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하도급법 위반으로 처분 받은 곳 외국계 기업은 5곳 뿐

국회, 외국 기업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주면 하도급법 적용토록 개정안 발의

[뉴스워커_국민의 시선] 외국 기업이 거래 대행사를 끼고 국내 업체와 하도급 거래를 맺는 경우 갑질에도 공정위가 손쓸 수 없어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만 올해 16749억원의 매출을 올린 나이키(Nike)가 협력사를 상대로 갑질을 일삼았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나이키가 26년간 거래한 중소 협력사(석영텍스타일)에 정당한 사유 없이 하루 아침에 거래를 중단했다평소 거래에 있어서도 비용을 떠넘기거나 수시로 석영의 경영 상태를 감시하는 등 부당행위를 반복해왔다고 지적했다.

석영텍스타일은 나이키 신발 겉면에 쓰이는 섬유자재를 개발·공급하는 회사로, 현재는 모든 거래가 끊겨 폐업 직전에 놓였다. 또 직원의 80%가 일자리를 잃은 상황... <본문 중에서>
석영텍스타일은 나이키 신발 겉면에 쓰이는 섬유자재를 개발·공급하는 회사로, 현재는 모든 거래가 끊겨 폐업 직전에 놓였다. 또 직원의 80%가 일자리를 잃은 상황... <본문 중에서>

이다.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킴벌리 린 창 멘데스 나이키코리아 사장의 답변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홍 의원이 이 사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느냐는 단순 질의에도 킴벌리 나이키코리아 사장은 통역을 이유로 150초가 지나서야 최근에 알게 됐다고 답했다. 통역사는 나이키 측에서 배정했으며, 동문서답은 계속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이 나이키는 석영과 계약관계가 아니라며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한다. 증인도 책임이 없다며 (국감에) 안 나온다고 답한 것으로 아는데 맞느냐라고 묻자 킴벌리 사장은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답변을 내놨다.

또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나이키코리아 측은 석영에 거래는 중단됐지만 진행하고 있던 제품들은 차질없이 공급하라”, “기한 내에 공급하지 못하면 4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압박했다. 나이키는 석영과 제품 개발 관련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석영텍스타일이 나이키 등을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지만, 해당 사건은 올해 초 공정위의 심사 절차가 종결됐다. 피조사인이 외국 사업자이기 때문에 하도급법의 사업자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계약서 조차 없는 다단계 하청 구조이다 보니 국내 협력사들이 단가 삭감이나 일방적인 계약 중단에 항의해도 나이키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외국계 기업이 국내기업에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거래를 해도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이 글로벌 갑질을 당하고 있는데도 공정위가 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피해를 지금 막아야 다른 기업들의 연쇄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나이키의 국내 협력업체 갑질중기부가 조사 진행 중


지난 28일자 JTBC 뉴스에 따르면 현재 석영텍스타일은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만큼 다시 판단해줄 것을 요청하며 헌법소원을 냈고, 현재 중기부가 조사하고 있다. 다행히 ·중소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소관하는 중기부는 외국기업도 위탁기업으로서 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입장이다.

이처럼 외국 기업이 거래 대행사를 끼고 국내 업체와 하도급 거래를 맺는 경우 갑질을 해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할 우려가 있어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의원이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하도급법은 공정거래법과 달리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그 행위가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는 역외적용 조항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석영텍스타일은 거래대행사를 끼고 나이키에 신발 소재를 납품해왔다. 그 동안 나이키와 나이키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들이 납품단가를 후려치고 손실 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겼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적으로는 거래대행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제품 생산방식 등 모든 것을 나이키가 결정했다는 게 업체의 주장이다.

박성준 의원실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의 한국 지사가 하도급법 위반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사례도 별로 없다. 2018년 이후 최근 5년간 하도급법 위반 신고사건 조치 내역을 보면 673건이 경고·시정명령·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았는데 외국계 기업은 5곳뿐이었다.

박 의원은 공정위가 해외 기업에 대해서도 더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 국내 기업의 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만에 매출 3배 뛴 나이키코리아 갑질도 없어져야


나이키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짝퉁 논란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청의 올해 브랜드별 위조품 단속 현황을 보면, 정품가액 기준 나이키의 위조상품은 81866(58억원)이 적발됐다. 지난 28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에서 판매된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가 크림에서 가품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가품의 유통·판매한 사례가 알려지며 논란을 빚고 있다.

나이키코리아는 지난 201011월 설립됐다. 나이키코리아의 2011년 국내 매출이 6005억원 이었다. 올해 매출이 16749억원 것을 고려하면 10년 만에 매출 규모가 3배 가까이 늘어난 셈. 회사가 성장한 만큼 국내 협력사들에게 대해 정당한 대우를 했는지 궁금하다.

법률을 보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약칭: 하도급법 )은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하며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원청이 업무지시를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형태는 국내 하도급법에선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다행히 외국 기업도 하도급법의 적용을 받도록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은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하도급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지난 8월 발의했다.

나이키는 부동의 업계 1위로 전 세계 스포츠용품 브랜드 가치도 뛰어나다. 특히 위든 앤 케네디(Wieden&Kennedy)가 만든 ‘JUST DO IT(저스트 두 잇)’ 광고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 광고는 나이와 성별, 건강상태 등을 떠나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화하길 바라는 브랜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나이키의 메시지가 협력업체에게도 적용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국내 기업에 대한 갑질 반성이 먼저일 것이다. 국내 젊은이들 사이에서 창업 열기가 뜨겁다. 전 세계 기업들은 점점 국경을 뛰어넘어 연결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려면 이들을 보호할 법이 뒷받침 돼야 한다. 국내외를 아울러 기업을 보호할 갑질 방지법시행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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