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_뉴스워커 황성환 그래픽 1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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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국제정세] 정부는 오늘(18일) 0시를 기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일본이 지난 2개월 여 동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결과다. 이로써 일본에 대해서는 AAA 등급의 CP 기업 11곳만 기존처럼 수출하게 되며, AA나 A 등급의 기업들 심사 절차는 까다로워졌다. 특히 CP 인증을 받은 기업 수가 적고 자격을 새로 얻기도 힘든 중소기업들은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 고시 개정 영향 받을 국내 기업은 100여 곳

정부는 18일 0시를 기해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관보에 게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달 1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발표한 뒤 이달 3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제처 검토, 규제 심사 등을 거쳤다. 의견 수렴 결과 이번 개정안에 대해 91%가 찬성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고시 개정에 따라 바세나르협정 등 4개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한 29개국을 묶은 ‘가’지역을 ‘1’과 ‘2’로 세분화했고, 일본은 그중 ‘2’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가’지역에 대해 인정하고 있던 포괄수출허가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고, 개별수출허가는 심사 절차를 대폭 강화했다. 즉 이전에는 군수전용물자와 같은 민감 품목에 대해서만 개별허가 취득이 의무였지만, 산업과 군수 둘 다 쓰이는 이중용도 전략물자 수출 때도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대상 품목은 1735개이며, 신청서류가 기존 3종에서 5종으로 늘어나고 심사기간도 5일에서 15일로 길어진다. 그러나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 기업의 경우 AAA 등급은 5일 이내, AA 등급은 10일 이내에 처리된다. A등급의 경우 15일 이내가 원칙이지만 국제수출입통제체제 가입으로 수출할 때는 10일 이내에 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산업부의 방침이다.

포괄수출허가유효기간(사용자포괄수출허가․품목포괄수출허가)은 심시기간이 5일에서 15일 이내, 유효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바뀐다. 특히 사용자포괄수출허가는 이전에는 등급과 관계없이 할 수 있었지만 가의2는 AA 등급 이상으로 규정이 강화됐다. A등급은 동일 구매자에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거나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에 따라 수출할 경우, 해외 전시회 참가 등 사유가 있는 경우 이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번 고시개정으로 국내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 이호현 무역정책관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은 100개 미만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대일(對日) 수출기업의 수출금액은 305달러인데, 이 중에 전략물자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대일 수출기업에서 수출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 담당 직원을 일대일로 매칭해서 무기 전용 우려가 없는 정상적인 거래는 최대한 빨리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상전문가 송기호 변호사는 일본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우리 중소기업의 수출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 일본과의 경제 분쟁 2라운드 접어들어

정부는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백색국가 제외 등에 대응해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고, 지난 11일는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제소 대상에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만 포함하고 백색국가 제외 조치는 제소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3개 품목 관련 조치는 7월 초부터 발표․시행돼 이미 수출제한효과가 지속적으로 발생 중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WTO 제소에 이어 이번에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앞서 자국이 실시한 대한(對韓) 무역 규제 강화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언론 교토 통신은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새로운 고시로 인해 “군사 전용 가능한 전략 물자를 일본에 수출할 때 절차가 엄격해진다”고 소개하면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관리 백색 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사실상 대항하는 조치”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산업부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취한 수출규제와 이번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 개정은 그 배경과 근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 무역정책관은 “한국은 국제공조가 가능한지를 토대로 고시 개정을 한 것이고, 일본은 정치적 목적에서 규제 조치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목적과 취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는 자유무역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로 WTO에 제소한 상황에서 역으로 일본에 대한 수출 규정을 강화한 것은 한국의 논리를 약화할 수 있다며 이번 일본 백색국가 제외 시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도 이 무역정책관은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은 정상적인 국내법, 국제법 절차에 따라 제도를 개선한 것이어서 WTO 제소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렇게 일본에 맞대응하는 조치가 아니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일본과의 경제 전쟁 2라운드로 해석하고 있다. 심지어 여당에서도 마찬가지 견해다.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은 지난 16일 “일본과의 피할 수 없는 문제가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그 계기는 백색국가에서 일본을 제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한․일 모두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그 관계는 좁혀지지 않은 채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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