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지훈 기자]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2017년 11월 30일부로 퇴임식을 거두며 지난 2014년 12월부터 수장으로 역임했던 은행연합회를 떠난다. 이에 뉴스워커에서는 그가 남긴 행적을 취재 보도키로 한다.

전라남도 광양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2017년 11월 30일 퇴임)은 1953년생으로 당년 65세(만)을 맞이했다.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입행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디딘 하영구 회장은 48세의 나이로 한미은행장에 선임되면서 국내 최초 40대 은행장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후 한국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한국씨티은행장으로 선임되어, 10여 년이 넘게 은행장을 했다.

이처럼 하영구 회장은 줄곤 은행업계에서 몸을 담으며, 두각을 나타냈으며,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선진금융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권위보다는 실리와 실무를 중시하는 스타일로,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이 11월 30일(금일) 퇴임식을 마치고 인생의 대부분을 바친 금융계를 떠난다. 하 회장은 퇴임 이후 기부 등 사회공헌 활동에 매진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다시 금융계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 2014년 은행연합회 회장 취임 “은행 경쟁력을 높이는데 앞장설 것”

2014년 12월 1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하영구 회장은 제12대 신임 은행연합회 회장 취임식을 가졌다.

이날 하 회장은 취임사에서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권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은행연합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시장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적정수준의 수익을 내야만 장기적으로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지나친 보신주의로 인해 실물경기 회복에 필요한 순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는 질책을 받고 있다”며 “은행이 실물경제를 원활하게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선언했다.

▲ 정리_김지훈 기자

◆ 취임 당시 낙하산 논란 거세

하영구 회장 제12대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출됐을 당시, 선출 과정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여 임기 동안 관치 시비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 회장은 2014년 11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이사회에서 단독후보로 추천됐고, 그 직후 열린 총회에서 회원사들은 그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날 열린 이사회는 원래 명동 은행연합회관 회의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회의를 막아 장소가 한 차례 변경됐다.

금산노조는 지난 24일에도 관치금융 척결과 낙하산 인사 반대를 외치며 회의를 막은 바 있다.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두고 금융당국이 개입했다는 소문이 돌자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하 회장이 별다른 이변 없이 신임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이번 선출에 둘러싼 관치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그 동안 하 회장은 오랜 기간 동안 씨티은행장으로 재직한 경험 때문에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하 회장이 씨티은행장으로 재직 당시, 법무본부장 은행장으로 영입한 조윤선은 여성가족부장관을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에 올라, 이러한 배경 때문에 하 회장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 난항, 하 회장의 리더십 표류…·박근혜 전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 ‘성과연봉제’ 추진발언, 노동계 거센 반발

하영구 회장은 2017년 5월 29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은행권 제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발언한 ‘임금체계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라고 한 주장이 발단이 됐다.

▲ 자료: 금융감독원 2016.09 ‘금융권 성과중심 문화정착 필요성과 금융노조 파업’ 보도참고 자료 /

(현재 성과연봉제에 찬성하는 쪽은 국내금융권이 해외와 비교할 때, 생산성에 비해 임금수준이 과도하게 높으며, 성과와 무관한 연공형·경직적 임금체계로 이는 국내금융권의 경쟁력 약화의 한 요인으로 뽑고 있다. 하지만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단기실적 위주의 영업관행이 유도됨에 따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성과연봉제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모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문제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어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날 호봉제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 성과에 따른 합리적 임금 배분과 같은 임금체계 개편 방향을 밝혔다. 즉, 이는 박근혜 전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이었던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 됐다.

이에 노동계는 즉각 거센 반발을 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새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기로 했고, 금융권 노사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마당에 하 회장이 철 지난 성과연봉제를 다시 언급해 찬물을 끼얹었다”며 “노조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하 회장은 “언론의 오보”라며 해명자료를 배포했고, 배포된 해명자료에는 “현행 호봉제는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킨다”며 “직무급제 도입과 성과에 대한 합리적 배분으로 임금체계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가 성과연봉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재차 묻자 하 회장은 “도입하되,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라는 말로 한 발 물러섰다.

