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는 지난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노사가 함께 나섰다는 선언식을 진행한 바 있다. 그들은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근로자의 인권 보호를 외쳤다. 이러한 발표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한 선의의 움직임으로 보였다.
하지만, 바로 그 기업 내에서 정작 지위의 우위를 이용해 임산부 직원에게는 과도해 보이는 업무를 강요하며 무리한 업무 환경을 강제했다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내 권력 구조와 직급을 통해 타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불합리한 언행을 말한다. 롯데마트의 사례에서 드러난 임산부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이 정의에 부합하며, 괴롭힘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임신을 알린 후에도 부서 이동 요청이 일방적으로 거절당했고, 육체적으로 버거운 작업에 지속적으로 배치되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겠다는 선언이 얼마나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동자 A씨는 고된 업무 끝에 아이를 조산했다. 이는 단순한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문제였다. 현재 그 아이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가해자로 지목된 인사들에 대한 징계는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과연 이 선언이 진정한 변화를 위한 노력이었는지, 아니면 일회성 이벤트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이유다.
당시 롯데마트는 김창용 경영지원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직장 내 괴롭힘 근절 TF를 구성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활동 및 근절 대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그 계획은 단순히 계획으로 끝난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외치며 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직원들 간 상호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건강한 조직 문화를 실질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명확한 매뉴얼과 강력한 제재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선언은 허울에 불과할 것이다. 롯데마트의 사례는 단순히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건은 선언과 실천이 불일치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이면을 상징한다.
따라서 우리는 선언문 뒤에 숨겨진 기업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기업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약속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로자의 안전과 존엄을 진정으로 지켜주기 위한 실천적 행동이다. 우리 사회는 선언이 아닌 행동으로, 공허한 약속이 아닌 진정한 책임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