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박근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의 관리와 공무원·민간인 사찰 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이르면 이번 주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라고 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우 전 수석은 최근 국가정보원의 자체 조사에서 각종 불법사찰에도 깊숙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또 다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7월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이광구 우리은행장, 김진선 전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문화체육부 간부 등의 사찰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 한때 검찰 출두에서 질문을 하던 기자를 노려보던 모습이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되고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우 전 민정수석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우 전 수석은 최근 국가정보원의 자체 조사에서 각종 불법사찰에도 깊숙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또 다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고 있다.

특별감찰관실은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수석급 참모의 비위를 감찰하는 독립 기구다.

검찰은 구속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이 검찰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이 전 감찰관 등의 뒷조사를 지시했으며, 사찰 동향을 담은 보고서를 우 전 수석에게 비선으로 서면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에 따르면 2016년 7월 당시 추 국장은 이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감찰하자 이 감찰관 동향을 수집해 두 차례 우 수석에게 보고했다.

나아가 경찰청이 이 감찰관에게 자료를 선별 지원하도록 대응 방안까지 제시하는 등 우 수석의 ‘오른팔’이란 세평대로 개인 참모 노릇을 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개혁위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추 전 국장을 동원해 최순실씨 비호에 나선 것으로 볼 만한 정황도 드러났다. 추 전 국장이 지난해 8월 우리은행장 비리 첩보를 수집해 우 수석에게 보고했는데 검찰은 최 씨가 갖고 있던 우리은행장 인사 관련 자료를 조카 장시호 씨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또 추 국장이 부하 직원을 통해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우 전 수석은 문체부 장관에게 이 중 6명의 인사 조처를 요구한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넘어 사실상 방조·비호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며, 전면 재수사가 필요한 이유다.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도 이번 사건과 관련, 수사선상에 올랐다.

국가 안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국정원 2차장이 특별감찰관의 특정인(우병우)에 대한 감찰 동향을 보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가 앞으로 최 전 차장에 대한 검찰 수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검사장 출신인 최 전 2차장은 추명호 전 국장의 직속상관이다. 최 전 차장은 검찰 내 ‘우병우 사단’으로 통한다. 우 전 수석의 친구(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다. 공안 분야 수사나 정보 업무 경험이 적은 그가 나이 마흔아홉에 국내 정보와 보안 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에 발탁된 것은 ‘우병우의 힘’이라는 말이 검찰 안팎에 파다했다.

한편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자신을 조사하던 이 전 감찰관 뒷조사를 지시한 것이 권력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 혐의라고 보고 있다.

또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관리에도 관여한 혐의도 새롭게 받고 있다.

검찰은 추 전 국장으로부터 우 전 수석의 지시로 국정원이 문체부와 긴밀한 공조 체제를 갖추고 블랙리스트를 관리하게 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우 전 수석에 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참에 국정원이 우익단체를 동원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을 보낸 일이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생활 공작, 안봉근 전 비서관의 인사개입 은폐 등 다른 사안에 개입한 의혹들도 윗선까지 포함해서 철저히 밝혀야 한다.

또 최순실·미르재단 관련 첩보가 170건이나 올라오는 등 국정농단 단초가 수집됐음에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기는커녕 거꾸로 해당 직원들을 지방으로 보내는 등 불이익을 줬다. 이런 사찰 활동 자체가 불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정원이 조만간 과거의 잘못을 사과할 예정이라고 한다. 과거의 잘못을 단죄하고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법으로 단호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정보기관 일탈은 언제든 재발한다는 게 과거 역사의 교훈이다.

불법 수집한 자료나마 국정농단을 예방하는 데 쓰기는커녕 오히려 방조·은폐에 가담했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국정원을 국가정보기관으로 부르기조차 낯 뜨거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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