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고원종 DB금융투자(전 동부증권) 사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성공을 이뤄낼 만큼 타고난 증권맨이다. 고등학생 때 광화문에 있던 모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을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그땐 지금과 같은 객장이 없어 혼자 모눈종이를 사다가 그래프를 그려가며 투자할 종목을 연구하곤 했다고 한다.

이후 고 사장은 연세대 경영대학, 경영대학원을 거쳐 루이지애나주립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대우그룹 계열의 동양투자금융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해, SG, ABN암로, 노무라 등 외국계 증권사에서 리서치센터장 및 한국지사장 등을 지내왔다.

그리고 한국 증권업계로 돌아와, 2003년 DB금융투자 부사장(리서치센터장), 2010년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었다.

고원종 사장이 한국 증권업계로 돌아온 주된 계기로, 고원종 사장의 부친이자 전 21대 조흥은행장인 (故)고태진씨가 고 사장이 한국 증권업계에서 많은 기여를 하기 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고원종 DB금융투자(전 동부증권) 사장은 국내 몇 안되는 장기 집권 금융 CEO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김준기 회장의 성추문으로 인해 동부증권에서 사명까지 바꿔가며 재 도약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적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노조와의 갈등은 깊어가는 등 사태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2010년 첫 취임, ‘내실 있는 성장’ 목표

2010년 고원종 사장의 첫 취임 당시, 고원종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앞으로의 경영키워드와 비전을 제시했다.

고원종 사장은 “내실 있는 성장”을 통해 업계 7위의 금융투자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중형증권사 위상에 맞게 내실을 다지고, 상품차별화, 제휴 등 시너지를 신 성장동력으로 삼아 덩치를 키우겠다는 포부다. 내실화가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 성장이 또 내실을 다지는 선순환형 수익모델 만들겠다는 것이다.

▲ 정리_김지훈 기자

◆ 적극적인 제휴로 시너지효과 극대화, 열린 기업문화 정착

또한 그룹계열사의 적극적인 제휴로 시너지효과를 높인다는 방침도 밝혔다. DB손해보험(전 동부화재), DB생명(전 동부생명) 등 자산설계사인 FC를 투자권유대행인으로 활용해 리테일망을 넓힌다는 것. 광범위한 유통망을 통해 더 좋은 금융상품을, 더 많은 고객들에게 알리고, 매출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그리고 사내출신 1호CEO답게 상하가 소통하는 열린 기업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실제 고사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섬김’의 자세로 ‘고객과 후배에 대한 무한 헌신’을 주문했다.

◆ 취임 후, 포부와는 달리, 실적 부진 면치 못해

DB금융투자 고원종 사장은 지난 2010년 취임 이후 “증권업계 7위권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DB금융투자의 회사의 규모라고 할 수 있는 자산은 2014년부터 점점 줄어들고 있다. DB금융투자는 지난 2012년 약 5조651억 원의 자산규모가 2014년 6조4903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자산규모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이 회사의 총 자산규모는 6조569억 원으로 2014년과 비교해 약 6.67%(4334억 원) 감소했다.

비슷한 자산규모의 유진투자증권(6조4835억 원)은 2014년 이래 꾸준히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DB금융투자는 자산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정리_김지훈 기자

DB그룹(전 동부그룹) 내 금융계열사와 비교해도 DB금융투자의 실적은 고원종 사장의 포부와 달리 초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DB그룹 의 계열사 DB금융투자가 지난 3년 간 그룹 내 금융 계열사 가운데 실적이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DB그룹 핵심 금융계열사인 DB손해보험의 자산 규모(2017년 1분기 기준)은 약 45조원으로 지난 2014년(34조9321억 원) 보다 약 28.57% 증가했다.
 
DB생명도 자산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DB생명의 2017년 1분기 자산규모는 10조4369억 원으로 2014년(8조1364억 원) 대비 28.27% 늘어났다.
 
또한 DB금융투자는 금융사의 이익과 성장성을 보여주는 당기순이익에서도 지난 3년 간 금융계열사에서 가장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DB금융투자는 2014년 163억 원의 이익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2015년 85억 원의 순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2016년 다시 흑자(64억 원)로 돌아섰으나 2017년 1분기 94억 원의 손실을 냈다.
 
