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직원 갑질’·수당 86억 미지급…경찰 송치 예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오는 10월 개정안…근로기준법 강화돼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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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우리가 늘 사용하는 PC와 스마트폰, 그 중에서도 검색은 초록창으로 불리는 네이버를 애용한다.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네이버는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이다. 최근에는 라이브방송, 네이버 페이 등의 서비스도 내보이며 매출은 물론 주가로 고공행진 중이다.

하지만 이런 네이버에서도 심각한 갑질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네이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근로감독은 지난 5월 직원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하자 노동조합이 고용부에 조사를 요청했고,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A씨는 임원급의 직속 상사로부터 폭언을 겪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됐으며 과도한 업무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직원들의 연장, 야간, 휴일 근로수당 등 약 867000만원 상당의 임금 체불도 확인했다.

고용부가 네이버 직원 19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2.7%)6개월간 1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폭언·폭행 경험자는 8.8%로 나타났고, 19%는 동료의 피해를 보거나 들었다고 응답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 임금체불, 임산부 보호 위반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안에 대해 네이버 법인과 대표이사를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과태료 부과 처분도 진행한다.

많은 대학생들과 취준생들의 워너비 기업이도 한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기업의 민낯이 이 정도다. 국내 IT 기업의 맏형격인 회사에서조차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직원 52.7% “직장 내 괴롭힘 겪어네이버, 일부 내용 반박


이번 특별감독을 하기 이전에도 회사 내부에서 다수의 직원이 직장 상사의 폭언 등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를 했지만 회사는 사실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조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피해 호소인을 기존 업무와 관계없는 임시 부서로 배치하고 직무를 주지 않았던 것으로 고용부 조사결과 확인됐다. 피해 사실을 알렸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묵살한 것

원래는 갑질 피해자 또는 피해를 주장하시는 사람이 신고를 하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분리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오히려 피해자가 해오던 일과 동떨어진 임시부서에 배치하고 직무도 부여하지 않아 오히려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것까지 드러났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별감독 과정에서 많은 동료분들이 고인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고, 어려운 업무를 묵묵히 해내는 분이라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면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될 시점이라며 직원분들이 희망하는 더욱 합리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고,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경영진을 중심으로 노사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력해 줄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고용부가 발표한 조사결과에 대해 일부 반박하고 있다. 네이버는 입장문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분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특별근로감독 등을 계기로 그간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이 많았음을 확인했다. 모든 지적은 경청하고 향후 개선에 충분히 고려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네이버는 수당 미지급과 관련해 연장근로를 신청한 경우 해당 수당을 미지급한 경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됐지만, 검찰로 송치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신고된 건수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최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7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2년간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모두 1934건이다. 이 가운데 검찰에 송치된 건은 102건으로 전체의 0.9%에 그쳤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교육해야오는 10월 개정 법 시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있지만 법 존재를 무색하게 하는 게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다. 특히 직원복지 좋기로 소문난 굴지의 대기업에서조차 갑질은 만연해 있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고 있지만 괴롭힘 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인지하면 피해자의 근무지 변경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는 담겨 있다.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1014일부터는 개정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 피해자의 신고가 있을 경우 사용자는 객관적 조사 사실 확인 후 조치 행위자 징계 비밀 누설 금지 등의 의무를 지게 된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취업규칙에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사항을 포함하지 않아도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근로기준법이 강화돼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 노동자의 16%(360만명)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빠져있다.

또 직장 내 성희롱과는 달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예방교육은 의무가 아니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은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다. 아직도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한 곳이 있는 만큼 예방교육의 중요성이 커 보인다.

네이버 측은 모든 지적을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직원의 절반 이상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사실이 있다고 밝힌 만큼 각고의 자세로 겸허하게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직원들의 희생와 힘듦을 묵살했다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문화를 정착해야 한다.

최근 개봉된 영화 모가디슈를 봤다.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이 일어난 당시를 그리고 있다. 당시 한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탈출을 넘어서 생존을 목표로 동분서주한다. 그때 북한 대사관 일행이 도움의 손길을 뻗을 때, 반대하는 직원을 향해 한신성 대사(배우 김윤석)같이 살 방법이 있는데, 할 수 있는 건 다해 봐야지.”라는 말을 한다. 네이버도 더 이상 직원의 죽음 없이, 고통 없이, 임직원 모두 같이 살 방법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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