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력사 70~80% 대불을 하기는 하는데, 조심조심 한다
심재철, 이미경의원 근로자 법안발의 인력사 위한 제도없어

▲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사회적 약자인 건설근로자를 위한 법률 제정 및 개정안을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이미경 민주당 의원,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그리고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등이 연이어 내놓고 있지만 4개의 법 제정·개정 안 어디에도 건설인력사의 대불문제를 해결할 법안은 나오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사회 소외층이 된 건설인력사 이들의 안정화된 사업을 위한 법제정이 시급한 상태다. 사진은 왼쪽부터 강석호 의원, 심재철 의원, 이미경 의원, 이완영 의원(가나다 순) 사진출처=각 의원실
서울 구로의 K건설인력 김 사장은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평소 70여명의 건설근로자를 파견하는 김 사장은 경기가 좋을 때는 100명을 넘게 파견하기도 하는 제법 규모를 갖춘 건설인력회사였다. 하지만 해가 넘어가도 침체된 경기는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규모를 줄일 수는 없고, 좀 더 도전적으로 영업을 해보자는 생각에 대불을 늘리기로 했다. 평소 때라면 전체 인력에 50% 정도의 대불을 했으나, 이 규모를 90%까지 늘린 것이다. 대불은 일용건설근로자의 하루 노임을 인력사가 미리 주고, 2~3달 후 건설업체로부터 일시불로 받는 방식이다.

김 사장은 공격적으로 도입한 대불방식 덕에 타 인력사보다 좀 더 많은 건설현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늘어난 현장에 근로자를 파견하기 위해 전단지나 생활정보지를 통해 더 많은 인력도 모집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대불금은 쌓여갔고, 은행의 잔고는 줄었지만 늦어도 3개월 후면 지급 받겠거니 하는 생각에 큰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경기침체는 멀쩡하던 회사도 무너트린다는 말처럼 대불거래를 하던 건설업체가 부도를 내고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공격적으로 실시한 대불임금도 수억 원에 달한 상황에 김 사장은 사업에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전국에서 건설인력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사는 4400여 곳에 이른다. 이중 80%에 가까운 업체가 대불방식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건설업체의 입장에서 매일같이 근로자들에게 현금으로 임금(일당)을 주어야 하지만 건설인력사가 근로자의 임금을 대신 대납해 주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구조며, 인력사는 대불방식으로 인해 많은 현장을 확보할 수 있으니 ‘혹시’하는 생각도 있으나 채택하여 운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김 사장의 사례처럼 건설업체가 부도 등으로 종적을 감추는 경우 어디 가서 하소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의 한신인력 이원종 사장은 “대불방식이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근로자, 건설사, 인력회사 모두 상생하는 구조지만 건설사 측에서 자금줄이 막힐 경우 죽어나는 것은 인력사 한곳뿐이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근로자는 매일 인력회사에서 일당을 받아가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 또 건설사는 자기 잘못으로 부도가 났으니 억울할 것이 없다. 그런데 근로자에게 매일같이 임금을 대납해 준 인력회사는 어디에 가서 임금을 받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S인력의 정상용(가명) 사장도 대불로 인해 고통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인력회사가 근로자들을 위해 대불을 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그 돈은 임금의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왜 임금미지급으로 처리하지 않고, 채권채무관계로 처리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불은 분명 근로자에게 임금을 미리 주는 것이기 때문에 체불임금으로 처리해야지, 계약상의 채권채무는 아니라는 얘기지만 실제로는 체불임금으로 인해 고용노동부에서 관할하지 않고, 법원의 소송을 통해서만이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지금도 2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 대불, 성격은 임금이지만 못 받는 경우 채권채무관계로 돌변

대불은 ‘근로자의 임금’이다. 건설인력사가 건설사와 근로자의 편의를 위해 대신 지불하는 것이지 다른 이유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사의 원인으로 지급이 안 되는 경우 임금성격의 대불은 ‘채권채무’관계로 돌변한다. 근로자의 임금은 고용노동부 등 정부에서 강력하게 지급받도록 조치하는 이유로 비교적 손 쉬운 방법으로 받을 수 있지만 채권·채무관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 때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법원에 소송 등을 통해 지급명령을 얻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인력사는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소규모 업체가 전부인 이곳이 법원에 소송을 접수하거나 하는 등의 방법은 한없이 낯설기만 하다.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소송을 한다고 당장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고임금의 변호사 선임비용까지 대가면서 하기에는 또 무리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병아리 냉가슴 앓듯 끙끙 앓기만 하다가 화병이 나거나, 아니면 부도내고 어디론가 사라진 업체 사장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때 힘이 되어주는 단체라도 있으면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지만, 적극 나서 줄 단체도 건설인력사에는 없는 상황이다.

□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 이미경 민주당 의원 등 건설근로자 임금 체불문제 법안 발의, 하지만 건설인력사 대불문제 해결할 법안 마련은 없어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과 이미경 민주당 의원,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그리고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등 4명의 의원은 지난 해와 올해 ‘건설근로자’를 위한 법안에 대한 제정안이나 개정안을 내놓았다.
심재철 의원은 ‘건설기능인 양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이미경 의원은 ‘건설기능인 육성 및 지원한 관한 법률 제정안’, 이완영 의원은 ‘건설근로자의 고용 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강석호 의원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의원들이 내놓은 법률안의 주요 취지는 건설기능인에게 적정한 노무비가 지급되도록 노무비 구분관리 및 임금지급 보증제도의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으로, 임금지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를 법제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대불방식을 통해 지급된 임금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법 개정안은 어디에도 없다. 전국적으로 4400여 곳의 건설인력사와 인력사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그의 가족들을 놓고 볼 때, 7만여 명이 넘는 상황인데도 인력사의 안정적인 사업운영을 위한 조그마한 바람의 법 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건설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제도권 소외층이 되고 있다.

반면, 기존에 상정된 제정 또는 개정법률 안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책상서랍 안에서 먼지만 쌓이는 상황이다. 이들 법률안은 부처 간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상임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심재철 의원 측은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을 국토교통부로 이관하는 문제 등이 국토부와 고용노동부 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계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심 의원 측에 따르면 부처 간의 이기주의로 인해 건설근로자를 위한 법안 통과는 뒷전에 두고 밥그릇 싸움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 측의 설명은 이미경 의원 쪽의 말로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다. 이 의원 측은 “건설기능인의 육성 및 처우개선에 관한 법 재정 안은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측에서 법안을 마련하여 심 의원이 의원입법발의로 지난 12월 내게 된 것이다”며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동부에서는 모르는 상황에 뒤통수 맞은 격이 되어 협의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발의는 크게 정부입법발의와 의원입법발의가 있는데 정부입법의 경우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소요가 커 정부 등 관련부처에서 도안을 내고 의원에 요청하여 의원입법발의를 내는 사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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