◆ 실적과는 달리, 장수 CEO 반열에 올라…장수 CEO 중 2017년 1분기 나홀로 적자 기록

증권업계에서 8년 이상 최고경영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인물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비롯해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 등 5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CEO 교체가 잦은 증권업계에서 장수 CEO로 불리며 최소 8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기업을 이끌고 있다.

특히 장수 CEO의 대부분은 올해 1분기 개선된 경영 실적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는데 그 중 고원종 DB금융투자 사장만 홀로 적자를 기록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기별로 이유는 다양했다. 2015년 말에는 해당연도부터 법정관리에 돌입한 삼부토건이 문제였다. 삼부토건 회사채에 투자했던 DB금융투자는 대손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었고 4분기에만 170억 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정리_김지훈 기자

2016년에는 ELS가 말썽이었다. 주식시장이 침체되며 수탁수수료도 줄어드는 가운데 새로운 투자처로 모색했던 ELS에서 자체헤지 비중을 늘린 것이 화근이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작년 4분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을 늘리면서 겨우 연간기준 적자는 면했다.

2017년 1분기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화근이었다. 동부증권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CP에 대해 14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결국, 회사는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 실적악화에도 3연임 성공, 2020년까지 임기 보장 성공

이 같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고원종 사장은 2017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3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2010년 대표이사직에 오른 고 사장은 오는 2020년까지 임기를 보장받게 된 것이다.

회사 실적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증권사 가운데 고 사장이 유일하게 '장수 CEO'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고 사장이 정관계 및 해외까지 인맥이 두루 넓다는 점이 CEO로서의 연임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노무라증권, ABN-AMRO증권, SG증권 등 다수의 외국계 증권사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임종룡 금융위원장과는 연세대 경제학과 78학번 동기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고원종 사장의 매제는 전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이다.

◆ 고원종 사장 재선임, 노조와의 갈등 점점 심해져

고원종 DB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다시 연임에 성공하자, 노조와의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DB금융투자 노조는 3월 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DB금융투자지부로 출범했으며, DB금융투자 창립 36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가 생겼다.

노조는 9월 22일 DB금융투자 노조는 DB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트린 김준기 회장과 DB금융투자 고원종 사장을 강력 처벌 및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은 강남구 DB금융센터 앞에서 열렸으며, 노조는 “지난 2010년도부터 취임한 고원종 사장 부임 이후부터 회사는 협박과 온갖 불합리한 만행으로 해마다 지점수와 인력들을 줄여나갔다”며 “대표적으로 70% 임금을 삭감하는 징계성 성과제도인 C등급제 운영을 통해 일상적인 구주조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조는 “직원들이 떠나면서 확보한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해 계열사를 불법지원하고 그 측근들에게 충성기반 밑천으로 사용했다”며 “그것도 모자라 비정규직의 임금삭감, 최저임금법 위반, 복지제도 폐지 등 악행을 자행하면서 정작 본인은 매년 업계 최저 성과에도 불구하고 7년씩이나 연임하며 고액의 성과금을 챙겨가는 게 말이 돼냐”라며 처벌 및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는 이 부분과 관련해 고원종 사장을 최저임금법 위반, 임금체불 등 혐의를 포함해 고용노동부에 고발할 예정이다.

한편 이 날 사무금융노조는 동부증권 고원종 사장의 장기 연임 뒤에는 김준기 회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최근 여비서를 상습적으로 성추행 하며 전 국민적 망신살에 그만 회장직까지 물러난 김 회장은 곧 검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며 “김 회장의 사퇴와 관계없이 검찰은 현재 미국으로 도주한 김준기 회장 신병을 조속히 확보해 반드시 수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힘주어 이야기 했다.

◆ 중소형증권사 시장상황은 더욱 더 어려워져

또한 최근 금융당국의 정책이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초대형 IB 위주로 재편되면서 국내시장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상황인데다, DB금융투자는 중소기업 특화증권사 선정에서도 제외되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따라서, 고원종 사장은 그 동안 실적악화에 따른 부담감과 올해 생긴 노조와의 갈등, 그리고 중소형 증권사들에게는 더욱 어려워진 시장상황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힘든 상황 속에 남겨지게 되어 고원종 사장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더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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