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주류시장…대세는 ‘무 알코올’ 작년 매출 34%↑

건강한 음주문화 퍼져…“무 알코올 시장 확대 가능성 커”

맥주 500cc정도 마십니다.” 누군가 주량을 물어보면 했던 대답이다. 그럼 이런 말이 돌아온다. “맥주는 술 아니야. 음료수지.”

그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시대가 됐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집에서 간단하게 마시는 홈술이 늘다보니 도수가 낮아지거나 무 알코올 주류가 판매가 증가추세를 타고 있다. 소주, 소맥처럼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무 알코올에 눈을 돌린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변화에 힘입어 무알코올 주류 시장도 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로 홈술·혼술족이 늘면서 무 알코올 제품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팬데믹 시대에 건강과 자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그 이유다.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경우 주류가 아닌 음료로 구분된다. 알코올이 전혀 없을 경우 무알콜, 1% 미만일 경우는 논알콜(또는 비알콜)에 해당된다.

그래픽_뉴스워커
그래픽_뉴스워커

혼술·홈술족과 MZ세대는 취할 때까지 마시는 문화보다 분위기를 즐기는 건강한 음주문화가 퍼지고 있다. 이미 일본, 호주, 독일, 미국 등 선진국 음주성향 조사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무 알코올·저 알코올 음료 부문은 지난해 기준 전체 음료 시장 평균의 10%대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무알코올 시장의 성장세는 전 세계에서 흐름을 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WSR는 세계 저 알코올 주류 판매량은 2024년까지 3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지난해 저 알코올 주류 판매량은 전년보다 30% 늘었다. 국내 저 알코올 시장은 아직 맥주 중심이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무 알코올 맥주 매출액은 전년보다 34% 늘었다.

국내 무알콜·저알콜 맥주 시장은 201213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2025년까지 국내 무알콜·저알콜 맥주 시장 규모는 2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건강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맥주의 맛과 술자리 분위기는 즐기지만 알코올의 영향을 받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무 알코올·저 알코올 맥주가 선택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류업계 빼기에 총력이름 따라 특색 있는 무알코올 제품들


무알코올 혹은 도수가 낮은 술이 인기를 끌면서 주요 주류 업체들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에서 첫 무알코올 맥주를 내놓은 건 하이트진로음료이다. ‘하이트제로0.00’201211월 출시했고 누적판매량이 7200만캔 정도다. ‘하이트제로 0.00’은 올 프리(All Free) 제품으로, 알코올 제로, 칼로리 제로, 당류까지 제로화 했다. 이 제품만 국내 무알코올 시장 6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2위는 2017년 출시된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비발효 제조공법'을 이용한 점이 특징이다. 알코올 0.00%, 당류 0g, 30(350기준)로 저칼로리 제품이다.

오비맥주 카스 0.0’은 지난해 뒤늦게 출시됐지만, 현재 온라인 누적 판매량이 200만캔을 돌파했다. 이 제품은 일반 맥주와 같은 원료를 사용하고 동일한 발효 및 숙성 과정을 거쳐 비 알코올 음료지만 맥주 고유의 짜릿하고 청량한 맛을 살렸다. 도수는 0.05% 미만으로 알코올 부담이 적다. 누적 판매량 200만캔은 쿠팡에 입점한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7월 중순까지의 판매 수치다.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은 무알코올 맥주 시장을 성장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무 알코올 주류는 법적으로 주류가 아닌 음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온라인 통신판매 등이 가능하다. 다만 청소년보호법,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등에 따라 주류로 분류돼 미성년자는 살 수 없다.

관세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맥주 수입액은 2018년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맥주 수입이 지난해 19.2% 줄었지만 무 알코올 맥주의 수입은 113.5% 늘었다. 무알코올 맥주는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179.6% 수입이 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맥주는 일본산 수입이 줄고, 대신 국산 수제 맥수가 인기를 끌면서 수입액이 줄었다코로나19 시대에 회식보다는 홈술’·‘혼술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와인 수요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와인수입은 대폭 증가하면서 맥주를 제치고 주류 수입 1위를 차지했다.


'라떼' 같은 술은 없다추세는 적당히 기분 좋게


2000년대 중후반에는 후래자삼배(後來者三杯)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 때문에 대학 동아리 회식 시간은 칼같이 지킨 기억이 있다. 안 그러면 나중에 왔다는 이유로 술 석 잔을 내리 마셔야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입사해서도 회식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퇴근하면 6. 술자리 시작은 오후 630분에서 7시쯤 1차를 시작한다. 일단 첫 잔은 소맥으로 시작한다. 그렇게 2, 3차 자리를 거치면 막차가 끊겨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 이제는 그게 언제 적 이었는지 싶다. 그때는 라떼를 시작으로 반복되는 상사의 조언들이 지루하게 들렸었는데, 요즘에는 한번 씩 진솔한 대화가 그리워진다. 그러고 보면 그 라떼가 단점뿐만 아니라 장점도 있는 거였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19 주류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술 마시는 장소에 변화가 있었다고 답한 응답자는 65.7%. 이 중 음주 장소를 집으로 바꾼 사람들이 87.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주류 문화의 변화와 더불어 건강·다이어트 등을 이유로 주류를 대체할 무알코올 음료에 눈을 돌린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음주 문화가 변했다. 이전에는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셨다면 최근에는 적정선을 지키며 적당히 기분 좋게 마시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요즘은 술을 마시면서도 맛에 취하고 분위기에는 취하지만, 몸은 취하지 않으면서 건강하게음미하는 추세인 것 같다. 이런 추세에 따라 알코올과 칼로리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무 알코올이 주목받고 있는 건 자명하다.

주류업계에서는 국내 무 알코올 시장은 아직 틈새시장 정도지만 향후 확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가벼운 술자리를 선호하는 것도 주류업계에서 무알코올 음료를 주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물러가고 다시 모인 회식자리에서는 소주를 마시는 주당, 알코올 때문에 얼굴부터 빨개지는 비주류, 개인의 취향 따라 다르게 즐기면 되니 모두 주류가 될 일 만 남았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