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김태연 기자] 故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배우 윤지오씨가 힘겹게 꺼내든 목격담과 증언들이 권력형 비리의 사법적 단죄를 실행할 진실의 불씨로 당겨지고 있다.

▲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장자연 사건의 권력형 비리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의혹들은 10년간 풀리지 않은 채 미궁 속에 빠져 있었던 상태였지만, 지난해 “장자연 씨 죽음의 진실을 밝혀달라”는 국민청원이 시작되면서 검찰 과거사위원회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고인의 생전 동료 배우였던 윤지오 씨가 부실 수사를 비판하며 진실에 대한 관련 증언을 폭로하고 있는 가운데, 장자연 씨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과 우리 사회 어두운 이면의 ‘검은 의혹’이 하나 둘 풀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故장자연 10주기…수사 쟁점은 ‘장자연 문건 등장인물 실체적 진실’

배우 장자연 씨의 10주기를 맞아 장 씨 사건 재수사를 맡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수사 핵심 쟁점에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다.
중요 쟁점 중 하나로는 ‘장자연 문건에 등장하는 사건 관련 유력 인물들에 대한 결론을 어떻게 내리느냐’로 압축될 수 있다.
대검진상조사단은 장 씨와 술자리에 동석한 사실이 확인된 유력 인물들을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또한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권재진 당시 대검 차장 등이 장 씨와 만난 적이 있다는 진술을 새롭게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검찰 재수사엔 장자연 문건 관련 인물들에 대한 증거의 ‘비실체성’으로 인한 한계가 따르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강제수사권이 없어 조사 자체에 응하지 않은 이들이 있고, 장 씨 통화 내역과 각종 관련 정보를 담은 수사기록이 대부분 사라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장자연 씨 동료 배우였던 윤지오씨, 장자연 문건 언급하며 진실의 불씨 당겨

이처럼 장자연 사건의 수사가 사법적 단죄를 실행할 증거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동료 배우인 윤지오씨가 10년 만에 세상에 이름과 얼굴을 알리면서 검찰 수사에 탄력을 기할 진실의 불씨가 당겨지고 있다.
윤지오씨는 지난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이어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를 가지며 진실에 관한 증언을 이어가고 있다.
윤지오 씨는 10차례 조사와 증언 이후 숨어 지냈다는 사실을 토로하며 “당시 스물한 살이었던 자신이 보기에도 부실 수사였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특히, 윤지오씨는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가지고 사는 그런 현실이 한탄스러워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게 됐다”며 “장자연 문건이 왜 작성됐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장자연 리스트라는 문건에 대해 “이름만 나열돼 있고, 지장이 찍혀 있다”고 언급해 고인의 유서가 아닌 소속사를 나오기 위해 만든 문건이라는 데에 의견을 밝혔다.

‘성접대 의혹’ 실체 의미하는 윤지오 씨 구체적 발언…검찰 수사 증거 ‘실체성’에 힘 보탤까

윤지오씨는 ‘뉴스쇼’를 통해 장자연 씨와 함께 있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어 권력형 인물들에 의해 가해진 ‘성접대 의혹’의 실체성이 더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윤지오 씨는 뉴스쇼를 통해 “(장자연) 언니가 당시 흰색 미니 드레스를 입었다. 조금만 숙여도 훤히 보일 수 있는 드레스였는데, 그 상태에서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며 장 씨와 동석했던 그 날의 이야기를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는 “방송에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성추행이었느냐”는 질문이 있었고 윤씨는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윤 씨는 장자연 문건에 이름이 올라와 있던 전직 기자가 그 자리에서 장자연 씨를 성추행 했다고 전했다.
윤 씨는 또한 “공개되지 않은 장자연 리스트 원본 중 4장을 직접 봤다”며 “영화감독, 정치계, 언론 종사자 등이 포함돼 있었다”라고 말해 장자연 리스트의 실체성을 언급했다.
장자연 씨가 남긴 유서는 총 7장으로, 7장 중 4장은 당시 경찰이 확보해 매체를 통해서도 공개됐지만 3장은 소각돼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장자연 씨의 유서로 알려진 이 같은 문서에 대해 “법적인 대응, 투쟁을 하기 위해 남긴 문건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 근거로 문건이 목차처럼 차례로 나열돼 있었다는 점, 이름이 게재됐고 지장까지 찍혀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장자연 씨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였던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가 불구속되는데 그치면서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들은 아무도 사법적 단죄를 받지 않았다.
이를 두고도 윤씨는 “일단 수사과정이 굉장히 부실하게 느껴졌다”며 “10차례가 넘는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모두 밤 10시에 불러 새벽이나 아침이 되어야 끝이 났다”고 전했다.
또한 “분위기가 강압적이었고 좁은 공간에서 가해자인 김 대표와 함께 조사를 받은 적도 여러 차례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방송 말미 장자연 리스트를 통해 자신이 본 국회의원 이름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다. 
권력을 쥔 직업군에 종사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장자연 리스트에 대거 올라와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도 장자연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는 윤 씨 증언이 언급되면서 권력형 비리의 실체가 확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윤씨는 이에 대해 “일반적인 이름이 아니고 조금 특이한 이름이었다”며 “경찰과 검찰 쪽에서 먼저 공개를 해 주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소시효 없어 사법적 처벌은 어려워…이달 말 진상조사위원회 재수사 결과 발표 예정

장자연 사건에 대한 검·경 부실 수사 관련 의혹을 재수사 중인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이달 말 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단은 지난해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장자연 사건 수사가) 진실을 밝히려 했던 건지, 덮으려 했던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고인의 습관인 메모가 담긴 수첩 등 자필 기록, 명함 등이 행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인데도 경찰의 초기 압수수색과정에서 다수 누락됐기 때문이다.
조사단은 경찰 초기 수사 부실에 대한 의혹을 밝히고, 장자연 씨 사망 전 1년치 통화 내역이 수사기록에서 어떻게 사라졌는지 등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이달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이미 10년이 지난 상태에서 강제 수사권이 없는 조사단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장자연 리스트 관련 인물 대부분이 성매매 알선, 강제추행 등 혐의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적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남은 전직 기자 출신 정치인 등 관련 인물의 혐의에 대한 재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인 상태로, 국민들이 염원하는 진실이 낱낱이 파헤쳐져 관련 인물들의 ‘단죄’가 실현될 수 있을지 시선을 거두지 않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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