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자 피부질환 원인 페인트로 밝혀져

현대중공업과 KCC가 공동개발한 친환경 무용제 도료를 도입한 것은 그해 4월, 하지만 친환경이라던 페인트는 같은 해 5월부터 작업자들이 피부질환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현대중공업과 KCC가 공동개발한 친환경 무용제 도료를 도입한 것은 그해 4월, 하지만 친환경이라던 페인트는 같은 해 5월부터 작업자들이 피부질환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1팀>

집단 피부질환


지난해 9, 현대중공업의 도장 작업자 사이에서 피부질환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도장 작업자 A씨는 이를 알레르기로 여겼으나 무용제 도료 제조사인 KCC 관계자가 A씨를 찾아와 증상을 확인했다. A씨는 이때 도료를 의심하기 시작했으며, 같은 해 5월 피부질환 증상이 나타난 사람도 찾을 수 있었다. 현대중공업과 KCC가 공동개발한 친환경 무용제 도료를 도입한 것은 그해 4월이었다.

이에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임시건강진단을 요청했다. 도장작업자 333명 전원을 검진한 결과 직업병 유소견자 판정을 받은 것은 A씨를 포함한 다섯 명이었다. 그러나 지부는 A씨를 포함해 23명이 같은 증상을 겪었다고 파악했다.

직업병 유소견자 판정을 받은 인원은 다소의 작업이 제한됐다. 그러나 부서는 이동하지 못했고. 출근 시 현장에 나가지 못해 탈의실에서 대기해야 했다. 지부 측에서는 고용노동부에 일괄 산재 승인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산재신청을 한 A씨만 올해 2월 요양 승인 결정을 얻어냈다.


드러나지 못한 피해자


같은 무용제 도료를 사용한 현대삼호중공업에서도 피부질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27명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드러나지 않은 발병자 수도 적지 않은 거라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울산대병원에서 진행한 이 임시건강진단의 경우 도장작업자 한정으로 이뤄졌는데, 진단 인원에서 제외된 선행도장부 노동자가 도료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의 박정환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피부병의 경우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워 산재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 하청노동자는 전환배치가 어렵고 산재신청으로 인한 불이익을 우려해 더더욱 산재를 신청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피부질환이 실제로는 전체 산재의 20~60%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직업성 피부질환은 매해 전체 업무상질병의 1%도 차지하지 못했다.


원인은 무용제 도료...


고용노동부가 조선사 대상 임시 건강진단을 시행한 것은 올해 2월부터 4월 사이였다. 대상은 현대 계열 조선소 3, 도료 제조사 3, 기타 조선소 4곳의 근로자 180명이었다. 55명이 피부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그중 단 2명을 제외한 53명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소속 근로자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 집단 질환의 원인을 무용제 도료로 봤다. 여기서 무용제 도료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이 5% 이하인 도료를 말한다. 유해한 유기용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으로 알려지며, 지난 2019년 정부가 발표한 조선산업 활력 제고 방안을 통해 사용 확대를 장려한 바 있다.

문제가 된 친환경 페인트의 경우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에폭시 수지 등 새 과민성 물질로 대체, 근로자 피부질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비판 피하기 어려울 것


무용제 도료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사전 위험성 검토 태만은 당연히 산업안전법에 저촉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현대 계열 조선소 3사를 대상으로 화학물질 도입 시 피부 과민성 평가를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의 안전보건조치를 명령했다. 다른 조선사들에도 비슷한 사례사 생길 시 근로감독을 파견, 엄중 조치를 경고했다.

다만 현대 계열 조선소 측에서 무용제 도료를 사용한 것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함량을 줄일 경우 인정해주는 대기환경보건법상의 배출 저감 실적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실적에만 집중해 노동자의 피해를 파악하지 못한 정부와 기업 모두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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