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가 정확치 않은 풍문과도 같은 지라시, 그리고 가짜뉴스...점차 개인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 가짜뉴스가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그래픽 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주로 주가 하락을 목적으로 횡행하는 ‘지라시’가 ‘가짜뉴스’라는 철면피를 입고 연예계와 정치권을 잇달아 공격하고 있어 파장이 거세다.

소문과 진실, 팩트와 오해 등이 섞인 이러한 지라시는 공적, 물적, 사적 목적의 왜곡으로 점철돼 확산되면서 당사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에 대한 사법 처벌 강화 목소리는 한결같이 제기되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는 법조계 내 시각도 짙어지는 상태다.

또한 지라시 확산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표출되는 개인의 목소리가 만든 구조적 문화라는 의견도 적지 않아 허위사실을 정의하고 그에 따른 사법 처벌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극악무도한 지라시 사건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린 ‘배우 정유미-나영석 PD 염문설’과 ‘5·18 민주화운동 명예훼손’ 사건 등이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문제에 점차 경각심을 상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성격을 지닌 ‘지라시’와 ‘가짜뉴스’를 차단하는 처벌 및 제도 개선을 위한 담론 형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PD 나영석-배우 정유미 ‘염문설’ 등 연예계에도 뿌리내린 악성 ‘허위사실 지라시’

국경을 넘나들며 급속히 정보가 제공되는 SNS는 소통의 공간이 되는 순기능을 하지만, 근래 들어 왜곡과 모욕이 넘쳐나는 ‘악성 지라시’의 장이 되는 역기능이 관찰되면서 피해가 상당한 상태다.

특히, 거짓정보를 담은 정보는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퍼지게 되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절망의 순간을 안겨주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건이 PD 나영석 씨와 배우 정유미 씨의 ‘염문설’이다.

경찰에 따르면 PD 나영석과 배우 정유미의 염문설에 관한 허위 사실을 SNS로 유포한 당사자들은 경찰에 입건된 상태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불륜설을 최초 작성한 A씨 등 3명과 이를 인터넷 카페나 SNS 등에 게시한 6명, 관련 기사에 욕설 댓글을 단 C씨를 모욕 혐의로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허위 불륜설을 작성하고 SNS에 유포해 나PD와 정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한 혐의를 받는다.

지라시에는 2가지 버전이 있는데, 1차 버전의 최초 작성자는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프리랜서 작가 B씨와 IT업계 회사원인 K씨로, B씨가 방송작가들 사이의 소문을 가십거리로 알리고자 대화형식의 불륜형식을 구성해 주변의 지인들에게 전송했고, 이를 수십 단계에 걸쳐 건네받은 회사원 K씨가 지라시 형태로 가공하면서 회사 동료들에게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버전의 지라시를 작성한 이는 방송작가 A씨로, 다른 방송작가들 사이에서 들은 소문을 메신저 메시지로 작성해 동료 작가들에게 전송해 채팅방과 SNS를 통해 급속히 퍼지게 됐다.

지라시를 작성·유포한 혐의를 받는 이들은 경찰조사를 통해 “소문은 지인들에게서 전해들은 것 뿐 문제가 커질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입건한 피의자 10명 가운데 9명을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방침으로, 당사자인 나PD와 정배우는 “어떠한 합의나 선처는 없다”는 취지의 무관용 원칙을 확고히 했다.

지라시로 인해 무분별한 피해를 입고 있는 연예계 상황은 이뿐만 아니다.

지난 12일 YG엔터테인먼트 또한 허위 사실 유포자 및 악플러 고소 건에 대한 진행 상황을 밝히기도 했다.

YG는 지난해 초부터 생성된 악의적이고 왜곡된 루머들에 대해 강경 대응을 선언하고 팬들의 제보와 법무팀 모니터링을 통해 대규모 고소 고발을 진행해왔다.

YG엔터테인먼트를 향한 근거 없는 악성 루머가 담긴 지라시의 최초 유포자는 20대 초반 여성 D씨로, 해당 피의자는 현재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YG엔터테인먼트 또한 지라시와의 전쟁을 선포, 최초 유포자에 대해 “선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관용 원칙을 확고히 한 상태다.

◆ 유튜브 가짜뉴스로 촉발된 ‘5·18 민주화운동 명예훼손’…피해자 특정성 성립 한계로 단죄불투명

정치권도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사건에 심각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표적으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끊이지 않는 폄하와 음모론이 유튜브 가짜뉴스를 통해 확산되면서 허위정보방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설립이 논의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허위 조작 정보를 다룬 유튜브 영상은 모두 64건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는 유튜브 영상 64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신청을 진행한 상태로, 심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해당 영상은 차단 조치가 시행된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특위가 통신심의를 신청한 영상은 구체적으로 ‘광주에 왔던 북한 특수군 얼굴 공개’, ‘북한군이 시민 죽이고 국군에 덮어씌워’,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는 북한 공화국 영웅’,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 공무원 자리 싹쓸이’ 등이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특위 박광온 위원장은 “이들 영상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의도를 갖고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생산·유통되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허위조작정보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내에서 5·18민주화운동 관련 게시물을 심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 씨가 게재한 유튜브 영상을 차단 조치했고, 이와 별개로 지만원 씨를 상대로 한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고소 고발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 ‘피해자가 특정되어야만 명예훼손 처벌’ 두고 “명예훼손 법안 강화 VS 개인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반헙법적 문제 따져봐야” 맞부딪혀

이처럼 5·18 민주화운동 관련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이 정치권 내에서 공적, 정치적, 사적 피해를 입힐 의도로 지속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법조계 내에서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사유를 전제로 처벌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자인 유튜브에서 확산되는 ‘가짜뉴스’는 1차적인 방통심의위 시정요구 대상에도 속하지 않는 점이 문제가 된다.

박광온 허위정보특위 위원장은 “특위 모니터링 결과 포털 커뮤니티에 유통되는 관련 허위정보 80%이상이 유튜브에서 나온 것”이라며 가짜뉴스로 촉발되는 명예훼손 사안에 경각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해 확산된 5·18 민주화운동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피고소인들의 법적 처벌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판례상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5·18민주화운동 명예훼손의 경우 법적 처벌 방향은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친고죄일뿐더러 피해자 특정이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허위사실로 인한 처벌 문제는 비단 정치권 내 문제로 기우는 것뿐만 아닌 지라시와 허위사실 등으로 무분별한 피해를 입는 사회 안팎에 있어서도 공통되는 부분이다.

다만 허위사실 자체를 처벌하는 명예훼손 판단이 강화될 경우 개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반헌법적 문제’를 빚을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처벌 판단을 강화하기 보다는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를 둘러싼 반헌법적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는 쪽의 일차적 담론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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