하영구 회장은 사실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라며 강조를 했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성과연봉제 논의는 올 스톱됐다.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친 노조 분위기로 흘러가게 돼, ‘성과연봉제는 박근혜 정부의 나쁜 정책’으로 인식이 되어 추진동력이 많이 약해졌다.

하지만 은행연합회의 회원사인 시중은행의 은행장들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저성장 수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어 하영구 회장이 현 상황에서 진퇴양난 빠져, 리더십에 제동이 걸렸다.

◆ 임기 막판까지 하영구 황영기 은행과 증권의 신경전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출범을 앞두고 전국은행연합회 하영구 회장이 임기 말까지 한국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과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초대형 IB가 출범하면 단기금융업무에 따라 만기 1년 이내 발행어음을 자기자본의 2배 이내에서 발행할 수 있고, 이 중 50% 이상을 기업금융 자산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러한 투자은행(IB)의 핵심인 발행어음업무에 대하여 11월 9일 은행연합회는 현 시점에서 초대형IB에 대한 발행어음업무 인가절차 추진은 부적절하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도 은행연합회의 인가보류에 성명자료로 맞대응을 했다.

◆ 은행연합회 발행어음 업무, 단기대출업무에 치중될 우려 높아 보류 요청

은행연합회의 주장은 “발행어음업무가 인가될 경우 이를 통해 조달한 대규모 자금이 당초 초대형 IB의 도입 취지와는 다른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발행어음은 원리금을 보장하고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아 모험자본으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인가 보류를 요구했다.

또한 과거 단자사나 종금사가 영위했던 단기대출 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높기에 원래 초대형 IB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 금융투자협회 “은행이 대출해주지 않아, 어려움 겪는 기업 많다”

기존 대출 중심의 보신주의의 은행은 성장하는 기업에 과감히 투자를 할 수가 없어, 은행 중심의 자금 공급만으로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갈 성장잠재력이 큰 혁신적인 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나 자금공급에 한계가 많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결국, 은행권은 은행의 업무영역을 침해 당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발행어음업무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은행과 증권의 업무영역 해석을 놓고 격돌하고 있는 것이다.

◆ 13대 은행연합회 회장에 김태영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 선임

은행연합회는 2017년 11월 27일 회장 후보 추천을 위한 2차 이사회 회의를 개최한 결과 김태영 전 대표이사를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김태영(64)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 이사가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선출됐다. 금융권은 그 동안 하마평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인물이라 예상 밖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영구 회장의 후임으로 홍재형(79) 전 부총리, 신상훈(69) 전 신한금융 사장, 김창록(68) 전 산업은행 총재 등 3명을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관료출신 ‘올드보이’ 낙하산 인사 논란, 유력후보간 경쟁 과열로 과거 법원 판결과 후보간 흠집이 부각 되면서 선정에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하 회장, 11월 30일 퇴임식을 끝으로 금융권 떠나, 재충전의 시간과 재능기부 할 것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11월 30일(금일) 퇴임식을 끝으로 금융권을 떠난다. 37년간 몸담았던 금융권을 뒤로하고 자유인의 신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 회장은 30일 퇴임식을 가진 후 당분간 휴식시간을 가지며, 2∼3개월 미국과 유럽 등 외국을 다니면서 그 동안 친분을 맺어온 금융권 관계자 및 지인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그 이후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하 회장은 인생의 대부분을 ‘뱅커’로 지내왔으며,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더 없는 영광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미정이지만, 주변에서는 하 회장이 금융권에서 멀어 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평생을 금융권에서 살아온 인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뿐, 다시 컴백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은행연합회에서는 물러나는 하영구 회장이지만, 다음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국내 금융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 하 회장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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