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김영욱 시사칼럼니스트] 1989년 6월 4일 미명에 민주화를 요구하며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학생·노동자·시민들을 중국이 계엄군을 동원해 탱크와 장갑차로 해산시키면서 발포, 많은 사상자를 낸 정치적 참극이 발생했다. ‘텐안문(天安門) 사태’다.

두산백과와 21세기 정치학대사전 등에 따르면, 당시 학생들은 노동자·지식인을 포함한 광범위한 시민층을 대표하여 5월 13일 이래, 베이징대학과 베이징사범대학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인 학생대표들과 함께 톈안먼 광장에서 단식연좌시위를 계속했다.

이에 당국은 학생들의 시위를 난동으로 규정, 베이징시에 계엄을 선포했다.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알려진 양상쿤(楊尙昆) 국가주석 등 강경파는 6월 3일 밤 인민해방군 27군을 동원, 무차별 발포로 톈안먼 광장의 시위 군중을 살상 끝에 해산시켰으며, 시내 곳곳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학생·군인들이 시위 진압과정에서 죽거나 부상했다.

이른바 ‘피의 일요일’로 불리는 이 사태 이후 중국 지도부는 반혁명분자에 대한 숙청, 개인숭배 조장, 인민들에 대한 각종 학습 등 체제굳히기와 함께 개방정책 고수를 천명했다.

때마침 이 사건은 고르바초프 방중 취재차 온 각국 기자단에 의한 생생한 TV 중계로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아 중국정부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이 높았다. 우리나라도 TV 메인 뉴스로 안방에 생생히 전달됐다.

작금 홍콩에서 국제적 뉴스로 부상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도 텐안문 사태와 유사점이 많다. 특히 시위 참여자들이 중국과 홍콩당국이 맞서 ‘일촉즉발’ 외줄다리 현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지난 18일 집회는 유혈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주최 측 추산으로 17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도심 시위였지만 경찰의 진압 자제로 특별한 불상사는 없었다 한다.

주 집회장인 빅토리아 공원의 수용 인원이 10만 명에 불과한데 주최 측은 시민이 집회장에 15분씩만 머무르다 빠져나가 집회가 흐르는 물처럼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유수(流水)식을 활용했다.

19일에는 홍콩 시위대가 ‘지하철역 청소 퍼포먼스’를 벌였다.

입장신문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무렵 홍콩 카오룽반도 쌈써이포 지하철역에는 마스크를 쓰고 물티슈와 걸레, 양동이 등을 든 여러 명의 젊은이가 들어와 청소를 시작했다.

20분가량 이어진 이 퍼포먼스는 지난 11일 경찰이 콰이퐁, 타이쿠 등의 지하철 역내에 들어와 송환법 반대 시위대 바로 앞에서 최루탄을 쏘고 체포하는 강경 진압을 한 것을 비판하는 의미를 지녔다.

주최 측이 강조한 대로 평화, 이성, 비폭력을 뜻하는 ‘화이비(和理非) 집회’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한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지난 6월 초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는 지난주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달부터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극렬하게 충돌했고 일주일 전에는 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했다. 당시 149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그러자 시위대가 국제공항을 점거하는 ‘항공대란’이 벌어졌다.

이에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이 홍콩 경계 10분 거리까지 배치되는 등 무력 개입 가능성이 고조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대와 당국이 자제력을 발휘해 그나마 다행이다.

한편 트위터가 홍콩 시위대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등 중국 정부의 선전전(戰)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 약 20만개를 적발·삭제해 그 중 936개를 19일 공개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활동하는 5개의 가짜 계정과 7개의 페이스북 페이지, 3개의 그룹을 적발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소셜미디어 기업이 중국 정부 주도의 온라인 여론전에 대응한 첫 움직임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여론 조작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난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홍콩 시위를 톈안먼 사태 방식으로 탄압한다면 양국 무역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어떤 명분으로든 무력사용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무력사용으로 전선이 확대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당국과 시민은 대화로써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씻어주길 바란다. ‘제 2의 텐안문 사태’가 아니길 바라는 우려 때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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