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과 미국,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 않는 모습들이 포착되고 있다_그래픽 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뉴스워커_남북정세]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을 비난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삐걱대는 모양새다.

북한은 22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등 한국군의 무기 도입을 언급하며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으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군사적 위협을 동반한 대화에는 흥미가 없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에서 이렇게 밝히며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가증되는 군사적 적대행위는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대화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우리가 물리적인 억제력 강화에 더 큰 관심을 돌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도가 아니겠는가에 대하여 심고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건 “실무협상 재개 준비 됐다”에 대한 사실상 ‘거부’ 해석

이는 사실상 미국의 거듭된 대화 복귀 메시지에 대한 거부로 풀이된다.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0일부터 방한하고 있는 와중에 이같은 담화를 발표했고, 특히 비건 대표가 21일 “북한의 카운터파트로부터 (소식을) 듣는 대로 실무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데 대한 거절 의사라는 표현이다.
 
북한은 담화를 통해 F-35A 전투기를 언급하고 “이러한 첨단살인장비들의 지속적인 반입은 북남공동선언들과 북남군사분야 합의서를 정면 부정한 엄중한 도발”이라며 “‘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은 더해가고 방해가 되는 일은 줄이기 위해 노력'하자고 떠들어대고 있는 남조선당국자들의 위선과 이중적인 행태를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일 뿐”이라고 남측을 질타하기도 했다.

북한은 21일에도 노동신문 논평에서 “미국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관계개선을 바라지 않고 있으며 불순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6·12 조미(북미) 공동성명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며 공공연한 위반”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대미 비난보다는 대남 비난에 열을 올려왔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이 종료되자, 미국을 향해 비난 목소리를 높이며 미국에 대한 압박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특유의 협상 전 기싸움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미국에게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협상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 8월내 실무협상 재개는 무리…언제쯤 북미 접촉 이뤄질까

북한이 미국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실무협상 재개가 조기에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일 비건 대표가 한미 연합연습이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면서 판문점 등 일대에서 북한과의 물밑 접촉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북한 역시 비핵화 협상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비건 대표의 행보는 상당히 주목됐다.

하지만 비건 대표가 북한을 향해 대화를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내보냄에 따라 실무협상 재개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또한 외무성이 담화를 통해 북핵 대화 테이블로의 조기 복귀에 대해 거부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실무협상이 이달 내에 이뤄지기엔 무리라는 해석이다.

다만 북미가 여전히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을 가능성도 나온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2일 비건 대표가 출국하기 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면담한 뒤 “북미간 대화가 곧 전개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1시간 정도 비건 대표와 면담을 한 뒤 이같이 말하며 “대화 프로세스에 대해 한미간에 긴밀히 협조가 되고 있고 앞으로도 비건 대표와 이도훈 (북핵)대표가 서로간 신뢰가 있어서 한미간 관계는 이야기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2차 회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큰 정치적 이벤트를 치르고 난 뒤 복귀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 자리에서 북한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후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청구서를 내밀겠다는 관측이다.

이런 관측을 토대로 실무협상 재개는 9월 초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는 9월 중순쯤 유엔 총회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폼페이오 미국 국방장관이 고위급 회담을 갖기 위해선 적어도 9월 초에는 양측의 실무라인이 얼굴을 맞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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