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여전히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여지도 뒀다. 북한은 대미 대응 방향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단계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언제든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여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무력 시위를 통해 미국을 향한 불만의 메시지는 이어가면서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선택지를 남기겠다는...<본문 중에서>
북한은 여전히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여지도 뒀다. 북한은 대미 대응 방향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단계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언제든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여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무력 시위를 통해 미국을 향한 불만의 메시지는 이어가면서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선택지를 남기겠다는...<본문 중에서>

[ㄴㅅㅇㅋ_남북정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국무위원장)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올해 들어 처음으로 미국을 향한 메시지를 꺼냈다. 강경한 첫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북한이 최근들어 새해에만 여러 차례 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향후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라 북미 관계가 냉각되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역시 원점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전날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에 대해 선결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 조치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을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인 모라토리엄선언의 철회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문은 이번 회의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와 일련의 국제문제에 대한 분석 및 보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대미 대응 방향들도 새로 설계됐다고 전했다.


 北 미국 적대시 정책, 군사적 위협은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싱가포르 조미(북미) 수뇌회담(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완화의 대국면을 유지하기 위해 기울인 성의 있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은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고 현재 상황을 판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자신들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합동군사연습을 수백 차례 벌이고 각종 전략무기 시험들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첨단군사공격수단들을 남한에 반입하고 핵전략무기들을 한반도 주변지역에 배치하면서 안전을 위협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정치국 회의가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는데 대하여 일치하게 인정했다라며 국가의 존엄과 국권,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우리의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라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남북미 대화가 한창 이뤄지던 2018420일 당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전원회의를 통해 “4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결정서를 채택한 바 있다.

이후에도 북한은 북미 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노딜로 마무리 됐었음에도 모라토리엄을 깨지 않고 유지해왔다. 북미간 신뢰를 상징하고 있는 만큼, 북한도 최대한 대화의 모멘텀을 가지고 있으려고 노력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북한이 전날 정치국 회의에서 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그동안 미국이 자신들의 조치에 대한 상응하는 행동이 없었다는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그동안 지속해서 아무런 대가도 없다는 등의 언급으로 불만을 드러내 왔다.


 北 의도는? 남측에 대한 메시지는 없어조만간 추가 담화 가능성


북한이 모라토리엄철회를 언급한 시점도 주목된다. 북한의 이같은 메시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식 취임 1주년과 맞물리면서 또 다른 의도가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은 여전히 결정이 바뀔 수 있다는 여지도 뒀다. 북한은 대미 대응 방향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단계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언제든 결정이 뒤집힐 수 있다는 여지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무력 시위를 통해 미국을 향한 불만의 메시지는 이어가면서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선택지를 남기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언적으로 예고했던 전략무기 개발 프로세스의 진행을 위해서는 족쇄가 된 기존 모라토로엄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이걸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고 사실상의 파기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선언을 하고 이후 파기 행동을 실행하느냐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기간 미국, 한국, 국제사회의 반응을 본 후 올림픽 이후 본격적으로 예고한 전략무기 개발 일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이날 북한이 대미 메시지를 냈음에도 남측을 향한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은 데 대해선 여전히 우리 측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측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무시의 가능성도 있지만 미국을 설득해서 최악의 상황을 막으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라며 조만간 김여정 부부장, 외무성, 군부의 지지 담화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추가 메시지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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