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금융시장에서 요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열기가 뜨겁다. 가상화폐 선두주자 비트코인이 1만 달러 돌파이후 하루 새인 6일 1000 달러 이상 치솟는 등 폭등하면서 고점 논쟁도 격화되고 있다.

한경 경제사전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디지털 통화)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정체불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창안했다. 특히 2009년은 Fed가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 시장에 공급하는 양적완화가 시작된 해로, 달러화 가치 하락 우려가 겹치면서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핵심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 등 어떤 중앙집중적 권력의 개입 없이 작동하는 새로운 화폐를 창출하는 데 있다. 그는 인터넷에 남긴 글에서 “국가 화폐의 역사는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저버리는 사례로 충만하다”고 비판했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비트코인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분산화된 거래장부’ 방식을 도입했다. 시스템상에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공개된 장부에는 새로운 기록이 추가된다.

이를 ‘블록체인’이라고 한다. 블록체인에 저장된 거래기록이 맞는지 확인해 거래를 승인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채굴자’라고 한다.

컴퓨팅 파워와 전기를 소모해야 하는 채굴자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비트코인 시스템은 채굴자에게 새로 만들어진 비트코인을 주는 것으로 보상한다. 채굴자는 비트코인을 팔아 이익을 남길 수 있지만, 채굴자 간 경쟁이 치열해지거나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하면 어려움에 처한다.

비트코인은 완전한 익명으로 거래된다. 컴퓨터와 인터넷만 되면 누구나 비트코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돈세탁이나 마약거래에 사용되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지갑’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뱅킹으로 계좌 이체하듯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인터넷 환전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현금화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이미 유럽과 북미, 중국 등에서 현금처럼 쓰이는 데다 한국에서도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로 뉴질랜드 경제 규모보다 크고, 오는 18일부턴 세계 최대 상품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선물 거래도 시작된다.

이러한 투자 열기에 대해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상상력이 만들어 낸 위험한 투기 거품”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올해 국내에서 1월 1비트코인은 120만원 안팎에 거래된 것을 보면 1000% 이상 폭등했고 연일 최고가를 돌파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중심인물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칭한 페이스북 계정이 비트코인 후원을 요청하고 있는 사건도 최근 발생했다.

우 전 수석을 사칭한 계정에 게시된 글에 따르면 글쓴이는 “비트코인과 관련하여 블록체인 혁명이 가져다 줄 미래에 대한 서적들을 탐독하고 있다”며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재미있을 정도로 내용이 흥미롭다”고 밝혔다.

다행이 이 비트코인 계좌에는 거래 기록이 없어 잔고는 ‘0’이다. 이 계정은 우 전 수석을 가장한 ‘가짜’ 계정인 것으로 보인다.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가상화폐의 돈 세탁 방지를 위해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사고 팔 때 사전에 지정된 투자자 명의의 계좌 한곳에서만 입출금하는 방안이 강구된다고 한다.

지난 4일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가상통화 거래에 관한 공청회’에서 가상화폐 시장 건전성을 위해서는 업계의 자율규제안과 법률 개정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도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지급결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세청도 소득이 있으면 과세한다는 원칙 아래 가상화폐 관련 과세를 추진하기 위해 법 개정을 포함한 제도적 보완사항을 검토 중이라는 데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적 국제금융학자인 중국인 쑹훙빙이 저술한 <화폐전쟁> 시리즈에서 예고한 ‘돈 폭풍’이 남의 얘기만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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