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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민맥주로 불리던 카스맥주, 그것을 제조 공급하는 오비맥주는 외국주류업체가 100% 지분을 소유한 상태로 2017년을 기점으로 매출이나 유동성 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2년간 외국으로 한국 자본이 배당 등의 이유로 빠져나간 금액만 1조원이 넘고 있다. / 이미지_배우 윤여정을 발탁해 찍은 카스 광고 중에서 / 일부 그래픽 처리_뉴스워커

[뉴스워커_기업분석] 1933년 일본의 기린맥주가 경기도에 설립한 쇼와기린맥주가 오늘날의 오비맥주의 모태다. 이후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활약했으나 그룹 사정이 어려워져 결국 매각됐다. 여러 차례 매각 과정을 거치며 현 주인은 AB인베브다. 이 회사는 벨기에 주류기업으로 1998년 두산그룹과 50%씩 지분을 보유했으며 2009년에는 전략 매각했으나 2014년 지분을 다시 매입하여 오비맥주의 주인이 다시 됐다. 그런데 오비맥주의 실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고액 배당을 실시해 논란이 됐다. 투자금 회수 목적으로 충분히 이해 가능하지만 벌어들이는 수익 규모는 줄어드는데 배당 수익을 더 챙겨가며 자본마저 갉아먹고 있다. 또한 국부 유출이라는 관점에서도 크나큰 이슈를 불러왔으며 이는 매년 매각설이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최대주주의 다소 의아한 결정은 현금마저 씨가 마르는 결과로 이어져 유동성 저하라는 위기도 맞이했다.

배우 윤여정이 카스맥주를 마시고 있다. <카스 광고 중에서>
배우 윤여정이 카스맥주를 마시고 있다. <오비 카스 광고 중에서>

실적 흐름과는 전혀 반대되는 고액 배당심각한 국부유출


2001년 인수한 카스맥주를 등에 업은 오비맥주는 업계에서 굳건한 1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수제 맥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 증가 등 각종 요인이 겹치며 안타깝게도 매출 수준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단위: 천원]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2018년 매출액 16981억원을 달성한 직후 줄곧 내림세다. 2019년에도 매출이 줄더니 2020년에는 전년 대비 12.3% 감소해버려 13529억원에 그쳤다. 벌어들인 수익이 계속 감소하다 보니 자연스레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빠른 속도로 빠졌다. 20185145억원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4090억원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3000억원도 채 안됐다. 순이익의 감소는 더욱더 심각했다. 2018년에 비해 2020년에는 무려 58%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점은 2018년을 기점으로 오비맥주의 수익성이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AB인베브는 실적의 흐름과 상관없이 아랑곳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영업 활동의 성과가 후퇴한 2018년부터 순이익보다 더 큰 액수의 배당금 지급을 결정했다. 지분 매각 후 재인수한 2015년 곧장 순이익의 1.5배에 달하는 370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이후 2년 동안 배당이 전혀 없었지만 2018년부터 무리할 정도로 다시 배당 잔치를 벌였다. 2018년 순이익의 90%가량이 배당금으로 주주총회에서 승인됐다. 하지만 다음 사업연도부터 오비맥주의 곳간이 활짝 열렸다. 2019년 배당성향 160%로 배당금 4390억원이, 2020년 배당성향 250%로 배당금 4000억원이 AB인베브로 들어갔다. AB인베브는 공교롭게 세계 2위의 맥주 기업을 인수하며 생긴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당금을 수령해 오비맥주 사정만 더 악화된 셈이다.

[단위: %]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했는지를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은 자본력을 확충해줄 이익잉여금을 쌓지 못할 정도의 고액 배당으로 인해 급격이 나빠졌다. 201819.3%까지 도달했으나 가파르게 감소한 탓에 2020년 말 10.2%까지 추락했다. 영업 성적이 나빠지며 자산의 규모도 줄어들며 총자산이익률도 201811.7%에서 3년 새 절반 수준에 가까운 5.9%로 하락했다. 영업 성과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영업이익률도 동기간 30.3%에서 21.8%로 급락했다.

[단위: 원] 자료출처: 금융감독원<br>
[단위: 원]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순손실을 전혀 낸 적 없는 우리나라 기업 오비맥주의 자본력은 AB인베브의 결정으로 인해 약화됐다. 2017년만 해도 22838억원에 달했던 자본총계는 최근 3년간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매해 지급하며 2조원 대마저 붕괴됐다. 원인은 이익잉여금의 감소였으며 2020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15728억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애꿎은 우리나라 기업을 통해 국외로 유출된 금액만 따져도 15540억원에 달했다. 한 외국 기업의 투자금 회수 등의 목적 때문에 국부 유출로 막대한 돈이 빠져나간 건 분명히 문제다.


현금및현금성자산 규모의 끝없는 추락.. 유동성 문제 비상


[단위: 원]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오비맥주는 유동성 악화라는 위기에도 직면했다. 주주 AB인베브에 배당금을 지급하느라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8007억원까지 현금및현금성자산을 쌓아 올렸지만 1년 만에 현금 등 당장 쓸 수 있는 자금이 전년 대비 33.7%나 증발했다. 2019년에도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유입액이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배당금 지급으로 사용되며 3495억원까지 줄었다. 급기야 2020년에는 직전 사업연도보다 약 70%가 사라져 결국 1057억원에 불과한 현금및현금성자산만이 남게 됐다.

[단위: 천원, %]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유동성 비율은 1년 내 현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유동부채를 얼마나 상환할 수 있을지를 뜻하는 지표다. 유동자산의 비중이 크면 유동성 비율이 높아지게 되고 유동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예상한 대로 현금및현금성자산의 빠른 감소 때문에 2017년까지 164.3%까지 올랐던 유동성 비율이 맥없이 추락하며 2020년에는 74.9%를 기록했다. 유동자산으로 유동부채를 갚아낼 여력조차 없는 상태인 것이다.

[단위: %]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유동성 지표 중 가장 보수적인 현금비율에서도 오비맥주의 유동성 위기를 엿볼 수 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가장 많았던 2017년의 현금비율이 107.3%까지 상승해 적정 수준의 다섯 배였다. 앞서 살펴본 대로 현금 등의 사정이 나빠지며 현금비율에도 악영향을 미쳐 4년 사이 6950억원의 현금이 줄어들며 18.8%으로 처참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는 적정 수준 20% 아래로 보수적인 유동성 지표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자본 감소에 유동성 문제까지 일으킬 정도의 배당수익을 챙겨간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매각한다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오비맥주가 감당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수제 맥주 시장의 성장을 겨냥해 새로운 수입원이 되어 줄 자회사 제트엑스벤쳐스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이 역시 AB인베브의 자금 줄로 전락해 버릴 수 있어 우려된다. 매각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한 오비맥주가 주주로 인해 그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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