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림니스트] 지난달 말 배우 이미지씨가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홀로 숨졌다. 올해 겨우 58세의 나이였다. 그가 죽은 것을 아무도 몰랐고 사망 후 2주 후에야 남동생에 의해 발견됐다고 한다.

조사에 나선 경찰은 외인사(外因死)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사인을 신장 질환으로 인한 쇼크로 추정했다. 폐쇄 회로 TV를 확인한 결과 이씨는 지난 8일 이후 외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고독사(孤獨死)’였다.

이씨는 1981년 영화 ‘춘색호곡’으로 데뷔해 드라마 ‘서울의 달’에서 배우 한석규와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노마 엄마로 상당 기간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밖에 드라마 ‘파랑새는 없다’, ‘육남매’, ‘태조왕건’, ‘거상 김만덕’ 등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가 고독사로 세상을 등졌다.

▲ 고독사는 1990년대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지난 2011년 방송으로 널리 알려졌다. 최근 배우 이미지씨가 고독사의 의한 사망으로 판명되면서 그 동안 감추어져 왔던 사회 이면의 모습이 여실이 드러나고 있다. 과거 고독사는 중장년, 노인층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중 청년층으로 확산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고독사는 주로 혼자 사는 사람이 돌발적인 질병 등으로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이씨처럼 홀로 살다가 홀로 죽어서 대부분 오랫동안 시신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실직이나 경제적 능력으로 인한 중장년 남성의 고독사가 대부분이었지만 개인주의 가치관 확산 및 인권, 권리의식, 가치관 충돌 등으로 독신자가 늘면서 경제력과는 상관없는 고독사, 연령과 상관없는 고독사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 간의 갈등, 지인 간의 갈등에 있어서 서로 양보, 타협하거나 한쪽이 양보하였지만 점차 인권, 권리의식과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으로 일방적 양보나 타협은 거부하는 사례도 급증하였다. 또 성격차이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려는 현상도 점진적으로 확산되어갔다.

가족 간의 의견대립이나 종교문제, 가치관의 차이 등으로 가족이 있어도 시체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도 급증하였다. 현대사회에서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고령화, 개인주의, 인간관계 스트레스, 핵가족화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독사는 1990년대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지만 2011년 방송으로 널리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고독사 대신 무연사(無緣死)라는 표현을 쓴다. 누군가와 연이 닿지 않아 홀로 외롭게 살다 쓸쓸하게 죽음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고독사는 인적 관계의 끈이 끊어진 사회가 만들어낸 죽음이라고 봐야 한다. 임종을 지켜주는 이 없이 혼자 숨지는 죽음이란 뜻이다.

일본은 고독사가 많은 나라다. 1980년대 말 이후 지속된 경제위기가 1994년 버블붕괴로 이어지면서 ‘나 홀로 사망’이 급증했다. 실직자와 이혼율 급증, 비혼 풍조와 개인주의 문화 확산 등이 고독사를 늘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본에서는 한해 4만 명이 홀로 살다 숨진 채 발견된다고 한다. ‘고독사 예비군(群)’도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독사는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화 된 지 오래다. 1년에 1000여 건 이상 돼 ‘고독사 사회’에 진입했다고 해도 틀림없다.

현재 고독사 실태를 알 수 있는 국가통계는 없다. 고독사의 현황은 주로 ‘무연고자 사망’으로 설명돼 왔다. 사망자에게 유가족이 없거나 유가족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다.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2년 1021명이던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1833명으로 5년 새 80% 가까이 늘었다.

고독사로 추정되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수의 32%(579명)가 70세 이상 노인이다. 이어 50∼59세가 23%(420명)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고독사 추정 사례를 합치면 50대 비중이 더욱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고독사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사회변화로 1인 가구가 늘고 이웃과의 단절이 심화하면서 고독사하는 연령층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고독사 발생 비중이 40∼50대 중년층에서 높게 나타나는가 하면, 20∼30대 청년층도 잠재적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될 정도다.

2010년 414만2165가구였던 전국의 1인 가구 수는 지난해 현재 539만7615명으로 125만5450명이나 늘었다.

특히 예나 지금이나 1인 가구 수는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30대이고, 50대는 59만721가구에서 91만1859가구로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홀로 살다 보니 고독사 위험이 큰 건 당연하다. 여기에 중년층의 조기 퇴직·이혼·건강문제, 청년층의 취업난 등이 사회적 고립을 불러와 이들을 새로운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하게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부분 홀로 사는 노인에게 집중된 고독사 예방대책을 정부 차원에서 전 연령층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족과 친인척, 사회로부터 단절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사회는 절대 건강하지 않다. 혼자 외롭게 살다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불행한 죽음은 이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올 겨울에도 매서운 엄동설한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외로운 죽음이 단 한 건도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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