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190만 명 ‘알뜰폰’으로 갈아타, 자급제폰도 늘어

“알뜰폰 업계 양극화 막고, 과도한 경품 경쟁 자제해야”

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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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날개 단 듯 빠른 속도를 내세운 5G. 스마트폰의 인터넷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용자들의 불만과 함께 오히려 5G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만큼 만족도가 낮다는 반증이다.

최근 3년 사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으로 번호이동 한 소비자가 19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세대(5G) 통신 도입 이후 이동통시 3사가 적용하는 고가 요금제와 서비스 속도에 실망한 고객들이 알뜰폰으로 넘어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이동통신 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이동통신 3사로부터 망을 임대해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1일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은 20191월부터 지난 8월까지 1895097건이다.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 한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428561건에서 2020724563, 20211~8월까지 741973건을 기록했다.

김 부의장은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많은 이용자가 이동하는 현상은 5G 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며 관련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발생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다고 평가했다.

이통 3사의 비싼 5G 요금도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발표한 ‘5G 소비자 문제 실태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5G 불편사항으로 ‘5G의 체감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답했다. 김상희 부의장실 자료에 따르면 이통 3사의 5G 요금 평균 금액은 69777. 반면 알뜰폰의 평균요금은 약 15000~2만원대로 나타났다. 알뜰폰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5G 요금제와 비교해 매월 4만원 가량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저렴한 가격의 자급제폰을 구매해 알뜬폰 요금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가 미사용 공기계를 구매한 뒤 원하는 통신사에서 스마트폰을 개통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비싼 5G 요즘 대신 알뜰폰 요금제를 활용해 적절한 요금을 스스로 찾고 있는 형국이다.

김 부의장은 가계 통신비 시장의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구조가 깨지고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단 알뜰폰 구매 시 통신사가 제공하는 경품 경쟁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5G 품질 문제 도마 위주요 선진국 LTE·5G 요금제 겸용


5G 사용 기기를 구매하기 위해 대리점·판매점 등 오프라인에서 5G 요금제만 택해야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국에선 LTE·5G 요금제를 겸용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5G 요금제가 비싸기만 하고 품질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 대안으로 무약정 요금제도 일부 혜택을 제외하는 조건을 달아 가입률이 저조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5G 통신 품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LTE·5G 요금제 구분을 없애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최근 제출받은 선진국 기준 통신사업자의 4G·5G 요금제 현황을 보면 일본과 이탈리아를 제외한 7개 국가(미국·영국·독일·캐나다·프랑스·스웨덴·호주)에선 LTE·5G를 겸용하거나 하위구간에서 LTE를 제공하고 있다.

전혜숙 의원은 “LTE·5G 구분부터 없애야 한다대부분의 선진국은 LTE·5G를 구분하지 않는데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한국도 통신 요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전기나 수도 요금도 쓴 만큼만 내는데 통신비만 구간 정액제를 해서 이용자들이 쓰지 않은 부분까지 통신사가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5G 사용자들은 비싼 5G 요금에서 탈출하고 있다. 자급제 단말기와 알뜰폰 요금제를 합친 알뜰폰의 흥행 조짐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알뜰폰 경품 경쟁은 문제중소 알뜰폰 업체 경쟁력 과제


알뜰폰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과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가입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 들어 단말기는 고가모델을 채택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저가의 이동통신 요금제를 선호하는 소비층이 늘면서, 알뜰폰 사업자간 요금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알뜰폰 이용자도 젊어지는 추세다. 10·20대 이용자가 201712%에서 지난해 22%로 크게 늘었다. 단 이동통신 3사 독과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출범한 알뜰폰 시장도 이동통신 3사 자회사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21 국정감사 이슈분석보고서에서 알뜰폰 시장에 대한 이통 3사 자회사 집중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제도 방향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기준 이동통신 3사의 자회사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 알뜰폰 가입자의 45.7%에 달한다. 알뜰폰 시장의 나머지 점유율을 놓고 중소 알뜰폰 업체 30여 곳이 경쟁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동통신 3사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 알뜰폰 사업은 사업 취지에서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시장에서도 잘되는 업체는 잘 되고 안 되는 업체는 안 되는 양극화를 겪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가 풍부한 자급력을 바탕으로 마케팅 차원에서 경품·지원금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자료에 따른 알뜰폰 사업자 경품 내역은 올해 3월 이통동신 3사의 자회사 중 알뜰폰 가입자에게 129600원의 지원금을 준 사례도 있다. 이밖에도 네이버 포인트 30000, 지니 뮤직 6개월 이용권 등의 경품이 지급됐다.

이처럼 알뜰폰 업계도 기업 규모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 자금 경쟁력이 있는 이동통신 사업자의 알뜰폰 자회사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이가 커지면서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현재 알뜰폰 업계는 어려운 시장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경쟁력 강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담합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된 알뜰폰. 알뜰폰 시장은 정부 규제에 따라 이동통신 3사 자회사와 중소 업체 간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중소 알뜰폰 업계만의 혁신적인 노력으로 경쟁력을 키워 자생력을 길러야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법이다. 실속 있고 가성비(가격 대비 높은 만족감) 좋은 알뜰폰 요금제가 지속적으로 이용자에게 이익을 준다면 많은 이들의 선택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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