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브랜드 스파오, 국내 최초 표준 체형 마네킹 매장에 비치

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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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킹 몸매


마네킹 몸매.’ 마네킹처럼 날씬한 몸매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국립국어원 오픈 국어사전 <우리말샘>에서 이 마네킹 몸매를 검색하면 2009년의 신문 기사 용례를 볼 수 있다. 여러 사람에게 인정받고 쓰이기 시작한 지도 제법 오래된 표현이라는 뜻이다. 마른 몸매 선호의 역사도 그만큼 길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요즘의 1020 세대는 이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 듯하다. 여러 SNS에 검색해 봐도 과거와 비교해 사용 빈도가 현저히 낮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저체중에 가깝도록) 날씬하다를 칭찬으로 사용하는 가운데, 사람을 마네킹에 비유하는 일이 줄어든 이유가 뭘까.

하나 짐작해 보자면 요즘의 멋진 그들은 과거의 그들보다, 그리고 마네킹보다 더 말랐다. 마네킹보다 키는 크고 몸은 마른 인플루언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 굳이 사람을 마네킹에 비유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자기 몸 긍정주의


마네킹보다 마른 사람들이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아가던 와중, 패션계에 새바람이 불었다. 바로 자기 몸 긍정주의(body positive)’. 체형에 관계없이 자신의 몸 자체를 사랑하자는 흐름으로, 타미힐피거, H&M, 나이키 등 유명 브랜드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 기용에 기여했다. 특히 나이키는 매장에 플러스 사이즈 마네킹을 비치해 이목을 끌었다.


사이즈 차별 없는 마네킹


한편 국내 최초로 표준 사이즈 마네킹을 매장에 들인 건 SPA 브랜드 스파오다. 지난 6일 이랜드에 따르면 스파오 코엑스점과 스타필드 안성점에 사이즈 차별 없는 마네킹이 비치된다. 해당 마네킹은 지난 4월 진행된 자기 몸 긍정주의 캠페인 에브리, 바디의 일환으로, 펀딩을 통해 제작됐다.

캠페인은 샌드박스네트워크와 국내 최초 내추럴 사이즈 모델인 치도가 이끌었으며, 사회의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흔들어 보자는 슬로건으로 ‘Shake the frame. Every, Body’를 내걸었다. 펀딩은 프로젝트 오픈 5시간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고, 목표 대비 227%에 달하는 금액을 모았다.

기존 패션 매장에서 사용되던 마네킹의 키가 남성과 여성 각각 190cm, 184cm였던 것과 달리 이 마네킹은 남성 172.8cm, 여성 160.9cm로 제작됐다. 대한민국 25~34세 남녀의 사이즈 데이터를 기반으로 표준 체형에 가까운 마네킹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허리둘레 역시 남성과 여성 각각 2.3인치, 5.9인치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긍정


스파오 측은 모두가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가꿀 수 있도록 평균 체형 마네킹을 비치해 응원하겠다라고 전했다.

누리꾼은 스파오의 이 같은 행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 기존의 정형화된 체형 마네킹보다 좋다는 의견, 마네킹에 옷이 입혀진 모양새를 구매에 참고할 수 있겠다는 의견 등을 찾아볼 수 있었다.


날씬의 표준은 날씬


스파오의 새로운 시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와중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바로 날씬의 표준은 날씬이라는 거다. 기존 마네킹의 키와 허리둘레가 너무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그 변화가 극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사이즈 차별 없는 마네킹’, 그러니까 표준 체형은 그다지 통통하지않다.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비만율은 OECD 주요국 중에서도 낮은 편이다. 건강한 몸매보다 마른 몸매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주 적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런 사람들의 데이터를 모아다가 표준 체형을 만들면 당연히 적당히 평범하게 날씬한체형이 된다.

가시적인 표준 체형은 어떤 이에게 기존 마네킹보다 현실적인 비교 잣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가 필요하다.

자기 몸 긍정주의다양성 존중은 하나의 표준 체형과 분명 거리가 있다. 그러니, 스파오의 이번 시도가 새로운 획일화 기준의 제시이기보다는 다양화로의 과도기이길 바란다.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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