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남북정세]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중국의 고위급 외교 당국자가 평양을 방문해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 매체들은 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과의 면담 소식을 보도했다.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 소식이 별도로 전해지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두 사람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들도 왕 부장과 김 위원장이 면담했다는 소식에 대한 보도를 내놓지 않았다.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중국의 고위급 외교 당국자가 평양을 방문해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에서 중국의 고위급 외교 당국자가 평양을 방문해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그래픽_황성환 뉴스워커 그래픽 1담당

◆ 비공개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면담 이뤄지지 않은 듯

김 위원장과의 면담 소식이 일일이 전달되지 않고 비공개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올해들어 한층 가까워진 북중 관계와 그동안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교류를 지속적으로 공개해왔던 점을 미뤄볼 때 면담이 실제로 진행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왕 부장이 리수용 부위원장과 면담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가 김정은 위원장 내외에게 안부를 전해달라고 밝혔다는 점을 볼 때 더더욱 그렇다.

당초 일각에선 왕 부장의 방북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함께 북중정상회담 추진을 위해서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왕 부장과 김 위원장의 면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면담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그 배경으로 중국이 북한으로 들고 간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아니냐는 해석 등 다양한 견해가 나온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이 해당일 전후로 방중할 것으로 보이는 데 이 때 김 위원장이 들고 올 성과에 대한 부분이 미흡할 수 있다는 것이다.

◆ 美와 실무협상 두고 기싸움 벌이고 있어 이를 의식했단 시각도 제기

또 다른 측면에서는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의식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재개 국면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만큼,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밀착 행보를 보임으로 인해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앞서 북한과 중국의 입장을 공유하기 위한 실무성격의 방문이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애초에 김 위원장과 왕 부장의 면담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왕 부장이 시진핑 주석의 초청 친서를 들고 가지 않아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며 “조만간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초청 친서를 들고 방북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에 중국 고위급 인사가 방문하면서 우리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던 가운데, 정부는 중국 고위급이 방북해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만나지 않았던 과거의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통일부 당국자는 “1999년 10월 탕자쉬안 당시 외교부장이 방북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지 않은 전례가 있다”며 “2006년 후이량위 당시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방북했으나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왕 부장이 방북한 기간동안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선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해 답을 안 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왕 위원이 ‘북·중 수교70주년’을 성대히 치르자고 밝힌 데 대해선 “북중 수교 70주년이기 때문에 (지난 6월)  중국 국가주석 방북 당시 양 정상이 논의했고 그 연장선에서 얘기가 나온 걸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 9·9절에 대외메시지 표출 여부 ‘주목’

한편 통일부는 오는 9일 북한이 정권 수립 71주년 기념일(9·9절)을 맞는 가운데 올해에는 평년 수준의 행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올해 같은 경우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이 아니기 때문에 행사는 평년수준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앙보고대회, 연회 등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9·9절 행사에서 관심사안으로 보는 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선, 행사참석 여부, 중앙보고대회 때 내각총리 보고 또는 상임위원장의 보고”라며 대남 메시지 등 대남 메시지 표출 여부를 주목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회의에서도 별다른 대외 메시지가 발신되지 않은 점을 볼 때 9·9절 행사 자체에서 표출되는 메시지가 없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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