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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세계무역기구(WTO)가 일본 후쿠시마 주변지역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와 관련된 한·일 간 분쟁에서 한국의 손을 들어주자 생트집을 잡고 있다. “일본이 패소하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WTO 상소기구는 지난 12일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했다. 한국과 일본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린 날이다.

상소기구는 “한국의 조처들이 일본산 식품에 대한 자의적 차별에 해당하지 않으며 과도한 무역제한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1심이 일본 수산물에 들어있는 방사성물질에 중점을 두었다면, 2심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인접국이라는 생태·환경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WTO의 ‘위생 및 식물위생에 관한 협정(SPS) 관련 분쟁에서 1심이 2심을 뒤집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국의 통상 분쟁사에 남을 만한 성과다.

SPS 분쟁은 지금까지 40여건 있었는데 피소국이 이긴 사례도 처음이라고 하니 ‘쾌거’가 아닌가.

일본이 한국을 WTO에 제소한 지 4년 만에 나온 결과다.

이에 따라 방사능 오염 논란을 깨끗하게 불식하지 못한 8개 현(縣) 명태·고등어 등 28개 어종의 모든 수산물이 우리 밥상에 오를 우려는 일단 불식됐다.

앞서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3년 후쿠시마와 주변 지역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 국민 안전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50여 개국이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

이에 대해 일본은 2015년 한국만을 WTO에 제소했다. 여기에서 승소한 뒤 이를 여러 나라를 상대로 한 농수산물 수입규제완화의 지렛대로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발목을 잡힌 것이다.

지난 해 2월 열린 1심에서는 일본이 승소했다. “한국의 수입규제가 WTO의 SPS에 불합치 한다”며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2심이자 최종심에서 일본은 당연히 자국이 승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달리 한국이 승소했다.

일본은 WTO 최종심 패소가 스위스에서 전해 진 날 꼭두새벽 부랴부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생트집을 잡았다. 최종심에서 뒤집힌 결과를 접한 일본의 충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우리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일본이 패소했다는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한국에 대해 수입 제한 조처의 철폐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WTO 한국 승소 판결은 일본 안에서 아베 정부에 대한 비판과 책임론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조 아베 총리에게 비난의 화살로 돌아오고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산(産) 식품을 매일 먹는다고 주장하고, 선거철이면 후쿠시마로 달려가 각종 농수산물을 시식하는 퍼포먼스를 하며 안전성을 강조했으니 머쓱할 법 하다.

아베 총리는 패소 이틀 뒤인 지난 14일 5년 반 만에 후쿠시마 원전을 찾아 지역 쌀로 만든 주먹밥을 먹었다. 또 중동 국가 주일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일 후쿠시마산 쌀을 먹고 물도 마시고 있다. 이 덕에 자민당 총재 3선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비난여론은 녹녹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 입장에선 WTO의 충격 판결을 수습코자 한 행동이었을 테지만, 이를 본 일본인들은 “자국민도 못 믿는데 다른 나라라고 믿겠느냐”, “자민당 의원들에게 후쿠시마 도시락을 주면 모두 먹지 않고 버릴 것이다”, “중동 대사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우리 정부는 이번 후쿠시마 WTO 승리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일이 아니다.

이번 소송을 검역주권을 탄탄히 하고 불안한 수입 먹거리에 대한 안전성 확보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각종 국제 상소와 분쟁에 대처할 정부의 테스크포스(TF)팀 운용도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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