 연간 약 268개를 소비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평균 계란 구매량은 137.74개로 20201분기(129.12)보다 6.7% 증가했다.

지난겨울 강타했던 조류독감이 잠잠해졌지만 시중에서 팔리는 계란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문제다. 이달 들어 폭염의 기세로 닭이 폐사하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7월에 무더위에 지난 26일 기준 육계 등 닭이 총 219000마리가 폐사했다. 다만 농식품부는 폭염으로 인한 (계란)공급 감소 우려는 현재까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폐사로 인한 수급 불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급대책에도 연일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은 장보러가는 게 부담이다. 한번 오른 물가가 잘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달걀의 경우 지난해 말 확산하기 시작한 조류 인플루엔자 여파로 54.9% 올랐다. 이는 2017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이처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길어지면 계란 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강도 거리 두기로 집밥을 먹는 세대가 늘면서 가정 내 달걀 수요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계란 구매를 1인당 1판으로 규제하고 있을 정도다.


중간유통상인 주도하는 계란 유통구조 개선돼야


여기서 안타까운 게 있다. 계란 가격이 올라도 닭을 기르는 농가에 돌아가는 이익은 미미한 점이다. 경기연구원의 계란유통구조 개선방안 : 계란공판장 중심으로보고서에서는 국내 계란시장은 중간유통상인 주도의 유통시장 형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간유통상인 주도로 가격이 책정되기 때문에 계란 유통과 정산은 1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는데, 정산 과정에서 지나친 할인율이 적용되는 등 불공정거래가 관행이 됐다는 것이다.

계란의 가격 형성은 각 제품의 특징에 따라 달라진다. 계란의 수급사항과 무항상제, 유기농 여부와 크기 등 다양한 유형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유정란은 수탉과의 교미를 통해 만들어지고 무정란은 앎탉의 난소에서 스스로 생산된다. 무항생제 계란은 항생제·호르몬제를 먹이지 않고, 유기농 계란은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고 자연방사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은 알이다.

업계에서는 식품 기초 소재인 계란 가격이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제 곡물가격 상황 역시 녹록치 않아 계란 가격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염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5번째 재난지원금 지원 계획이 발표됐다. 기재부는 소득하위 88%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준이 모호하다. 1만원의 보험료 차이로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부터 내 집은 없는데 급여가 일정 기준이 넘어서, 집 하나 있을 뿐인데 상대적으로 비싼 집에 산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며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국민을 위한 지원금을 주면서도 좋은 소리는 찾기 힘든 모습이다.

이런 볼멘소리의 이유는 재난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찾아왔기 때문이다. 먹거리도 같은 맥락이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에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좋은 거, 맛있는 거, 몸에 좋은 거.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완전식품계란. 상황이 이렇다보니 얼마 전 선물 받은 계란 두 판은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이 필자에게 유정란 두 판을 줬는데 그걸 들고 오는 손이 부자가 것 마냥 넉넉했다. 재난지원금을 받은 국민들은 다시 그 돈으로 장을 보고 먹거리를 살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계란 가격을 6000원대로 인하되도록 선제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계란 가격이 안정돼 장바구니를 든 이들이 필자가 느낀 넉넉한 마음을 느낄 날이 가깝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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