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컬럼니스트] 우리나라 대통령이 타는 전용열차는 어떨까. 최초는 1927년 일본에서 제작되고 조선총독부 철도국 경성공장(현재 서울철도차량 정비창)에서 조립된 객차(승객용 차량)다. 이 객차 중 특실 침대차량 16호를 1955년 서울공작창(현재 서울철도차량 정비창)에서 대통령 전용 객차로 개조 후 운행했으며, ‘귀빈객차 16호’라 불렀다. 길이 24.5m, 너비 3m, 높이 3.4m, 무게 55.9t이다.

외장은 고급스런 자주색과 흰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내부에는 전망대와 침실, 주방, 화장실을 갖추고 있고 회의용 테이블과 금색 커버를 씌운 의자, 붉은 카펫 장식 등 각종 시설과 설비가 갖춰져 있다.

당시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이 지방시찰 등에 이용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 구형 동차(니이가타동차)와 비슷한 특별동차가 운행됐다. 1969년에 ‘특별동차’라는 이름으로 대통령 전용동차가 도입되기도 했다. 이 열차가 지나가면 다른 열차는 모두 역에서 정지해야 했다.

▲ 그래픽_황규성 디자이너

지금은 의왕시 월암동 철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소유 및 관리한다. 전직 대통령 관련 유물로, 역사적·사료적으로 그 가치가 크기 때문에 2008년 10월 17일 등록문화재 제419호로 지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대통령 전용열차 ‘트레인 원’에 일반인과 함께 탑승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서울과 강릉을 오가면서다.

트레인 원은 공군 1호기(KAF-001), 헬리콥터, 자동차와 함께 대통령의 주요 이동수단이지만, 평소 이용이 많지 않은 탓에 덜 알려져 있었다. 공군1호기처럼 숫자 1을 붙여 트레인 원으로 부른다.

이 열차는 대통령이 국내에서 이동할 때면 해당 인근 지역으로 어디든 비밀리에 따라가 대기하는 대통령 전용열차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1979년부터 대통령 전용열차가 운행됐으나 그 존재가 일반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 전용공간이 공개된 것 이례적이다. 대통령 전용열차는 기상 악화 등으로 대통령의 이동이 원활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다.

트레인 원은 2010년 현재의 고속열차(KTX)가 도입됐다. 앞뒤 기관차까지 포함해 총 10량이다. 객차 8량 중 1량은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된다. 이 칸에는 싱크대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또 다른 1량은 30명 가까이가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쓰인다. 이곳은 의자가 지하철처럼 마주 보게 놓여 있다. 이날 초청시민들과의 오찬, 체육기자간담회,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가 이들 두 객차에서 진행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열차를 타는 것은 오늘이 두 번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 전용열차를 공개한 것은 그만큼 국민에게 다가서겠다는 의지가 담긴 걸로 보인다. 트레인 원은 이날 낮 12시경 서울역을 출발해 중간역을 거치지 않고 1시간 40분 만에 강릉에 도착했다. 대통령 전용열차는 길이 막히는 등 도로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다.

평창 올림픽에 세계 정상급 인사 43명이 직접 참가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 중 많은 인사가 전용열차를 이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다고 한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대통령이 서울에 머물며 전용열차를 이용해 평창 올림픽 현장을 오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날 이용한 전용열차 외에도 새마을호에 연결해 사용하는 대통령 전용열차인 ‘경복호’도 보유하고 있다. KTX로 갈 수 없는 구간을 갈 때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경복호는 1999년 4월 설계에 착수해 2001년 4월에 제작이 완료됐으며, 2002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복호를 타고 경의선 도라산역을 방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사용한 적이 없다.

그 이전에도 대통령 전용열차가 운행되긴 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실질적으로 열차를 운행하지 않았다. 뒤 이은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헬리콥터나 전용차량 등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2014년 2월, 북한 김정은 노동위원장의 전용열차의 내부 모습이 최초로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북한 조선중앙TV가 당시 기록영화 ‘부강조국 건설의 불멸의 대강을 밝혀주시어’를 방영하면서 ‘1호 열차’로 불리는 북한 최고 지도자의 열차 내부 모습을 포착해 알려졌다.

열차 내부에서 김 위원장은 담배를 손에 쥐고 최룡해 총정치국장 등과 회의를 하고 있었고 그의 곁에는 일본산 노트북도 포착됐다.

‘1호 열차’는 북한 최고통치자의 전용 열차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지방 현지지도는 물론 중국, 러시아 방문 때도 1호 열차를 이용했다.

1호 열차는 ‘달리는 특급호텔’ 수준이다. 방탄 설비는 물론 응접실, 회의실, 최고급 침실 등이 있고, 바닥은 방탄판을 깔아 폭발물이 아래에서 터져도 안전하다. 열차엔 위성 항법 시스템과 위성 전화가 설치돼 있어 열차 여행 중에도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경색된 남북관계가 해빙돼 남북정상 서로가 전용열차로 서울과 평양의 철길을 오갈 수 있는 날을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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