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강릉 펜션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인재로 기억될 것이다. 펜션업자는 가격을 낮추기위해 무허가 보일러 시공업자를 고용했을 것이고, 이 때문에 정확한 시공 등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황성환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강릉 펜션 참사 사고는 생활시설 안전관리 부재와 가스시설체계에 대한 안전의식 결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또 하나의 인재라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여론 역시 평소 생활시설과 가스 설비에 대한 허술한 안전관리와 안전의식 결여 등의 문제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인재’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며 수능을 갓 마친 학생들의 안타까운 비극에 비통한 심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관련당국은 뒤늦게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손 걷고 나섰지만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식’이라는 여론의 지적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계속된 만큼 생활시설 등에 대한 안전 관련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했더라면 이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관점에서도 국민들의 비난은 매번 ‘도돌이표’가 될 수밖에 없다.

◆ 수능 마치고 강릉 체험학습 高 3학년 학생들..3명 사망·7명 부상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무고하고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가는 사건이 또 한 번 발생하면서 여론 곳곳에서 비통한 심경이 울려 퍼지고 있는 모습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숨진 학생 3명과 부상을 입은 7명의 남학생들은 수능시험을 치르고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강원도 강릉 모 펜션을 찾아 숙박하던 중 안타까운 일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건 발생 당시 일부 커뮤니티와 언론 매체에서는 사건 경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살 가능성을 내비치는 추측성 논거를 제시했지만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에서는 번개탄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집단자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20일 펜션 사고 수습 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한근 강릉시장은 현장 브리핑을 통해 “치료 중인 학생들이 친구의 사망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며 “이를 알게 될 경우 증세 호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개별 병실 취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학생 7명은 5명, 2명으로 나뉘어 병원 2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국민일보 등이 알렸으며, 5명 중 1명은 특별한 상황이 없을 경우 21일 퇴원이 예정돼 있다. 다른 2명도 상태가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나머지 2명도 일반병실로 옮길 가능성이 크며 상대적으로 상대가 나쁜 이들 5명과 따로 입원한 2명의 상태도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인재’ 가능성에 무게 실려..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고사에 초점

경찰은 사고사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사 수사의 초점은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사건 발생 당시 소방당국 관계자는 “발견 당시 LPG 보일러 배기가스 연통이 분리돼 있었다”며 “사건 현장에서 일산화탄소 농도가 155ppm으로 높게 측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일산화탄소 정상 수치가 20ppm인 것을 감안하면 8배 수준으로, 배기가스 연통에서 흘러나온 일산화탄소를 마시고 중독돼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강릉 모 펜션의 경우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피해를 키운 주된 원인으로 제시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대피 등 즉각적인 사태 파악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해 피해자들이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펜션은 농어촌민박업으로 신고·등록 되어 있는 시설이지만 농어촌 민박은 유사한 숙박시설 업종인 호텔·모텔 등과 달리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반면 호텔·모텔은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돼 소화설비, 경보설비, 피난설비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소방시설 유지관리 의무까지 갖춰야 한다.

그러나 농어촌 민박으로 분류되는 펜션의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단독 경보형 감지기, 소화기만 갖추면 돼 이번 사고에서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문제가 된다.

이에 더해 사고 발생 펜션은 농어촌 민박으로 건축법상 주택으로 분류되며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어 안전 점검과 관리 주체가 불명확해 사실상 각종 안전사고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다.

“이번 사고는 결국 정책적·제도적 허점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도출됐다”는 여론의 비난이 증폭되고 있는 이유다.

◆ 매년 일산화탄소 노출 사고 증가..허술한 법망도 손 봐야

실제 일산화탄소 노출 사고는 매년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책임 있는 관리주체와 관련당국이 허술한 제도와 법망을 손 봐야 하는 시점일 수밖에 없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가스보일러 일산화탄소 노출 사고는 26건이 발생해 18명이 사망했다.

부상자 61명을 포함하면 사상자는 총 79명이라는 점과 이들 대부분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있었다는 점도 일산화탄소 노출 사고에 대해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일산화탄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농도(PPM)별로 다른 것으로 보고된다.

1600ppm이 넘어가면 노출된 지 20분 만에 두통, 메스꺼움, 호흡곤란 등 증상이 나타나며 심각할 경우 2시간 이후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농도가 짙을수록 사망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급격하게 줄어든다.

국내 전국가구 난방의 84%는 개별난방을 사용하며 이중 도시가스 보일러를 쓰는 가구는 7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안전점검과 그에 따른 명확한 대책은 필히 적용되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동안의 일산화탄소 노출 사고 통계와 이번 사고의 심각성은 도시가스관리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관련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뒤늦게 농어촌 민박 등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민박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손질을 하는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식’이란 여론의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행정안전부 역시 전국 지방정부에 긴급 펜션 안전 실태 점검을 지시하는 등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여론은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애초에 건전지 사용방식으로 사고 발생 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는 부작용이 존재한다”, “건축 시 법령으로 화재경보기처럼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등 다양한 청원에 잇따라 동의하고 있다. 이에 관련당국은 그동안 문제가 된 국가기간시설 안전 대책뿐만 아닌 생활 시설 안전과 관련한 정책 마련에 귀 기울여야 할 과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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