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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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KT 통신 마비


지난 25일 오전 1120분부터 KT 인터넷 유·무선 통신이 전국적으로 마비됐다. 복구는 85분이 지난 오후 1245분경 완료됐다. 알려진 KT 인터넷 이용자는 전국에 1900만 명이다. 거기에는 배달 노동자와 택시기사, 여러 분야의 자영업자가 포함된다. 당시 식당가는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가 시작될 때쯤 카드 결제가 먹통이 됐고, 여러 배달 기사도 제때 일을 받을 수 없었다.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 초 만에 큰돈이 오가는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 등도 접속 오류를 일으켜 손해를 초래했다. 통신 마비는 119 신고도 피해 갈 수 없었다. 119종합상황실 내 KT 회선을 사용하는 전화로 신고가 들어오자 신고자 위치 조회가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아 일일이 묻고 받아적어야 했다. 이는 20분 정도 지속됐는데, 신고자가 본인의 위치를 또렷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면 얼마나 아찔했을지 상상할 수 없다.


원인


업계와 여론은 KT 측에 구체적인 원인 해명을 요구했다. 사건 발생 즉시 KT 측에서는 대규모 디도스 공격이 원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KT의 서비스 장애라고 반박했다. 과기부의 반박 이후로 KT라우팅(Routing) 경로 오류로 인한 트래픽 쏠림이 원인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구현모 KT 대표가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한 사과문의 내용도 같은 맥락이었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최신 설비 교체작업 중 발생한 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가 원인이라고 언급했지만, 작업 경위 등 구체적인 해명이 더해지지 않았다. 통신업계 측은 KT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단순 사과 수준이 아닌 구체적인 해명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날 오전


최근 KT 경영진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 탈통신 산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전국적으로 통신망이 마비됐던 25일 오전 구현모 KT 대표가 있던 곳도 다름 아닌 KTAI 비즈니스 사업 발표회였다.

KT 공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932568억 원이었던 설비투자비는 구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28720억 원으로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까지 8641억 원이 투입됐으므로 하반기에 큰 이변이 없다면 설비투자비 감소세는 계속되는 셈이다. 이에 임기 3년 차를 앞둔 구 대표가 통신 관련 내실보다 신사업 관련 외형적 성과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민영화가 문제?


이런 상황 속에 민영화가 문제라는 여론이 다시 일어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KT에 관해 민영화했더니 위성도 팔고, 개인정보도 팔고, 데이터 속도도 안 지키더니 이제 전국적으로 먹통을 만든다. 다시 국영화를 고려해야 할 정도라는 내용의 글을 남겨 민영화 이후 적지 않았던 사건 사고를 언급했다.

이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민영화로 삼아선 안 된다는 여론과 부딪혔다. 민영화 지지 여론은 국영 기업이라고 해서 이런 문제가 아예 안 생길 거라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현재 논란의 중심을 빗겨 간 SKTLG 모두 국영이 아님을 언급했다.


통신이 기본권이 된 시대


앞의 두 입장과는 별개로, 보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영 기업이 하나 이상 있어야 한다는 시선도 찾아볼 수 있었다. 통신 마비가 정전이나 물자 이동의 차질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 사회에서 통신 접속 권리는 국민의 기본권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 펜데믹 이후 너무도 자연스럽게 도입된 비대면 업무/수업 시스템이나, 내년 상반기 도입이 예정된 주민등록증 모바일 확인 서비스 등을 고려하면 일하고 배우고 심지어는 자신을 증명하기까지 기본적으로 통신이 필요할 것을 상상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그런 기본적인 권리 제공을 민간 기업에만 맡기는 것에 관해서는 확실히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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