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불법 등기이사 재직으로 인해 진에어가 면허 취소 위기에 놓였다.

여론을 등에 업고 검·경과 관세청 등 사정당국이 나서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을 엄중히 처단하는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갑의 폐단을 처단하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제재를 가하자니 진에어의 1900명 직원들의 대규모 실직 사태가 초래될 것이고, 처분을 내리지 않는다면 ‘재벌 봐주기’ 식으로 또 한번 여론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 뻔한 형국이기 때문이다.

▲ 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담당

특히 진에어는 무임금·무수당 노동, 몸에 꽉 끼는 청바지, 질염, 방광염 등의 직원 처우 문제로도 이미 한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기에 원칙적으로는 부당 대우를 받아온 직원들을 먼저 챙길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제재 여부를 두고 국토부는 깊은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이번 진에어 ‘면허취소’의 쟁점은 미국 국적자인 조 전무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간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이사를 지냈다는 내용이다.

조 전무는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난 미국 국적자로, 진에어가 지난 2008년 국제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 받을 당시 법인 등기에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라는 이름으로 등록을 했다.

이후 조 전무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기타 비상무이사직과 사내이사직을 맡아왔다.

항공사업법 제 9조와 항공안전법 제 10조 등은 국내·국제항공운송사업자의 등기임원에서 외국인을 배제하고 있다.

또 현행 항공안전법은 외국인이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사를 소유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기에 진에어가 6년간 명백히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감사에 착수했고, 3곳의 로펌에 법률 자문을 한 결과 최근 면허 취소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단지 여론의 힘에 쏠려 위법성에만 제재 여부 초점을 맞춰 판단할 경우에는 1,900명의 진에어 직원이 하루 아침에 실직자가 될 수 있는 큰 위험을 안고 있어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비판과 불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써는 진에어의 면허가 취소될 경우 대한항공이 직원들을 포함해 진에어 자산을 흡수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

진에어는 2008년 대한항공의 100% 출자로 설립됐으나 현재는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계열사로, 조직과 기능이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고용창출이다 보니 국토부가 대량 실직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면허 취소’ 카드에는 더욱 신중론을 보여야 하는 입장이다.

‘재벌 봐주기’가 용납되지 않는 사회적 목소리를 인식해 면허를 취소한다고 해도 1900명의 직원들을 순식간에 실직자로 몰고 갈 수 있는 엄청난 충격파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면 정부의 보다 현명한 대안이 요구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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