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취업자 18개월째 줄어…전 연령 중 감소 ‘유일’
청년 “열일해도 부자 될 가능성↓”…정부 “체감 고용개선 정책 추진”

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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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고용 시장에서 40대와 함께 경제 허리로 불리는 30대 취업률이 심상치 않다. 전 연령층 가운데 유일하게 취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8월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30대 취업자는 520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88000명 줄었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18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8월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했지만 30대만 전년동기 대비 1000명 줄며 감소세를 지속했다. 올해 8월 전체 취업자는 27603000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518000명 늘었다. 코로나19 4차 확산에도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전체 취업자는 증가했지만 30대 취업자는 유독 감소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창 일해야 할 이들이 점점 취업 무기력증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30대 취업자가 18개월 연속 나홀로 줄고 있다. 30대에서 구직 활동이나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쉰 사람은 같은 달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올해 8월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인구는 30대가 318000명으로 전년보다 19000(6.3%) 늘었다. 이는 전 연령층 중 가장 큰 증가폭이다. 30대 인구 대비 쉬었음인구 비율도 20204.2%에서 올해 4.6%0.4%p(포인트) 상승했다.

쉬었음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으나 병원 치료나 육아 등 구체적인 이유 없이 일하지 않는 이들이다. 구직활동 자체가 없기에 경제활동인구인 실업자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30쉬었음인구가 연속 증가하는 현상은 30대 취업자 감소를 단순히 인구 구조의 문제로 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30대 인구가 줄면서 취업자 수가 자연 감소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와 동시에 노동 환경이 악화하면서 한창 일할 30대가 시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30대 취업 비중이 높은 제조업이나 도소매업이 다소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 30대 비경제활동 인구에서 쉬었음상태가 나타나는 듯하다인구 감소 때문에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에도 30대 취업자 감소폭은 전월과 비교해 줄었고, 고용률도 작년동월보다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공공 일자리에서도 배제돼젊은 층 일자리 줄자 대출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발 고용 충격을 딛고 다른 연령 계층은 속속 경제활동에 다시 나서고 있지만 30대는 예외다. 지난해보다 더한 실업난을 겪는 중이다.

30대는 정부 주도의 공공일자리 정책에서도 배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공공근로가 주로 20대 청년층 혹은 50대 이상의 고령층에 집중되면서 30대의 공백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것. 민간 제조업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직장의 신규 채용이 드문 탓에 이들 일자리가 새로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구직을 미루는 현상이 30대 고용 지표 악화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30대는 지난해 3월부터 18개월째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모든 연령층이 코로나에 따른 충격이 있었고 이후 증감을 반복한 반면, 30대는 코로나 국면이 시작된 이후 단 한 번도 반등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지난 8월에는 15세부터 70세 이상에 이르는 전 연령대 가운데 30대에서 유일하게 취업자가 줄었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다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더 나쁜 징후는 30대 중심으로 취포자(취업 포기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학업·질병·가사·육아 같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그냥 쉬었다고 답한 30대 인구는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8월 기준)를 기록했다. ‘취업난을 넘어선 무기력증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젊은 층에 부족한 일자리와 낮은 취업률은 그들이 빚의 도움을 빌리게 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30대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LTI)은 평균 228.9%40~50(223.2%), 60(221.9%)를 뛰어넘었다.


삶의 난의도 높아져고용 수치 증가에도 여전히 불안한청년층


이런 가운데 2030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2030대 직장인 23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구직 활동 단념 경험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84.5%니트족으로 지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니트족으로 지낸 이유로는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으로 닫힌 취업문을 뚫을 수가 없어 취업 활동을 아예 포기했다는 의견이 응답률 51.8%1위에 올랐다.

또 청년들은 앞으로 일자리 상황이 점차 악화될 것이고, 열심히 일을 해도 부자가 될 가능성이 적다(70.4%)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2.9%향후 청년 일자리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의 근로 의욕을 저하하는 뉴스는 부동상 값 폭등(24.7%)’물가상승(21.5%)’, ‘세금 부담(20.4%)’ 등을 꼽았다.

다만 수치상 고용률은 회복세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6(582000), 7(542000)에 이어 석달 연속 50만명 대를 유지했다. 실업자 수도 전년보다 12만명 줄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30~40대 취업자는 감소하고 있으나 인구 감소에 따른 취업자 자연 감소를 감안한 고용 상황은 2개월 연속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청년층 체감 고용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등 사회·경제적 충격을 가장 많이 받는 연령대로 청년층을 꼽는다. 이들은 고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소식도 체감하기 힘들고, 여전히 일자리에 대해 불안해 한다. 동시에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거나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

청년층이 급격히 높아진 삶의 난이도 앞에서 절망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구조할 사람은 본인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주변에서 동기부여를 해줄 순 있지만 실행하는 건 자신이기 때문이다. <왜 일하는가>의 저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지금 당신이 일을 하는 것은 스스로를 단련하고,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다고 말한다. 어떤 일이든 다 잘할 순 없다. 하지만 본인이 잘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먼저 실력을 기르자. 어떤 상대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노력이야말로 본인을 키운다. 돈도 없고 백도 없다면, 잘 갈고 닦은 실력이야말로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런 무기 하나쯤 가지고 인생을 살다보면 삶의 의미도 따라올 것이다. 그리고 꼭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위해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그게 인생에 대한 예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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