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속 인물 하림 김홍국 회장<br>
그래픽 속 인물 하림 김홍국 회장

[뉴스워커_해운업계 진단] 해상운송 등을 영위하는 팬오션은 1966년 설립됐으며 2004STX그룹 계열사로 편입되어 2007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벌크선 업황이 최악에 치닫자 STX그룹은 매각을 결정했고 이후 하림그룹이 새로운 주인이 됐다. 올해로 인수한 지 만 6년이 지난 팬오션은 해운업 호황기 덕분에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하림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자리 잡고 있다. 하림그룹의 인수 목적은 곡물 유통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이은 적자에 자본 잠식이 이어지며 좀처럼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팬오션 인수 후 하림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부채를 갚았지만 다시금 차입금 의존도가 30% 이상으로 크게 뛰어오르고 유동성 악화에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곡물 유통 시너지 효과 기대, 하지만 영업손실에 자본 잠식.. 회복할 수 있나


[단위: 백만원, %]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벌크, 컨테이너, 유조선, LNG 수탁 운항 서비스 등의 주요 사업 부문과 곡물 사업 및 임대업 등을 아우르는 연결기준 실적에서는 팬오션의 승승장구가 기대된다. 비록 매출 규모는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6684억원 매출액에 20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2018년 영업이익률 7.6%였다. 이듬해 매출이 감소했음에도 영업이익이 올라 영업이익률은 8.5%로 상승했다. 2020년이 되자 매출이 293억원 정도 소폭 증가하고 동시에 영업이익도 증가세를 이어간 덕분에 영업이익률은 9%까지 올랐다. 2019, 2020년 사이에 유형자산손상차손 등 때문에 기타영업외손실이 발생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8.6%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 활동의 성과를 살펴보면 3년 내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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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팬오션의 곡물 유통 인프라 구축의 야심한 계획과는 달리 곡물 사업에서 저조한 영업 성과를 내고 있다. 2018년과 2020년 사이 매출은 고르게 유지해 외형 성장했지만 2020년 한 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해에서 영업 적자 상태다. 2956억원의 매출을 낸 2019년 영업손실 286억원이 발생한 다음 해 매출액이 급격히 증가해 약 91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했으나 영업이익률 0.2%로 사실상 굉장히 미미하다. 올 상반기 곡물 사업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악화되었다. 매출 상승세를 그대로 유지돼 2020년 상반기에 비해 40% 이상 매출 상승에 성공했지만 영업 손실 49억원을 내며 팬오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갉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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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벌크선 기업답게 매출액 대부분이 벌크선 사업 부문에서 비롯됐다. 2018년부터 총매출액 중 70% 이상이 벌크선 사업에서 발생한 매출이었다. 그 뒤를 이어 비중이 높은 사업 부문은 주요 보고 부문이 아닌 곡물 사업으로 하림그룹의 인수 목적답게 매출액 대비 비중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16월 말 기준 전체 매출액 중 15.6%가 곡물 사업에서의 영업수익이었다. 공격적인 전략을 선택한 팬오션은 이외에도 스폿 계약 등을 늘리며 컨테이너선 사업 비중도 저번보다 늘었지만 10%도 채 안 된다. 그만큼 곡물사업에서의 수익성이 신속히 개선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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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업 부문 중 곡물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매우 초라하다. 벌크선 사업의 2018년에서 2021년 상반기 사이 평균 영업이익률은 10.3%로 팬오션 실적의 중심을 잘 잡고 있다. 단기적인 실적을 끌어올리는 컨테이너선 사업의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11.5%로 실적 상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정작 곡물 사업에서는 평균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0.7%에 불과했다. 곡물 사업의 연이은 적자는 곧 자본총계 마이너스 560억원으로 자본잠식까지 초래했다. 지금은 수익성 개선의 시점을 확신할 수는 없어 보인다.


차입금 의존도 30% 초과에 유동성 지표 악화.. 이 와중에 오너는 고액 연봉 수령


[단위: 백만원, %] 자료출처: 금융감독원

팬오션 부채비율은 위 그래프에서 그려진 대로 100%를 넘지 않아 안정적이었다. 해운업계 특성상 취약한 재무 건전성이 아직까지는 잘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율은 부채비율이 매해 증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854.8%, 201953.6%로 대단히 안정적이었으나 수익성이 본격적으로 오른 후 부채비율 역시 오르기 시작했고 올 상반기 말에는 80.9%까지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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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의 증가 원인은 차입금 의존도의 상승이었다. 총차입금 의존도가 202030.7%로 적정 수준을 초과했으며 이후 단기 및 장기 차입금이 모두 늘자 총자산 대비 총차입금 비중은 31.6%가 됐다. 당장 건전성에 큰 문제를 일으킬 만한 수준의 부채비율이라고 볼 수 없지만 차입금 의존도의 가파른 상승세가 그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결코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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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유동 비율 200%, 당좌 비율 100%를 웃돌아야 유동성이 건전하다고 평가하지만 팬오션은 이 기준치와는 차이가 난다. 유동 비율은 적정 수준 200%에 근접한 적 조차 없으며 당좌 비율은 2020년까지 100.2%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으나 유동부채가 빠르게 늘어나자 1년 만에 85.1%로 내려앉았다. 실제 2018년 유동부채 6705억원, 유동자산 6922억원인데 반해 20212분기 말 유동부채는 1491억원, 유동자산이 9783억원으로 유동부채의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현금 비율은 내내 20% 이상으로 안정적이지만 같은 사유로 인해 16.2% 포인트 급감하며 유동성이 악화되었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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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와중에도 김홍국 회장은 팬오션에서 5억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했다. 김 회장은 팬오션 포함 총 6개사에 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이를 두고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2020년에는 미국 법인 두 곳에 등기 이사로 등재되며 겸직 논란에 크게 여의치 않는 것으로 추측된다. 비상근 등기 이사인 김 회장은 팬오션 이사회 참석률이 2018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차례도 100%인 적이 없었다. 이사회 참석률도 많아야 75%인 김 회장은 회사가 차입금까지 이용해 자금을 끌어오고 있는 가운데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아무렇지 않게 챙겨간 것은 오너리스크 문제로 이어지기에 십상이다.

팬오션은 그간의 위기를 이겨낸 후 하림그룹의 효자 계열사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곡물 사업에서 이렇다 할 수익성을 내지 못하고 있어 자본잠식에 이르기까지 한 만큼 당장의 장밋빛 미래를 기대할 수만은 없다. 또한 자금 조달의 방도로 차입금에 의존하고 유동성이 떨어지는 양상은 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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