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관료출신의 성격이 강하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메사추스츠공대(MIT) 석사를 졸업하고 제21회 기술고시에 합격, 당시 상공부(현 산업자원부)에 들어가, 2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한 후 민간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당시 자리를 옮겼던 다우그룹이 2000년 IT 버블이 꺼지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되었고, 권 사장은 다우그룹내에서 전략경영실장을 맡아 구조조정을 통해 다우그룹의 체질을 개선시켰다.

이후 인큐브테크, 다우엑실리콘, 키움인베스트먼트 사장을 거쳐 투자 및 자금운용 등 투자은행(IB)를 비롯한 금융전반에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2009년 키움증권 사장이 됐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2009년 첫 취임, ‘위탁매매를 발판으로 단단한 중견 증권사 만들겠다’ 다짐

권용원 키움증권 당시 신임 사장은 2009년 6월 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존의 온라인 브로커리지에 치중된 사업 구조가 지난해 불어 닥친 금융위기를 큰 어려움 없이 지나가게 하기도 했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업계 1위인 온라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분야를 발판으로 투자은행(IB)과 자기자본투자(PI) 등 신규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며, 이를 위해 당시 4,500억 원 가량인 자기자본 규모를 3년 안에 1조원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첫 임기 3년 동안 권 사장은 단단하면서 조화로운 구조를 갖춘 중견 증권사로 만들겠다며 자산운용업 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저축은행 인수 작업도 계속 시도하겠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했다.

▲ 정리_김지훈 기자

◆ 취임 이후,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 실적 달성…2009년 취임 후 지속적인 M&A 성공, ‘온라인종합금융투자회사’ 변신 성공

권 사장은 키움증권 사장 취임 후 키움증권을 ‘온라인종합금융투자회사’로 변신시켰다. 홈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주식거래 위주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에서 벗어나 온라인 자산관리, 온라인 펀드 가입 서비스를 시작했다.

키움자산운용을 설립하고 금융 계열사 정비를 위해 적극적인 M&A도 감행했다. 키움증권 인도네시아(옛 동서증권 인도네시아)와 키움저축은행(옛 삼신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우리자산운용까지 인수했는가 하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또한 지난해에도 키움예스저축은행(옛 TS저축은행)을 사들였다. 2009년 취임 이래 한 해에 하나 꼴로 M&A를 성공시킨 셈이다.

키움증권은 201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2,414억 원, 201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 2,307억 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리테일·IB·투자운용 등 각 부문이 양호한 실적을 거뒀고, 키움투자자산운용, 키움저축은행 같은 자회사 실적도 탄탄해진 덕분이다.

그리고 2005년 이후 주식 위탁매매 시장점유율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권용원 사장은 2009년 5월 스톡옵션으로 부여 받은 보통주 15만 8,944주를 2016년 5월 행사해 23억 8,200만원을 벌여 들였고, 지난해 급여 4억 6,400만원 등과 합하여 지난해 총 29억 484만원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잘나가던 권용원 사장, 올해 3분기 삐걱

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며 상승가도를 달렸지만, 3분기 들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권 사장이 강조했던 PI부문이 적자전환하며 발목을 잡았고 IB부문도 이익이 줄었다.

키움증권은 올해 3분기 매출액 2666억5900만원, 영업이익 433억63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22.8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9.44% 하락했다. 당기순이익도 322억57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19% 하락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영업익 660억원, 당기순이익 579억 원)를 크게 밑돌아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우선 PI(투자운용) 부문이 올해 3분기 -31억 원을 기록, 적자 전환했다. PI는 금융회사가 고객 자금이 아닌 회사 돈으로 주식, 채권이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자산 단기매매 등에서 일어난 손실 탓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우리은행의 중간배당 27억 원이 반영돼 키움증권이 자기자본을 운용으로 날린 돈은 실질적으로 -58억 원에 달한다.

2분기 크게 성장세를 보였던 IB부문도 3분기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IB부문은 3분기 영업수지 92억 원을 기록, 전 분기(127억 원) 대비 -28%, 전년동기(94억 원) 대비 -2% 감소했다.

또 저축은행 등 자회사의 영업이익 합산도 126억 원(-33% QoQ, -13.7% YoY)으로 부진하면서 실적을 둔화시켰다.

특히 올 초 성장을 강조했던 리테일부문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영업수지는 지난해 3분기 621억원에서 662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시장점유율 등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 자료: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11월 14일 리포트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개인MS(시장점유율)은 24.2%로 올해 들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주식시장 점유율도 14.5%로 줄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운용 (PI)부문의 실적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진 데다 개편된 신용융자 이자율 체계가 적용돼 향후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 자료: 키움증권

◆ 권용원 사장 2018년 3월 임기 만료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함께 증권업계 대표적 최장수 CEO 대열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권 사장 역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며, 최근 3분기 어닝쇼크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업계에서는 결정적인 큰 이슈가 없는 한 연임에 대한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방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 키움증권이 4분기 실적개선과 함께, 권용원 사장이 2018년 3월 금융권 CEO 교체시즌에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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