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성장’한 부실기업…10곳 중 4곳은 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

“고용 유연성 늘리고, 취약기업 효율적인 채무 관리 필요해”

뉴스워커 AG1팀 그래픽 작업
뉴스워커 AG1팀 그래픽 작업

[뉴스워커_경제의 시선]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기업이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40.9%는 대출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내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관련통계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을 보인 것. 성장성 지표가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국세청에 법인세를 신고한 비금융기업 799,399곳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사를 진했했다. 조사결과 성장세 둔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에게서 나타났다. 대기업 매출은 2019-2.3%에서 -4.6%, 중소기업의 경우 4.2%에서 3.9%로 각각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직격탄을 맞아 석유 정제업과 화학업의 매출이 각 34.1%, 8.0% 낮아졌다. 이동 제한 조치로 운수·창고업(-8.1%) 매출도 줄었다. 반면 비대면 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의 매출은 7.0% 늘었다.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은 118.3%로 전년(115.7%)보다 2.6%p 늘었다. 제조업은 73.5%에서 76.3%로 상승했지만 비제조업은 157.8%에서 157.3%로 하락했다.

이자 비용이 없는 곳을 제외한 42625개 기업 중 40.9%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100% 미만이었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41%에 달했다. 17만 개가 넘는 기업이 한 해 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상태라는 의미다. 이는 2018(35.2%), 2019(36.6%)에 이어 3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가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 10명 중 4명 정도가 비정규직 근로자 인 셈. 정부가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말한 것과 달리 비정규직 근로자는 오히려 늘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는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소득불평등도가 회원국 중 가장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은 회원국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업과 고용시장 상황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이다. 고용 유연성을 완화하고 취업교육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 기업이 채무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게 정부가 정책적으로 도와야 한다.


비정규직 800만명, 소득 격차해소는 점점 멀어지나


이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쳤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비정규직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8월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근로자가 전년 같은 달 대비 2.7%p 증가해 8066000명을 차지했다. 정규직 근로자는 12927000명으로 전년 대비 0.7%p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째 지속되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보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증가하는 노동시장의 불균형이 통계로 확인됐다.

전체 임금노동자는 지난해 2044만명에서 올해 2099만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첫해인 지난해에 전체 임금노동자가 이전 해(2019)보다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나아진 것이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다르다.

정규직은 12927000(61.6%)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전체 임금 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도 38.4%로 커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1567000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비정규직 10명 중 3명은 60세 이상이었다.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산업군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으로 16.8%(1356000)가 이 분야에 종사했다. 건설업과 사업시설 관리·사업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이 각각 11.0%(89만 명)로 뒤를 이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자발적 선택 비중과 임금 수준, 고용보험 가입률 등 주요 노동여건 지표는 상당폭 개선됐다여러 측면을 두루 살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명과는 다르게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 교육 미래 산업에 초점 둬야, 비정규직 보호도 필요


비정규직 노동자가 10명 중 4명에 달하는 게 노동시장의 현실이다.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긱 경제(Gig Economy·개인의 시간과 재능,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의 출현으로 자발적 단시간 노동자가 늘었다고도 말하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기업의 정규직 신입채용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최소화 정책만을 목표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도 계속돼야겠지만, 더불어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힘을 써야한다. 또 취업교육을 할 때도 우리가 미래에 맞이할 시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AI, 로봇과 함께 우주를 오가며 살아갈 미래 말이다. 미래를 선점할 수 있는 산업에 맞게 교육이 이뤄져야 취업 희망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불안에서 벗어나 시대흐름에 맞게 자신의 잠재역량을 발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일상이 막혔기 때문에 기업 매출 하락이라는 악재도 따랐다. 현재 위드 코로나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원자재 공급 차질과 인플레이션 등의 압박이 있는 상황이라서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한 관건으로 떠올랐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매출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영업이익만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이 크게 늘었고, 그들은 취약기업인 상태로 장기 존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자지급능력 강화·취약기업 감소를 위해 국내외 수요회복, 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매출 및 영업이익 개선이 우선적이라고 평가했다.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부진한 경영 상황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이어질 거란 우려가 높다. 취약기업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예기간이 늘어날수록 원금과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는 만큼 기업 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실적 회복과 수익성 완화 등으로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낙관은 금물이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 대신 최악의 상황을 돌파하게 되면 두려움을 떨쳐내고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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