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긍정적인 시도, 확대 위해선 공적자금 지원 필요”

▲용기면에 점자 표기한 오뚜기(위)와 삼양식품(출처=각사)
▲용기면에 점자 표기한 오뚜기(위)와 삼양식품(출처=각사)

라면업계가 점자를 적용한 용기면 제품을 선보이며 시각장애인의 취식 편의성을 증진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제품 출시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부터 오뚜기와 삼양식품이 점자 표기 컵라면을 출시하고 있다. 현재는 각사 대표 제품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점차 다른 제품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물품에 대한 미흡한 점자 표기는 이전부터 문제로 대두돼 왔다. 의약품 용기의 경우 점자 설명이 부족해 약 복용에 불편을 겪는 시각장애인들 사례가 거론되기도 했는데, 11월4일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의 용기·포장 점자 표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분야는 다르나 식품업계의 제품 점자 활용은 타 업계에도 상당히 고무적일 것으로 보인다.

오뚜기는 컵라면 제품명과 물 붓는 선의 점자 삽입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파악한 뒤 검토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온라인 설문조사를 전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를 받아 점자의 위치 및 내용, 가독성 등을 개선했다. 제품명, 물 붓는 선을 비롯해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까지 포함됐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점자 위치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점자의 배경은 검은색으로, 점자는 흰색으로 대비해 정보 접근성을 높였다.

오뚜기는 9월 컵누들 김치·얼큰 쌀국수를 시작으로 진라면, 참깨라면, 열라면, 스낵면, 육개장, 진짬뽕 등 대표 제품에 점자를 표시해 현재 전체 제품 중 50% 적용을 완료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 제품을 선택하고, 취식할 때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컵라면 점자 표기를 추진했다”면서 “향후에도 취약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적 기업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삼양식품도 시각장애인의 제품 구매 및 취식 시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컵라면에 점자를 도입했다.

시각장애인용 제품 출시에 대한 소비자 제안이 오면서 논의가 시작됐는데, 올 상반기부터 점자 및 용기 외부면에 물 확인선 표기 가능 여부를 확인해 출시를 준비했다. 점자 오탈자, 가독성 확인 등 전 과정에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참여하기도 했다.

점자는 용기면 하단에 삽입했고, 빠른 인식을 위해 불닭볶음면을 불닭으로 축약 표기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9월부터 현재 점자 표시된 로제불닭 제품이 출시되고 있고, 내년 1월부턴 불닭볶음면 오리지널, 까르보, 크림까르보 등에도 점자가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면서 “삼양라면의 경우 리뉴얼된 패키지로 오는 6일 점자 패키지가 초도 생산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좋은 취지인 만큼 많은 기업에서 도입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라면시장을 주도하는 또 다른 기업인 농심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제품의 점자 표기에 대해 향후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팔도의 경우 대표 음료제품인 비락식혜 용기에 해당 상품을 의미하는 하트 모양 점자를 1998년부터 표시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이 같은 식품업계의 시도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하면서 “다만 영세한 업체가 시도할 경우 비용 부담 측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제품의 점자 표기를 확대하기 위해선 공적자금 지원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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