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ㅅㅇㅋ_금융동향] 금융권이 마이데이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지만 기존에 운영하던 자산관리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마이데이터 사업 자체가 새로운 방식의 신사업에 초점을 둔 게 아니라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기대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불편이 더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기존 핀테크사 등이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으로 제공하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API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보안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던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금융자산 관리를 API 방식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금융정보의 주체를 기존 금융회사에서 금융소비자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는 게 궁극적 목적이다. 금융소비자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금융정보의 제공권한을 활용해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자신의 정보를 통합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정보주체자인 이용자의 동의를 받아 필요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금융권에 분산된 정보를 통합,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한다.

일견 거창해보이지만,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대부분의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스크린 스크래핑 방식으로 제공하던 '자산관리'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도 나온다.

기존 빅테크 업계도 새로운 서비스 제공보다는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의 마이데이터 서비스 전환에 초점을 맞췄다. 방식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부 금융자산 정보가 엉뚱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오랜 준비기간소통·협력 필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오랜 전부터 금융당국과 업계에서 준비 기간을 가진 사업이다. 단순히 한 분야뿐만 아니라 금융정보 주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업권간 협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소통은 필수였다.

워킹그룹을 만들어 사전 조율을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부터 오랜 시간과 조율이 필요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보 제공 범위와 미성년자 마이데이터 포함 여부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미성년자 마이데이터 포함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핀테크 업계간 이견은 상당했다.

금융당국은 당초 미성년자를 마이데이터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내왔다. 미성년자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으로 얻는 이익보다 부작용이 더 클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마이데이터가 취급하는 방대한 금융자산 정보를 고려해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대상에서 제외하고 성년이 된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판단하게 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핀테크 업계는 반발했다. 이미 마이데이터와 유사한 자산관리 서비스 대상에 미성년자도 포함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정보 제공 범위를 한정하고 법적대리인 동의 절차를 둬 제한적으로 미성년자도 마이데이터 서비스 대상자로 둘 수 있도록 했다.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더미'


마이데이터와 관련해 차별화된 서비스가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처럼 논의 대상이 많은 것도 한 몫 한다.

당장은 서비스 차별화보다는 서비스 안정화와 함께 구체적인 기준 마련에 보다 힘을 싣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마이데이터 제공을 위한 절차를 담은 가이드라인 마련도 현재 논의 대상이다. 가이드라인 마련 전까지는 미성년자에 대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일부는 미성년자에 대한 마이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제한적으로 서비스가 제공될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지원센터 비용분담 비율도 중요 논의 대상으로 꼽힌다.

한국신용정보원은 올해 센터 운영비 분담과 관련해 정보제공자와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반반씩 내는 방안을 사전에 협의했다. 일률적으로 n분의 1씩 내는 형식으로, 향후 합리적 과금 체계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당연히 업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처럼 당장 눈 앞에 산적한 과제들로 인해 다른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이른 시일 내 출시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할 경우 업권간 의견 조율과 함께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필요할 수 있어 쉽지 않을 거라는 말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준비를 해왔지만, 업권간 의견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마이데이터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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